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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맹추격 뿌리친 여자 컬링, 연장 접전 끝에 승리

[평창 컬링] '스킵' 김은정, 환상의 투구에 힘입어 8-7로 이겨... 25일 스웨덴과 결승

18.02.23 23:39최종업데이트18.02.2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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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수가 기뻐하며 안경을 벗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김영미 선수가 결승진출에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새로운 역사를 써내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여자 컬링팀이 예선에서 유일하게 패배했던 '숙적' 일본을 꺾고 올림픽 최초로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김은정(28·경북체육회) 스킵이 이끄는 여자 컬링 대표팀은 23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8-7로 승리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데뷔전을 치른 한국 여자 컬링은 두 번째 올림픽 참가인 평창에서 기적을 이뤄내고 있다. 한국 여자 컬링팀은 예선에서 최강국 캐나다, 스위스를 비롯해 종주국 영국 등 일본을 뺀 모든 국가를 꺾고 9전 8승 1패라는 대기록을 써내며 당당히 조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만난 일본은 한국 여자컬링이 예선전에서 유일하게 패했던 팀이다. 당시 한국은 9엔드까지 거의 승기를 잡은 상태였지만 스킵 김은정의 실수로 역전을 허용하며 아깝게 패했다. 뼈아팠던 기억을 갖고 있던 한국 여자 대표팀은 '두 번의 실수는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이날 한국은 초반부터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앞서 나갔다. 반면 일본은 중반을 넘어서며 결정적인 실책을 했고 후지사와 사츠키 스킵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내며 간신히 방어를 해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후지사와는 9·10엔드에 놀라운 샷을 선보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네 명의 선수가 모두 고른 기량을 선보이며 굿 샷을 선보인 한국이 일본을 제압하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 '마지막 투구, 들어갔다' 23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엑스트라 엔드에서 한국의 마지막 스톤이 티에서 1번 스톤으로 자리잡자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겼다!' 환호하는 '팀킴'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에서 승리를 확정하고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결승진출을 확정한 한국 여자 컬링팀 선수들이 부둥켜 안고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1엔드 후공 기회 살려 3득점 성공

한국의 후공으로 시작한 1엔드, 한국은 이번 올림픽 경기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1엔드를 만들어 냈다. 한국은 일본이 가져다놓은 스톤을 그대로 밀어내며 하우스 안 스톤 색깔을 온통 한국 것으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김은정이 투구한 마지막 스톤도 일본 것을 밀어내며 먼저 하우스 안에 위치했던 2개의 스톤까지 더해 3점을 따냈다.

2엔드에서 한국은 침착하게 투구를 펼쳤지만 김은정의 마지막 스톤 속도가 조금 약했고, 일본은 이미 하우스 안에 있던 1번 스톤에 마지막 스톤도 버튼 가운데 위치시키며 2점을 획득해, 3-2로 점수 차가 좁혀졌다.

다시 심기일전하며 진행한 3엔드에서 한국은 2점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아쉽게도 1점을 추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김경애와 김선영의 연속 테이크아웃을 성공해 내며 하우스의 버튼 주변에 무려 4개의 스톤을 선점했다. 일본은 프리즈 샷 등을 이용해 한국의 스톤을 살짝 밀어내고 실점 방어에 나섰다. 그리고 이미 한국의 스톤이 1번 위치에 있는 상황에서 김은정이 마지막 스톤을 던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스톤이 다른 한국 스톤과 조금 세게 맞으면서, 1점 획득에 그쳤다. 이어진 4엔드에서는 양 팀이 서로의 스톤을 제거하는데 집중한 가운데 한국은 후공의 기회를 잡은 일본에 1점만 내주면서 방어에 성공했다.

5엔드, 김선영 환상의 테이크 아웃으로 2점 추가

중반부로 접어든 5엔드, 세컨드 김선영이 큰 일을 해냈다. 컬링 전체 경기 중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상대방의 가드스톤을 정확히 맞쳐낸 김선영은 일본의 가드스톤을 제거한 데 이어, 바로 뒤에 있던 하우스 앞쪽의 일본 스톤, 그리고 뒤에 있던 일본 스톤까지 한꺼번에 모두 세 개를 제거해 큰 박수를 받았다. 단 하나의 스톤으로 하우스에 있던 일본 스톤을 모두 없앤 것이다.

