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차량 절도한 캐나다 선수 일행에 벌금?

영월지청, 아직 형 확정된 건 아냐... 캐나다 현지언론 "형량 가벼워 보인다" 보도하기도

등록 2018.02.26 15:53수정 2018.02.26 15:53
6
원고료로 응원
a

캐나다 올릭픽 대표팀 스키선수 데이브 던킨과 그의 아내, 코치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한국인 A씨의 차량을 절도한 것과 관련한 캐나다 CBC 방송의 보도. ⓒ CBC 갈무리


차량 절도와 음주운전 혐의로 강원지방경찰청에 불구속 입건된 캐나다 국가대표팀 스키선수와 코치에 대해 사실상 벌금이 부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캐나다 현지 언론은 범죄를 저지른 선수·관계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캐나다 크로스 스키(프리스타일) 대표팀 데이브 던컨(Dave Duncan, 35)과 그의 아내 마자(Maja, 32), 코치 윌리 레인(Willy Raine, 48)는 평창에서 지난 24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민간인의 차량을 훔쳐 선수촌까지 몰고 갔다. 강원지방경찰청은 데이브 던컨과 마자에 절도 혐의, 운전대를 잡은 윌리 레인에 도로교통법 위반·절도 혐의가 있다고 보고 불구속 입건했다.

<오마이뉴스>의 확인 결과, 데이브 던컨과 그 관계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 관계자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벌금(약식명령) 납부에 대비, 외국인 보관금 제도를 통해 범죄 사실에 상응하는 금액이 예납됐다"라고 설명했다. 보관금 납부 사실이 확인되면 이들에게 내려졌던 출국금지 조치는 해제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월지청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한 선고가 곧 이뤄져 처벌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CBC 방송은 "데이브 던컨과 마자에 각각 100만 원, 윌리 레인에 500만 원이 부과됐다"라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보기).

참고로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형법에 따르면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으며,(형법 329조) 2인 이상이 합동한 절도죄의 경우는 특수절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한다.(형법 331조). 또한 권리자의 동의 없이 타인의 자동차 등을 일시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돼 있다.(자동차등 불법사용).

"국가대표 선수 일행이 이런 짓 하다니... 차량 손해는 누가 보상하나"

CBC 라디오는 "혐의에 비교해봤을 때 형량이 비교적 가벼워 보인다"라고 보도하는 등 현지 언론은 비판적인 분위기다. CBC 자사 인터넷판 기사에서 데이브 던컨과 관계자의 공식 사과 내용과 피해자 A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함께 보도했다.


데이브 던컨은 공식 배표자료를 통해 "우리는 부족한 판단으로 캐나다 올릭핌 대표팀과 캐나다인에게 기대되는 기준에 상응하지 못하는 일을 했다"라면서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피해자 A씨는 CBC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관광객이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와 그의 아내 그리고 코치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용서할 수 없다, 그들이 설명하고 사과했다면 용서했을 텐데, 그 어느 누구도 내게 (이 사건과 관련해) 말한 게 없다, 그들이 왜 그랬는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A씨의 말을 종합해보면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A씨는 "캐나다 선수 일행이 내 차를 음주 상태로 운전하는 동안 차가 파손됐는데, 누구에게 이 금전적 피해를 물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아무도 내 차량이 입은 손해에 신경쓰지 않았다, 경찰은 '민사 소송을 걸어라'고만 말했다"라고 밝혔다.

CBC 라디오 프로그램 중 하나인 '월드리포트'는 "벌금만 내고 풀려났다는데 캐나다가 한국보다 힘이 세서 그런 거 같다, 속상하다"라는 A씨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지역신문 <토론토스타>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브루스 아서(Bruce Arthur)는 지난 24일 칼럼에서 "캐나다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 29개, 종합 3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지만 이번 기쁨도 잠시뿐"이라면서 "이들(데이브 던컨과 그 관계자)의 행동은 명백히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브루스 아서는 "캐나다가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의혹에 대해 클린 스포츠 정신을 위반한 행위라며 비판했지만 정작 이번 음주 사건으로 인해 캐나다의 도덕적인 자부심에도 의문이 든다"라고 꼬집었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CIC)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피하는 모양새다. 크리스 오버홀트 CIC 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강릉미디어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복잡하진 않다.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지켜보면 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a

캐나다 선수 음주 관련 기자회견 25일 오전 강릉 올림픽 미디어촌에서 캐나다 올림픽 위원회 CEO 크리스 오보홀트가 캐나다 국가대표팀 스키선수의 음주 관련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The Canadian Press


#캐나다 #경찰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세 자녀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장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