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유가족, "우리가 아픈 이유는..."

[세월호 참사, 말하지 못한 피해자의 이야기 ③] 가장 절실한 지원은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공개

등록 2018.02.20 07:05수정 2018.02.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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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의 희생자를 비롯해 수많은 이들의 삶이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멈춰 서 있다. <오마이뉴스>는 유가족과 생존자, 단원고 교직원, 민간잠수사, 진도 어민 등 아직도 세월호에서 내리지 못한 사람들의 숨죽인 이야기를 전한다. 세 번째로 세월호참사로 아들을 잃은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말]
안녕하세요. 저는 4.16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 분과장을 맡고 있는 단원고 2학년 8반 장준형 아빠 장훈입니다.

저는 세월호참사로 아이를 잃은 유가족입니다. 현행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법'에 따르면 저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세월호참사의 피해자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그동안 저희에게 피해자 지원 대책들 몇 가지를 했습니다. 저는 그 대책 중 어느 것이 모자라고 어느 것이 넘치는가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유가족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피해자 대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정확한 정보공개야말로 가장 절실한 피해자 대책

흔히들 피해자 지원이라고하면 배보상으로 주어지는 돈이나 의료지원들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2014년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가장 절실하게 정부로부터 받고 싶은 지원은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 중이던 아이들에게, 배가 침몰했다는 연락을 받고 진도로 내려가면서 우리가 제일 먼저 접한 소식은 전원구조 뉴스였습니다. 진도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그 뉴스가 오보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도에 도착해서 들었던 첫 번째 소식은, 대한민국의 동원 가능한 모든 구조세력들이 사고 해역에 출동해서, 탈출하지 못한 승객들을 구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였습니다. 그 날 밤, 배를 빌려 우리가 사고해역에 직접 도착했을 때, 우리는 그 발표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생사안위와 구조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였습니다. 그런데 진도 팽목항으로 돌아와 보니 사고해역에서 승객들을 구하고 있어야 할 정부는 없고, 절규하는 유가족들 주변에서 감시하는 정부만 있었습니다. 우리 유가족보다 더 많은 사복경찰과 정복경찰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그 누구보다 분노하게 만든 것이 정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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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2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 세월호참사 특조위는 경찰이 피해자 지원보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동향 파악에 주력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도, 선체 인양 과정에서도, 진상 규명을 명분으로 한 그 어떤 활동에서도, 피해자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모든 정보를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참사의 '피해당사자'인 우리를 '이해관계자'라고 이름 붙여,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마지막까지 머물던 그 배를 인양하는 과정에서도, 공개하기로 약속했던 모든 정보를 철저히 감추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진상규명 조사에 있어서 정부와 대다수 언론들에게 그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해왔습니다.

아이를 잃고 나면 어떤 마음인지 아시는지요. 우리 앞에 그 어떤 황금 보물이 산더미처럼 놓여도 기쁘지 않습니다.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내 몸을 낫게 하려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때로는 통증 때문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도, 대부분 그 통증의 원인을 의사들이 밝혀내지 못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우리가 왜 아픈지 알고 있습니다. 의사는 모르겠다고 하는 그 이유를, 당사자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픈 이유는 세월호참사가 일어나던 그 날, 왜 내 아들을 구하는 중이라고 말해놓고 구하지 않았는지, 왜 죄 없는 내 아들이 충분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거짓말을 해온 이유가 무엇인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는 부모의 요구가 묵살되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진상규명만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돈을 바라는 파렴치한으로 내몰리는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남겨진 미수습자 분들 모두 수습하고, 세월호라는 그 큰 배가 순식간에 침몰한 이유를 알고 싶으니 하루빨리 인양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배를 부수고 구멍을 뚫어 망가뜨리더니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나서야 배를 인양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아픕니다.


유가족인 우리 피해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피해 대책은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라면 상자와 생필품들과 위로금이 아니었습니다. 우황청심환과 진통제 몇 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물품들은 정부가 아니어도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공감한 우리 이웃 국민들이 넘치게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아니 정부보다 먼저 달려와서 손 내밀어 주셨습니다.

아이를 잃은 아픔이야 어떤 방법으로도 달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됐는지 몰라서 갖게 된 억울함은, 이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은 진실을 알게 되어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풀어질 것 같습니다. 내 아이를 희생시킨 책임자들을 모조리 찾아내서 처벌하고 나면, 남겨진 가족들과 제 자신을 돌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정부는 우리에게 그동안 감춰왔던 모든 세월호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주길 바랍니다. 그 정보를 감추었던 이유를 밝히고, 정보를 감추는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 처벌하길 바랍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정부 대책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회적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참사 초기 진도와 안산에서 엄청난 혼란과 어이없는 상황들을 겪었습니다.

