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민도 말문 막히게 하는 '미친 부동산 시대'

[주장] '내 집 마련'이란 신기루... 모두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등록 2018.02.19 10:55수정 2018.02.19 10:55
1
원고료주기
지방에 사는 젊은이라면 한번쯤은 서울살이를 욕망한다. 나 또한 그랬다. 텔레비전에선 젊고 화려하고 세련된 서울 모습이 중계되는 걸, 학교에선 선생님이 명문대역에 대거 정차하는 2호선을 타야 한다고 농담하는 걸 보고 들으며 자랐다.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서울 로망'을 부추겼다. 갓 성인의 문턱을 넘은 청년들은 꿈을 이루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서울로 향한다.

서울살이로 얻은 교훈을 하나 꼽자면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내가 중학생 때 엄마는 '내 집 장만'에 성공했다.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 엄마는 선비 같은 절약 정신으로 무장한 채 살았다. 소비하며 현재를 즐기는, 요즘 유행어로 '욜로족'이던 나에게 미래의 행복을 꿈꾸며 현재의 자신에게 투자하는 걸 포기한 엄마의 모습은 비현실적이었다. 철없던 나는 맘 편히 머물 공간 없는 서울에 와서야 엄마가 '내 집'에 집착한 이유를 깨달았다.

사람들은 가끔 균형이 깨진 옵션을 던져놓고 선택을 요구한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벌인 '자가용 장만이 먼저냐, 내 집 장만이 먼저냐'란 토론이 그랬다. 당시 나는 저렴하면서 보다 넓은 월세방을 찾으려고 학교 근처를 전전하는 일상을 살고 있을 때다.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담을 쌓은 나에게는 한 학기 끝날 때마다 짐을 싸고 푸는 행위를 반복하는 게 고달팠다. 아르바이트비로 월세를 내면 돈이 없어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써야 한다는 사실에도 진절머리가 나던 시절이다.

전세의 단점은 물량이 많지 않을뿐더러 있어도 비싸서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2년간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준다. 장점은 단점들을 껴안을 만큼 가치 있어 보였다. 삶의 질을 높이고자 부모님의 조건 없는 사랑에 기대 전세방을 얻었다. 보일러 동파를 방지해야 하는 등 집을 관리하는 게 까다로웠다는 걸 빼면 예상만큼 안정적인 생활을 누렸다.

a

지난해 젊은층은 '돈은 안쓰는 것이다'를 강조한 김생민에게 공감했다. ⓒ KBS <김생민의 영수증> 갈무리


지난해 인기있던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그의 조언에 누구보다 공감한 이유도 서울살이 동안 집 없는 서러움을 경험해서다. 김생민은 청년들이 보내온 영수증을 분석하며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상담해주었다. 불필요한 소비를 멈춰 전셋집을 마련하고, 사는 동안 아파트 한 채를 얻기 위해 돈을 모으라는 식이었다. 그의 조언에 비판적인 청년들은 취미, 문화생활 등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었다. 부모 세대와 달리 문화적인 풍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마땅히 나올 만한 질문이다. 김생민은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집 장만을 위한 소비 포기냐, 지금의 삶을 가치 있게 사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요즘, 나는 1년 반을 산 대학 기숙사 생활이 서울에서 사는 동안 가장 행복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학교 기숙사는 전세처럼 돈을 다시 돌려받지는 못하지만 월세보다 싸다. 학생들은 전·월세의 절충안으로 기숙사에서 살며 졸업 후 삶을 준비할 수 있다. 학생이 아닌 무주택자들 즉,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에게는 공공임대주택이 기숙사와 같은 구실을 적극적으로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없는 비싼 전세 대신 민간시장보다 싼 월세를 내며 임대주택에 산다면 굳이 내 집 장만을 위해 극단적인 절약을 할 필요도, 문화생활에 손 놓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성실한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이다. 그래서 더욱 임대주택은 게으르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편견 속에 머물러 있다. 집을 소유하기보다 공유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면 어떨까? 부동산값이 널뛰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정말 자기 집이 필요한 사람만 집을 사게 될 것이다. 청년층 등 집 대신 다른 곳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더 절실한 일을 하면서도 임대주택에 머물며 안정적인 주거생활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미친 부동산'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모두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저널리즘스쿨대학원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단비뉴스의 김소영입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옳은 말 하고 싶을 때 많지만... 문재인 정부 비난 않겠다"
  2. 2 "문재인 정부는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3. 3 조국 장관 사퇴, "잘한 결정이다" 62.6%
  4. 4 조국의 최후 기자회견, 검찰 향해 '헌법 1조 2항' 메시지
  5. 5 조국 장관 사퇴 후 황교안의 일성, 이러니 못 믿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