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먹튀 준비과정...고임금? 30년근무 월300만원"

[인터뷰]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 "GM 본사, 적자에도 수천억씩 빼가"

등록 2018.02.20 10:18수정 2018.02.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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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 인천뉴스 ⓒ 인천뉴스


지난 19일 오전 11시, 인천 부평구의 한국지엠 주식회사(아래 한국지엠) 본사는 다소 썰렁했다. 짤막했던 설 연휴의 대체 휴가로 사무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노동조합(아래 한국지엠 노조) 사무실이 있는 남문과 정문 인근에서는 굳센 분위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곳에는 200여 명의 조합원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에는 '단결 투쟁'이라고 쓰인 머리띠가 둘러져 있었고, 손에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 '한국지엠 경영진 퇴진' 등이 씌여진 프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그들에게는 설 연휴도, 대체 휴가도 남의 일이다.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산)공장 폐쇄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이며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이후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비판, 강력한 투쟁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하고, 그에 앞서 본사와 한국지엠의 구체적인 자구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지부장은 이번 사태가 한국지엠 경영진의 무능에 의한 것으로 봤다. 그는 "(회사가) 지속적인 손실에도 불구하고, 신차나 경영에 대해 전반적인 재구성 없이 올해까지 3조 원의 적자를 발생시켰다"며 "이는 경영진의 무능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자구책과 경영진의 퇴진이 담보되지 않는 한 회사의 적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조합원들의 희망퇴직이 적자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노조 고임금이 문제? 30년 근무 조합원 임금 300만원이 안 돼"

임 지부장에 따르면 부평을 비롯해 군산, 창원, 보령 공장은 한 해 동안 최대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반조립제품(CKD)까지 합하면 120만 대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4곳의 공장을 최대로 가동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는 "항상 50만 대~70만 대를 생산하다 보니 급여를 정상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 엔진 공장은 약 20%, 부평의 승용2 공장은 60% 밖에 가동 안된다. 승용1 공장 외에는 급여(기본급)의 70%밖에 못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30년을 근무한 조합원의 임금 총액이 300만 원이 못 된다. 이런 부족분에 대해 임금 협상을 통해 성과금이나 타결금으로 지급하는 것도 있다. 이걸로 보충해서 임금이 조금 상승하는 부분은 있지만, 이는 기본급을 안올리기 위해 회사가 써먹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호 지도고문도 "한국지엠 노조의 임금이 제조업, 그리고 다른 자동차 업체 노조의 평균 임금보다 절대 높지 않다"며 "인건비로 인해 제조 원가가 높아진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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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택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장 ⓒ 한국지엠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나타냈다. 임 지부장은 "실적으로 파업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마치 파업을 너무 많이 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 처럼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작년에도 노동조합이 (스스로) '바꿔보자'고 해서 신임 사장이 올 때까지 무파업으로 임금 및 단체 협약을 진행 했는데, 합의된 사항까지 (회사측에서) '할 수 없다'고 해서, 노조가 부분적으로 파업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생산직의 인건비가 아니라 임원들의 임금을 꼬집었다. 임 지부장은 "거꾸로 경영진들, 임원진들에 대한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복남 노조 부지부장에 의하면 미국 본사에서 한국지엠에 파견된 외국인 임원 한 명에게 지불되는 비용만 한 해 10억 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모든 숙식비를 회사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임원들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 고급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임원을 포함해 한국지엠에 근무 중인 외국인 직원은 많게는 300명까지 달하기도 했다.

"2014년 적자에도 불구, 미 본사에선 매년 고리대금식으로 수천억씩 빼가"

임 지부장은 또 "2014년 이후 매년 적자를 보는데도 불구하고, 본사에서는 고리대금식의 이자, 연구개발비, 운영비를 가져갔다"며 "GM에서 이렇게 1년에 몇 천억 원씩 가져간 것이 적자로 이어진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김 고문 또한 "가장 큰 문제는 매출원가비율이 가장 높은 것"이라며 "이는 어떠한 구조가 되더라도 흑자가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총 매출액 중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93%로, 업계 평균인 80% 초반대를 크게 웃돈다.