흔히 트라우마라고 하면 큰 사고를 겪은 후 그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때 느끼는 불안과 공포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원하지 않게 세월호 유가족이 되어 직접 겪어보니, 트라우마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범주의 증상을 갖고 있습니다.

참사 당일부터 직면한 정부의 감시와 거짓말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저희는 진도에서 유가족보다 몇 배 더 많은 사복 경찰들에게 감시당했습니다. 안산에 올라와서는 정부가 약속했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믿었던 국가는 우리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고, 믿었던 대통령은 진상규명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고, 믿었던 정치인들은 우리를 벌레 취급하며 무시했고, 믿었던 학교와 교육청은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서 쫓아냈고, 믿었던 이웃들은 우리를 돈에 환장한 사람들이라 손가락질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롭습니다.

유가족들은 모두 수면장애부터 시작해 공황장애에 이르기까지 정신적 고통을 한두 가지 이상 갖게 되었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분노와 그리움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잠을 못 자고, 아침이 되어 집을 나가려면 아이 없는 이 세상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 죽을 것 같습니다. 우울증 정도는 가벼운 감기처럼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런 정신적 고통을 약물이나 상담으로 치료하려면 병원을 가야 합니다. 병원을 가는 것조차 떠난 아이에게 미안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죄책감에도 어렵게 용기를 내 치유센터에 가면, 무슨 연구대상이라도 된 것처럼 잔인한 질문 수백 가지를 묻고 대답하라고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인 저희에게 여름 휴가로 물놀이를 권유합니다. 단식 투쟁 중인 상황인데, 요리 잔치를 하라고 초대장을 보내옵니다.

아무리 사회적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시스템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유가족을 연구 대상처럼 아니 마루타처럼 취급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합니다. 우리는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현실적인 치유책을 알려줄 치유과정이 필요합니다. 시험 삼아 이런저런 프로그램 돌려보는 곳이 아니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 트라우마 치유가 필요합니다.

트라우마로 몸이 아픕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아픕니다. 잇몸은 다 무너져 생니가 우수수 빠졌습니다. 당뇨 혈압은 기본이며 시력 청력 감퇴도 흔한 경우입니다. 심장병과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계십니다. 깊은 슬픔과 분노로 인해 얻게 된 병들입니다. 관절과 디스크 수술을 받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노숙농성과 단식과 도보 등 진상규명을 외치며 장기간 무리하게 움직인 결과입니다. 트라우마는 정신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해 육체적인 문제로 발전한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트라우마가 눈에 보이는 육체적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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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51일차 총파업 집회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참석해 MBC노래패와 합동공연을 했다. 공연 전 세월호참사 당시 영상과 MBC의 ‘전원구조’ 오보 뉴스영상이 상영되자 한 유가족이 손가락으로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권우성


참사 초기보다 오히려 세월호가 인양되고 정권이 바뀐 지금, 급격히 건강이 악화된 유가족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이를 보낸 지 4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 1년 전 2년 전보다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피해자 유가족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앞으로 1년 후 2년 후는 어떨지 알 수 없습니다. 트라우마의 증상인 불신감과 정신적 고통, 육체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전문 트라우마 치유가 꼭 필요합니다. 우리 세월호참사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생존자들과 세월호 민간 잠수사분들, 그리고 직접적인 피해 지역의 안산시민들, 진도군민들을 포함해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이 정확히 진료받고 치유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다시는 이 나라에 저희와 같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세월호참사의 분명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전원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304명의 희생자와 유가족들 그리고 스스로 탈출했던 생존자들, 우리에게 아이들을 데려다주느라 고생하고 국가에 버려졌던 민간잠수사분들, 헌신적으로 함께 해주셨던 자원봉사자분들, 더 나아가 그 날을 아픔으로 기억하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세월호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의 시작이자 완성입니다. 오랜 기간 국회에서 방치되어 있는 '4·16세월호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기를 호소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전 기사]

[① 오지원(前세월호특조위 피해지원점검과장] 세월호에서 제천까지...'사람'이 없는 국가재난매뉴얼]

[② 장동원(세월호 생존학생 장애진양 아버지) 세월호 참사, 숨죽인 생존자의 아픔]
덧붙이는 글 위 글은 세월호참사 유가족, 장훈님이 작성하였습니다. 장훈님은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분과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피해자지원 #김관홍법 #세월호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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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s://416act.net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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