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암호화폐가 인류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인가?

[암호화폐, 희망을 말하다⑤] 유시민 작가 주장을 논박한다

등록 2018.02.21 17:21수정 2018.02.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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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희망을 말하다]
1편: '스팀잇'이 보여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가치
2편: 암호화폐 '김치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이유
3편: 카지노에서 칩 대신 암호화폐를 사용한다면
4편: 온라인 언론이 암호화폐, 블록체인, P2P와 만난다면

최근에 이처럼 많은 글을 써본 일이 별로 없는데, 유시민 작가 덕분에 글을 써야만 하겠다고 결심할 일이 생겨,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을 사서 읽었다.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우리는 오랜 세월 논증없는 주장이 활개치는 세상에서 살았다. 사실과 논리에 입각해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 크고 힘센 쪽이 이기는 현실에 익숙하다. 권력자들은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말로 합당한 논증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핍박했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 필요로 했던 내용은 이미 여기에 다 나와 있었다.

유시민 작가가 암호화폐에 대해 주장하는 바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암호화폐는 사회적 부작용만 있고, 생산적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인류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이다, 따라서 거래소를 폐쇄하고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공개)를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암호화폐가 사기라서 거래소를 폐쇄하고 ICO를 금지해야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부작용만 있다.
2. 생산적 기능이 없다.


이 두 논거는 그 각각이 다시 주장이 된다.

1.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근거는 이미 많이 논의되었고 거의 대부분에 대하여 부정하지 않는다.
2. 생산적 기능이 없다는 부분은 주장만 있고 근거를 제시한 적이 없다.

이 두 논거는 둘이 모두 참이 되어야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하나만 참이어서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복권은 사회적 부작용이 있지만 생산적 기능도 있어서 허용된다.
주식 거래는 사회적 부작용이 있지만 생산적 기능도 있어서 허용된다.

그래서 나는 유시민 작가에게 메일을 통해 암호화폐가 모두 사기라는 주장을 계속 하시려거든 생산적 기능이 없는지도 이야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암호화폐가 생산적 기능이 없음을 주장하려면,
1. 암호화폐와 불가분의 관계인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이 가치 없음을 증명하거나
2. 퍼블릭 블록체인이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암호화폐 없이 구현이 가능함을 증명하면 된다.

하지만 메일을 보낸 이후에도 여전히 방송에서 논거가 부족한 '주장'만을 펼치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1월 30일 tbs '김어준의 뉴스 공장'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그러니까 노름판으로 치면 타짜들이 와서 다 판을 조작하는데 순진한 도박에 끌린 사람들이 와서 판돈 집어넣고 있는 거예요."

- "그렇게 밖에 해석할 수가 없어요. 아니면 돈 넣었다고 볼 수밖에 없죠. 지금 초기에 촉이 좋아서 이걸로 돈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막장에 왔다는 걸 알아요. 그 사람들이 전문가니까. 그래서 어디로 빠져나가냐 하면 명분은 챙겨야 되잖아요. 돈은 이미 벌었고. 이렇게 얘기하면 명예훼손일 수도 있는데 논쟁 한번 해보자고요."

- "그래서 거래소들이 뭘 하냐 하면 블록체인 협회라는 걸 만들었어요. 그래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님을 대표로 모셔서."

- "그런데 명분은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뭘 한다는데 사실은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한다는 건 명분에 불과하고 거래소들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블록체인협회를 만든 거라고 저는 봐요."

- "블록체인 기술은 건축술이고 비트코인은 집이고 마을회관 지어놨더니 가 보니까 도박장이 되어 있더라. 그래서 도박 단속하니까 왜 건축을 탄압하냐 그렇게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고요."

토론했던 상대방을 합리적인 논거로 굴복시키는 작가 유시민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5편의 글을 통해 나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자 한다.

