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시달리던 양반들은 '효종갱'을 먹었다

[기행] 병자호란의 아픈 역사가 담긴 남한산성에 가다

등록 2018.02.19 16:34수정 2018.02.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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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술년 새해를 맞아 지난 17일, 남한산성 트레킹에 나섰습니다.

오늘 트레킹에 나선 멤버들은 모두 같은 부대(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출신 전역자들입니다. 군 생활 내내 매일 같이 험준한 산을 오르내려야만 했던 보직 특성상, 항상 산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이죠. 더욱이 모두 역사학 전공이라는 또 다른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이런 특별한 인연으로 뭉친 우리는 오랜만에 땀 흘리며 함께 산을 타던 추억을 상기하자는 차원에서 새해 맞이 등산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역사학도들답게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산을 오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남한산성에 오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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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입구로 올라가는 모습 ⓒ 김경준


병자호란의 아픈 역사 깃든 '남한산성'

오늘 우리가 오른 길은 '서문(우익문) -> 수어장대 -> 북문(전승문)'으로 이어지는 코스였습니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로 나오니 이미 남한산성을 향해 걷는 등산객들의 행렬이 눈에 띕니다.

길도 모른 채 그저 그들의 배낭을 보고 따라 걷기 시작하니 남한산성 입구가 나옵니다. 때론 지도보다 앞서 가는 베테랑 등산객들의 등이 좋은 길라잡이인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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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다 ⓒ 김경준


입구에서부터 대략 40여분 정도를 걸었을까. 마침내 서문에 이르렀습니다. 서문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에게 항복하기 위해 나섰던 문이기도 합니다. 만인지상의 국왕이 초라한 청의(靑衣)를 입은 채 좁은 문을 빠져나올 때의 심정은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시간이 너무 흘러 그러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 심정만큼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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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가 청나라 황제에게 항복하기 위해 나섰던 서문(우익문)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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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서문 성벽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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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서문 위에서 내려다 본 도심 풍경 ⓒ 김경준


남한산성 최정상에 위치한 수어장대는 조선시대 오군영 중 하나였던 수어청(守禦廳) 대장이 군사들을 지휘했던 지휘소였다고 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과 절규로 가득했던 이곳도 이제는 등산객들의 단골 포토존이 된 지 오랩니다. 하하호호 웃으며 다양한 포즈로 인증샷을 남기기 바쁜 등산객들을 보며 역사의 무상함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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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오군영 중 하나였던 수어청의 대장이 군사들을 지휘했던 '수어장대'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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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장대 앞에서 단체사진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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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장대 옆에 설치된 작은 누각 '무망루(無忘樓)'. 삼전도의 굴욕과 효종의 북벌대업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 김경준


북문에도 아픈 역사가 서려있습니다. 조선군 300여 명이 출병했다가 매복해있던 청나라 군사들에게 무참하게 패배한 '북문 전투(법화골 전투)'가 바로 여기서 벌어졌던 것입니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은 영화 <남한산성>에서도 잘 묘사됐습니다.

위정자들의 무능함과 안일함이 불러왔던 외침의 굴욕은 무수히 많은 민초들의 억울한 죽음을 낳았습니다. 남한산성에는 그러한 슬픈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 당시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혹시 이곳에 오르게 된다면 잠시마나 이곳에서 싸우다 죽어가야만 했을 조상들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 먹던 '효종갱'을 아시나요?

금강산도 식후경인 법. 트레킹을 마친 우리는 남한산성에 오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한다는 특별한 음식을 찾아 나섰습니다. 북문을 지나 내려오면 행궁 앞 토속음식점들이 즐비한 가운데, 우리가 찾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효종갱'입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먹던 해장국으로 알려진 효종갱은 '새벽 효(曉)', '쇠북 종(鐘)', '국 갱(羹)'자를 씁니다. '새벽종이 울리면 먹는 국'이라는 뜻이지요. 남한산성 안에서 밤새 끓이다가 새벽종이 울리고 통행금지가 풀리면 숙취에 시달리는 양반들을 위해 한양의 사대부가로 배달했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반들이 즐기던 음식답게 해장국 한 그릇에 전복, 해삼, 소갈비, 버섯 등 진귀한 재료들이 들어갑니다. 북엇국과 같은 칼칼한 맛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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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먹었다는 해장국 '효종갱' ⓒ 김경준


이렇듯 남한산성에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가득합니다. 수도권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교통편도 무척 편한 편입니다. 다음 주말엔 연인, 가족, 친구들과 남한산성 트레킹,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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