'박근혜 국정교과서 집필' 교수에 시민강좌 맡긴 서울시

[제보 취재] 건국대 한상도 교수, 하반기에 '임정 요인' 강좌 맡기로

등록 2018.02.13 12:29수정 2018.02.13 13:39
31
원고료로 응원
a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2017년 12월 8일 오전 국사편찬위원회 앞에서 건국대 한상도 교수 등 박근혜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작업에 찬성한 위원 9명의 퇴출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서울시 산하 서울역사편찬원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대학교수에게 역사 강좌를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 1월 시 산하기관으로 출범한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학술대회 및 강좌, 기초·전문자료 발굴 등의 활동을 하는데 해마다 정기적으로 시민 대상 서울역사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강좌 주제는 '지하철 역명으로 보는 서울의 인물 이야기'인데, 관련 책을 집필하고 강의할 인사 13명 중 한 명으로 건국대 사학과 한상도 교수가 선정됐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소가 있는 서울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을 주제로 한 강좌에서 임정의 수립과 임정 주역들의 해방 이후 활동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한 교수는 '김원봉의 생애와 항일 역정'(1990) 등의 저술로 일제하 독립운동가들을 주로 연구해온 인물. 2009년 11월 8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편찬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불붙은 후부터 그는 박근혜정부 편에 서는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전국 대다수 대학교수들과 역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하던 시기에 그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입장 표명 자체를 거부한 극소수 학자들 중 한 명이었다.


이듬해 3월 18일 정부가 국사편찬위원회를 국정교과서 찬성 인사들로 재편할 때 그의 '색깔'은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한 교수는 새로 위촉된 위원 9명 중 한 명이었다. 같은 해 11월 28일 여론의 압박에 밀린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집필진 31명을 공개했을 때, 한 교수가 근대분야 집필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 교수의 참여 사실이 확인되자 건국대에는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게 맞느냐"고 묻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걸리기도 했다.

서울역사편찬원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했다고 강의 막는 게 맞나?"

국정 역사교과서는 논란 끝에 2017년 1월 31일 완성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 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검찰은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44억 원의 예산 낭비 논란만 일으킨 국정교과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다.

서울역사편찬원은 한 교수를 시민강좌에 참여시킨 것에 대해 "큰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서울역사편찬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역사강좌는 이념과 무관한 강좌다. 한 교수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고 해서 강의 기회를 막는 게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은 "한 교수는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행적을 놓고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로부터 국사편찬위원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시가 그 점을 두루 살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역사편찬원 #민족문제연구소 #한상도
댓글3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