논거1. 암호화폐는 사회적 부작용이 크지만,
논거2. 생산적 기능과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주장. 비록 닷컴버블과 유사한 버블일 수는 있어도 전부 사기는 아니다. 따라서 적절한 규제로 거래소를 관리하고 규제하에 ICO를 허용해야 한다.

유시민 작가가 주장하는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나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라 더 언급할 필요가 없겠으나 한 가지만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누가 봐도 지금의 암호화폐 투자 혹은 투기 열풍은 정상이 아니다. 연재 3편에서 밝혔듯, 자신이 투자하는 암호화폐가 어떤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고자하는 기술인지, 심지어 아무 목적도 없는 사기 코인인지도 모르고 하는 투자는 투기지, 투자가 아니다. 튤립버블은 아니더라도 닷컴버블보다는 훨씬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

현재 발행된 1500여개의 암호화폐 중 성공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이 망할지도 모른다. 투자를 하려는 분은 반드시 옥석을 가려야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상, 쉬운 일이 아니다.

생산적 기능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선 4편의 글을 통해 충분히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라는 목표를 통해 비용절감을 이루어내는 혁신적 기술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암호화폐를 필수요소로 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관리 주체가 하나 혹은 소수가 아닌 전세계 모두에게 개방된, 즉 인트라넷이 아닌 인터넷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퍼블릭 블록체인(이하,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는 미래에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할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나, 현재 여러분이 직접 가입해서 체험해 볼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SNS인 스팀잇의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스팀잇은 전세계 누구나에게 열려 있을 뿐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에게 보상을 해준다. 그것이 소액이든 큰 금액이든 상관없이. 스팀잇이라는 생태계 안에서는 유튜브의 보상 시스템과 달리 최저보상기준도 없고 송금 수수료도 환전 수수료도 필요없다.

이제까지 어떠한 SNS도 글쓰는 것 만으로 보상을 해줄 수 없었던 이유는 서버 클라이언트 시스템을 운영하는 높은 비용 때문인데, 블록체인 기반 SNS의 경우 서버 운영 부담을 세계 각지의 채굴자들과 나누어 부담함으로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글쓴이게 보상을 해준다.

아무런 경제적 보상 없이 남들이 내 글을 읽어준다는 보람만으로 글을 쓰는 SNS와 그러한 보람에 더해 보상까지 해주는 SNS가 공존한다면 누가 그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을지에 대한 답은 자명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현재 서버 클라이언트 기반의 많은 온라인 서비스들, 예를 들어 SNS, 앱스토어, 음원사이트, 게임, 온라인 언론사 등에서 미래에는 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4편에서는 심지어 온라인 언론과 암호화폐, 블록체인, P2P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기사를 읽는 독자에 대한 보상까지도 가능할 수 있음을 보였다. 중앙집중식 서버 클라이언트 시스템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스팀잇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중 거의 최초나 다름 없다보니 사용자들의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도 여러 가지 서비스를 목표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끊임없이 개발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미래에 스팀잇을 뛰어 넘는 것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ICO를 허용하면 뛰어난 IT 관련 인재들이 스팀잇을 뛰어넘어 전세계에 서비스될 우수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여 자원 없이도 돈을 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할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는 ICO를 전면 금지한 상황이다.

암호화폐를 화폐라고만 생각하면 현재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그리고 그 기반위에 조성된 블록체인 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볼 수 없다. 화폐는 일단 잊고 암호화폐를 토큰과 주식으로 이해해보라. SNS, 앱스토어, 음원사이트, 게임, 온라인 언론, 그 어떤 형태의 블록체인 생태계이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거래에 쓰이는 토큰이 암호화폐이다. 그리고 그렇게 조성된 블록체인 생태계가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따라 해당 암호화폐의 가치는 주식처럼 가격이 등락한다.

되도록이면 이 글에 찬성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앞선 4편의 글을 모두 천천히 읽어 보시면 좋겠다. 

나는 내 나름의 논거로 주장을 펼쳤다. 이제 작가 유시민의 답변을 듣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스팀잇, 땡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가상화폐 #블록체인 #사기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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