이어 김경애도 한꺼번에 일본 스톤 두 개를 내보내는 더블 테이크 아웃에 성공하면서 일본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일본의 스킵 후지사와는 마지막 스톤으로 더블 테이크 아웃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김은정이 침착하게 버튼 중앙에 스톤을 놓으며 2점을 추가해 6-3으로 전반부 경기를 마쳤다.

6엔드 일본은 후공 기회를 잡았지만, 김경애의 더블 테이크 아웃과 김은정의 히트 앤 롤(Hit and Roll) 등의 기술에 막혀 1점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에서 '팀킴' 선수들이 승리를 확정하고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7, 8엔드 일본 연속 실수... 기회 잡은 한국

후공 기회를 다시 잡은 한국은 7엔드에서 일본의 실수가 난 틈을 나 블랭크 엔드(Black End)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일본은 네 번째 스톤에서 속도조절에 실패하고 하우스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 틈을 노려 세컨드 김선영이 두 번 연속으로 가드를 열어 공격활로 확보했다. 이후 김은정이 일본 스톤 두 개를 동시에 쳐내며 더블 테이크 아웃에 성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일본 스톤과 함께 자신들의 스톤도 내보며 블랭크 엔드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마지막 10엔드의 후공권을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왔다.

8엔드에서 또 일본의 실책이 나왔다. 일본은 7엔드와 마찬가지로 네 번째 스톤을 그대로 하우스 밖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김경애는 하우스 맨 앞쪽에 위치했던 일본 스톤만을 골라서 내보내는 정밀한 타격을 선보였다. 그리고 김은정이 완벽한 투구 조절로 한국 스톤 바로 뒤에 뭉쳐있던 일본 스톤 두 개 중 하나를 제거했다. 일본은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스킵 후지사와가 버튼 중앙에 스톤을 놓는 절묘한 샷을 선보였다. 김은정은 이 스톤을 밀어내고자 했지만 다른 일본 스톤을 제거하는 것은 실패했고 1점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점수는 7-4로 벌어졌다.

후지사와의 반격... 연장에서 빛난 김은정의 투구 

후반으로 갈수록 일본 스킵 후지사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9엔드 마지막 상황에서 후지사와는 완벽한 힘 조절을 겸비한 정교한 투구로 한국의 스톤을 밀어내고 1,2번 스톤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며 2점을 추가해 7-6으로 추격했다. 그리고 마지막 10엔드, 한국은 초반 두 개의 스톤을 일본이 앞서 세워놓은 가드를 살짝 맞춰 경로를 열었다. 후지사와는 한국의 가드 스톤 뒤에 숨는 샷을 선보인데 이어 가드까지 세워 하우스에 있던 자신의 스톤을 숨기는 등 끝까지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운명의 마지막 스톤에서 김은정은 일본 스톤을 밀쳐냈지만 밀려난 일본스톤보다 더 멀리 나가면서 결국 7-7 동점이 돼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으로 넘어간 승부, 김영미의 첫 스톤은 하우스 밖으로 나가버렸지만 두 번째 스톤은 하우스에 정확히 안착했다. 그리고 김선영과 김경애가 정확히 가드를 제거해 냈다. 일본은 후지사와가 가드를 세우는 등 먼저 하우스에 위치한 스톤을 보호하는 데 힘썼다.

김은정이 일본 스톤을 정확히 밀어냈지만 후지사와는 기어코 하우스 중앙에 한국 스톤보다 더 가깝게 자신의 스톤을 배치해 냈다. 엄청난 압박감이 오는 상황에서 김은정은 침착하면서도 정확하게 투구했다. 김은정이 던진 스톤이 일본의 스톤 바로 앞에 서면서 결국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한편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오는 25일 오전 9시 5분 스웨덴과 결승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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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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