또한 3조 원에 가까운 한국지엠의 적자 규모에 대해서도 이들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지부장은 "회사 측에 적자금의 구체적인 항목을 알려달라. 그리고 이에 대한 회사의 해결 방안이 나오면 노조는 임금 동결 등의 지원을 하겠다라고 얘기했는데 경영비밀이라며 한 번도 답을 안줬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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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주식회사 회사 로고 지난 13일 한국지엠 주식회사의 미국 본사 제네럴모터스에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 한국지엠 주식회사


노조 측은 지금의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GM의 지속 가능한 투자를 이끌어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임 지부장은 "(정부에서) 무조건 돈만 주고 지켜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달랑 4년짜리 신차 계획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중-장기적 계획이 뚜렷하게 나온 뒤 정부도 지원을 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당장 차를 수입해서 파는 것보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임 지부장은 "신차 나오는데 4년 걸린다. 4년 동안 어떠한 자구책이 없다. 내수를 위해 수출 판로를 더 뚫어줘야 하는데, 이런거 전혀 없이 회사는 차를 수입해서 판매해 그 돈으로 일정부분 수익을 내겠다는 입장이다"라며 "한국지엠에서 수출하는 차종이 있다는 가정하에 수입차가 껴서 오는 것은 동의하지만 이 차종도 제대로 꾸려놓지 못한 상황에서 차만 수입해 팔겠다는 것은 한국에 있는 근로자들을 죽이고 가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책임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 지부장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니 정부도 일정 책임이 있다"며 "작년 비토권(이사회 결정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 만료 전부터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등 관련 부처에 대응을 요구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디자인-연구개발 등 한국지엠 역량 뛰어나 본사에서 쉽게 저버릴 수 없을 것"

그는 이어 "2013년까지 흑자였던 회사가 생산량도 판매량도 비슷한 수준에서 2014년에 갑자기 적자로 돌아섰는데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제야 정부가 나서는 것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 고문도 "지엠이 한국에 와서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도록 감시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미 자유 무역 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 측은 GM이 한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FTA를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임 지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이 현실이 아닌가라고 거꾸로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것은 GM과 (사전에) 이야기가 되지 않은 상태해서 그런 말을 할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도의 전술을 써서 결국은 먹튀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 아닌가라고 생각해서 관심있게 보고 있다. GM이 앞장서서 FTA 관련해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책임지고 한국 정부에서 무언가 얻어낼 수 있는 하나의 전술을 짜고 달려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지엠의 자체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지엠 내에서 디자인이나 차량 연구개발 능력을 우리만큼 갖고 있는 곳이 없다"라며 "(한국지엠 역량은) 지엠 본사에 뒤지지 않는다"라고 자신했다.

그는 "우리가 없어진다고 하면 오로지 본사를 통해서만 움직여야 하는데 이게 쉽지만은 않다. 북미와 중국 시장 말고 다른 곳을 맡을 수 있는 곳은 한국 말고는 없다. 아직까지는 한국지엠이 본사에서 가치가 있는 곳이다"라고 희망을 가졌다.

인터뷰를 마친 임 지부장은 급히 여의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다. 한국지엠 노조는 경영 정상화, 특히 GM 본사의 자구책을 촉구하기 정치권의 도움도 구하고 있다.

그는 "(군산)공장 폐쇄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이며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이후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은 회사에 있다"며 강력한 투쟁 의지를 내비쳤다. 더불어 "한국지엠과 GM에 보다 철저하게 자구안을 요구하고, 이를 감시해서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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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는 창원광장에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전시해 놓고 있다. ⓒ 윤성효


#군산공장폐쇄 #한국지엠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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