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시인 반론을 읽고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대가 기억 못하는 '문단 어른 갑질+성추행'

등록 2018.02.22 15:12수정 2018.02.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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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시인이 밝힌 반론을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이승철 시인 반론을 읽으니 제 눈에서 소나기가 내리네요. 갑자기 속이 아프고 팔다리랑 손발을 어찌 가눌 길이 없이 떨립니다. 저는 몸이 워낙 뜨거운 사람인데, 갑자기 온몸이 파리해지고 매우 차갑습니다. 집에 불을 잔뜩 올려도 떨림과 추위가 가시지 않습니다.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열 몇 해 앞서, 이승철 시인을 비롯해서 이녁 스스로, 또 이녁 곁에 있던 다른 시인도 스스로 말한 '문단 어른' 세 분이 저한테 어떻게 했는가를 하나하나 적어 보겠습니다. 이 일을 열 몇 해를 끌어안고 살다 보니, 저는 그동안 너무 얌전하고 말수 없고 숫기 없는데다가, 곁에서 누가 뭘 물어도 오랫동안 입을 꾹 다무는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문단 어른들한테 겪은 끔찍한 짓이 깊고 오래 생채기와 피고름이 되어 제 몸이랑 마음을 아주 뒤흔들었지요. 이제 열 몇 해가 지나고, 곁님을 만나서 함께 살고, 두 아이가 제 곁에서 늘 따사로운 사랑을 나누어 주고, 이러면서 생채기하고 피고름을 조금조금 씻습니다만, 그리고 이제는 제법 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강의를 나가기도 하는 몸으로 거듭났습니다만, 이승철 시인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는 대목하고 '기억한다'는 대목이 참으로 어이없어서 이렇게 글을 다시 남깁니다.

미리 밝히겠습니다만, 다음 글에 다시 적을 수 있습니다만, 그날 그곳에서 이승철 시인을 비롯한 문단 어른 세 분은 낮 네 시가 채 되지 않을 즈음, 벌써 소주를 여러 병 비운 채였습니다. 자, 저한테 너무나 괴롭던 그때 일을 낱낱이 적어 보겠습니다.

이승철 시인하고 그때 저는 '이오덕 어른 유고시집 원고 교정 문제'로 언쟁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잘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이오덕 어른 유고시집 원고 교정 문제'는 실천문학사와 한길사에서 펴내기로 한 이오덕 어른 시집 '교정 감수'를 도종환 시인이 맡기로 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제가 이오덕 어른 유고시 원본을 한글파일로 옮겨서 띄어쓰기를 가다듬은 원고를 이오덕 유고시 원본하고 하나하나 살피고 나서 "제대로 잘했다. 이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그대로 두 출판사 편집부에서 한 권씩 편집을 해서 곧바로 책으로 나왔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그때 실천문학사 편집국장하고 이오덕 어른 유족하고 제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한 차례 두 시간 즈음 꼼꼼히 살폈고, 나중에 다시 더 살핀 뒤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이오덕 어른 유고시집 원고 교정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문제가 없이 바로 끝났습니다.

그러면 그다음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면, 도종환 시인이 실천문학사 편집주간을 보면서 "이렇게 애써 주었는데 (이 젊은이한테) 저녁 대접을 해 주어야지요? 그런데 저는 오늘 다른 약속이 있어서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하네요" 하고 말했습니다. 실천문학사 편집주간은 "그럼요. 좋은 데에 모셔서 대접을 해야지요" 하고 말했고요.

그런데 이때에 실천문학사 편집주간한테 자꾸 전화가 왔습니다. 바로 그분들(58년 개띠 시인들)은 저를 술자리로 데리고 오라면서 실천문학사 편집주간한테 채근했지요. 이승철 시인을 비롯한 문단 어른은 그저 채근했을 뿐입니다. 빨리 그 젊은이를 이녁 술자리로 데려오라고.

문단 어른이라 한 그분들은 실천문학사 편집실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가까운 그분들 단골술집에서 "이오덕 선생 유고를 정리해서 시집으로 엮는 일에서 책임을 맡는 그 젊은이가 누구냐? 우리한테 얼굴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거듭 채근했고, 이를 실천문학사 편집주간이 "도종환 시인이 알아서 잘 맡아서 하니 문제 없습니다" 하고 얘기했으나, 출판사 편집실이 아닌 그분들 단골술집에 대낮에 데리고 와서 "문단 어른한테 인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채근을 더 했습니다.

