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개헌, 단 아동과 청소년은 제외?

[주장] 헌법 개정 절차에서 아동·청소년 참여권 반드시 보장해야

등록 2018.02.14 11:19수정 2018.02.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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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헌안 마련을 목적으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3월 13일까지 대통령에게 개헌안 조문까지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자문위는 총강·기본권분과, 정부형태분과, 지방분권·국민주권분과, 국민참여본부로 구성하는 한편, 전문성, 대표성, 성별과 활동지역 등 다양성을 고려해 자문위원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문위는 이번에 마련되는 개헌안이 '미래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헌법이라는 점을 고려해 20대 여성인 구예림 클리브 이노베이션 리미티드 대표와 30대 여성인 송효원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을 위원 구성에 포함시켰다는 입장을 냈다. 아울러 그러한 견지를 토대로 청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국의 19세~30세 청년들을 모아 6인 1조로 토론을 진행하는 토론회 또는 워크숍 형태의 자리도 마련할 것이라는 소식도 언론을 통해 예고했다.

개헌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년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중년·대졸·시스젠더 남성으로 대표되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고질적인 획일성을 극복하고,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 상태에 짓눌린 대다수 청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당사자인 청년의 목소리는 정치와 사회, 법률, 제도 전반의 구성과 개혁에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자문위의 위원 구성과 결정은 그 취지와 목적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은 의문이 있다. 바로 19세부터 30세라는 '미래세대'의 기준을 정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이며, 그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이러한 기준 설정이 결코 낯선 풍경인 것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2017년 7월,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 영구중단 여부와 관련하여 대국민 공론화를 통한 의견 수렴이 진행되었을 때도, 18세 이하의 아동과 청소년은 자연스럽게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속된 말로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 18세 이하의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전혀 영향이 끼치지 않는다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분명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때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기는커녕, 똑같은 우를 범함으로써 아동과 청소년의 참여권을 박탈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국에 아동과 청소년의 참여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촉구한 지도 여러 차례지만, 참여권 보장의 가장 기초적 단계인 선거권 연령 인하조차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정치와 행정을 보며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지방분권을 주장하면서 아동과 청소년에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한 사람이 정녕 단 한 명도 없었단 말인가.

공론형 국민 의견 수렴의 가장 큰 목적은 보다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듣고 이를 정책과 제도에 수렴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여전히 아동과 청소년의 참여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상황에 대하여 일방적인 수용만을 강요하며 미래세대로서의 책임과 의무만을 묻고 있다. 그렇기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마련된 헌법 개정안이 만에 하나 국회와 국민투표의 벽을 넘어 현행 헌법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헌법의 마련 과정에 철저하게 배제당한 아동과 청소년에게 그것을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라며 따르도록 권면할 자격이 한국 사회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나.


아동과 청소년의 참여없는 국민참여개헌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으며, 공론형 국민 의견 수렴의 근본적인 목적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과 다를 바 없다. 자문위는 이제라도 아동과 청소년의 개헌안 논의 참여권을 적극 보장하고, 헌법 개정안에 아동과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자격이 있음을 분명히 명시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그러한 반성과 혁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탄생된 헌법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헌법에 지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개헌 #국민헌법자문특위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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