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마을의 빈집, 명절에 돌아보니

온기 잃은 쓸쓸한 빈집, 시골의 또 다른 풍경

등록 2018.02.17 15:08수정 2018.02.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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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는 작고 아담한 빈집들이 많이 남아있다. ⓒ 이재환


시골에 빈집이 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농촌 인구의 감소가 그 원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을의 노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그나마 누군가 살고 있던 집들조차도 빈집이 되어 가고 있다.  


명절 연휴 동안 고향 마을 어귀에 있는 빈집들을 둘러보았다. 시골 작은 마을에는 이미 수십 년 째 사람이 살지 않고 있는 집들이 많다. 살고 있던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는 빈집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집의 소유자는 있지만 실제로 사람이 살지 않는 그런 빈집들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3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조차도 수억 원에 거래가 되고 있다. 그나마 서민들은 살 만한 집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제법 쓸 만하다 싶은 주택의 전세가도 2억 원대를 돌파한 지 오래이다. 반면 집이 남아도는 시골에서는 비교적 멀쩡한 집조차 빈집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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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새집이라고 불리던 집이다. 예전에는 기와 지붕이었는데, 양철 지붕으로 바뀌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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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옛집 특유의 단출함이 느껴진다. ⓒ 이재환


필자의 고향 마을인 동천말(마을) 어귀에는 현재 세 채의 빈집이 남아 있다. 한때는 동네에서 가장 예쁘게 잘 지어진 집이라고 해서 '새집'이라고 까지 불렸던 녹색 지붕의 집은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60년대에서 70년대 초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집은 처음 지어질 당시에는 전통 기와지붕이었다. 필자의 어린 시절까지도 이 집은 전통 기와집의 형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양철 지붕으로 바뀌어 있다.

사람의 보살핌이 없어서 인지 집 외곽의 흙벽은 무너져 내린 곳도 있다. 소유주의 허락을 얻어 집안 내부를 보고 싶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의 외형만 사진으로 담았다. 


그 이웃에는 또 다른 집이 있다. 70년대 풍의 이 집은 하얀색 담벼락이 예쁜 집이다. 몇 해 전 주인을 잃은 이 집도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되었다. 역시 대문은 굳게 잠겨 있다. 집 주변에는 경운기와 같은 원주인이 썼던 농기구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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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낡은 빈집이 을씨년 스럽다. ⓒ 이재환


근처에는 또 다른 빈집이 하나 있다. 을씨년스러운 느낌의 이 집은 <전설의 고향>(KBS)과도 같은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도 이 집 앞 도로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묘령의 여인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이 여인은 이따금 지나가던 차를 세우고 태워 달라고 하는데, 일단 차에 타고 나면 차량 백미러에는 이 여인의 모습이 비추질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이다. 이 집은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집은 아니다. 하지만 인근에서는 가장 먼저 빈집이 되었다.

사람의 온기를 잃은 집들은 쓸쓸한 느낌을 준다. 설 명절 연휴라서 그럴까. 더 이상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시골 마을의 빈집을 둘러 보다 보니 그 허전함이 더한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동천말은 필자가 살던 옛 마을의 이름이다. 행정상으로 불리는 동네 이름은 따로 있다.
#마을 #동천말 #시골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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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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