실천문학사 편집주간은 저를 '문단 어른 그분들 술자리'에 데려가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지만, 문단 어른들 채근질에 못 이겨 "최종규 씨, 죄송한데요, 지금 다른 곳에 있는 시인 분들이 최종규 씨를 보고 싶어하니, 그쪽으로 가도 될까요? 그쪽에 가서 잠깐만 인사를 하고,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갑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천문학사 편집주간인 이분이 아무래도 난처해 보여서 "그러면 그렇게 하기로 해요. 저는 다 괜찮습니다" 하고 말했어요. 이리하여 실천문학사 편집주간이 저를 데리고 그분들 단골 술집에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문단 어른 세 분이 있던 술자리에서 어느 누구도 '이오덕 어른 시집 원고 교정 문제'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은 저를 처음 보자마자 술잔을 받으라 했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보자마자 말을 놓으면서 술잔을 내밀어서 얼결에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승철 시인은 저한테 술잔을 받았으면 "(문단) 어른한테 술을 따라 줘야 하지 않느냐! 젊은 놈이 예의를 모르네!" 하면서 목청을 높였습니다. 이러고 나서 곧바로 쓰다듬고 껴안고 뽀뽀하면서 추행을 했습니다. 제가 "뭐 하십니까? 왜 그러세요?" 하고 뿌리치니, 이때부터 온갖 막말을 퍼부었고요.

이승철 시인이라는 분이 저를 해코지할 적에 이녁 곁에 H 시인이 나란히 앉아 이죽거렸지요. "야, 왜 너 안 받아 줘? 네가 받아 줘야지? 이 xx가 말이야?" 하면서. 이러고 나서 이승철 시인하고 H 시인 이 두 사람은 성추행을 손사래치는 저한테 "문단이나 출판계에서 너 같은 놈 매장시키는 건 일도 아니야" 하고 노래했습니다. 이 둘 곁에 있던 L 시인은 "난 소주만 있으면 돼" 하면서 두 사람이 저를 해코지하는 짓을 흘려넘겼습니다.

세 문단 어른이 저한테 저지른 그날 그 짓을 더 참을 수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했습니다. 이때 저보다 덩치가 큰 이승철 시인은 막바로 저를 붙잡았고, 저는 몸부림치고 밀치면서 이승철 시인을 겨우 떼어냈습니다. 이승철 시인을 비롯한 세 분은 대낮이지만 벌써 소주를 여러 병 비운 탓인지, 저를 더 따라와서 붙잡지 못했습니다.

저는 세 문단 어른을 보면서 "이렇게 더럽게 술을 마시면서 문단 어른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하고 외친 뒤, 제 잔에 담긴 술잔을 길바닥에 확 뿌렸습니다. 그러니 H 시인은 저를 쳐다보고 삿대질을 하면서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xxx가 하는 짓 좀 보게, 야 이 xxx야 얼른 돌아와서 자리에 앉아서 사과하지 못해!" 하고 소리를 질렀고, 저는 그대로 달음박질을 쳐서 그곳에서 달아났습니다.

그때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채 그저 달려서 달아났습니다.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숨을 골랐고, 멍하고 벙떠서 그날 저녁에 어떻게 잠자리를 찾아서 쉬었는지, 충주 무너미마을 이오덕 어른 집으로 어떻게 돌아가서 유고정리 일을 했는지 그야말로 넋이 빠졌습니다. 다만 하나, 며칠 동안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손발이 차가웠습니다.

열 몇 해가 지났어도 그때 일은 저한테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모욕이자 치욕이자 창피이자 짜증이자 괴로움이었습니다. 문단 어른이라는 그분들한테 인사를 하러 와야 한다고 하면서 저한테 성추행을 일삼고 막말을 퍼부은 그날을 그분들이 잊었을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죄송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아직 네 시도 안 된 대낮에 소주 몇 병씩 마시고서 저지른 그 성추행과 막말은 기억하지 못하면서 '이오덕 어른 유고시집 문제'로 언쟁을 벌였다는 대목은 떠오른다고요? 쉬고 싶네요. 그대여, 그대 문단 어른이여,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주소서. 그대가 참으로 문단 어른이라면.
덧붙이는 글 "조용히 쉬고 싶다," 이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쉬되, 지난일을 못 떠올리거나 엉뚱하게 떠올리는 문단 어른한테 한말씀을 올리고서 쉬고 싶습니다.
#문단성추행 #문단성폭력 #이승철 시인 #갑질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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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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