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시민은 사회혁신을 할 수 있을까요?

사회혁신 추진계획 시· 도 순회 설명회를 다녀와서

등록 2018.02.26 15:02수정 2018.02.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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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수요일 수원시 체육회관 대회의실(2층)에서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추진단 주최, 사회혁신 추진계획 시도·순회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김 실장님,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요."

 "예, 그럼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행사입니까?"

 "사회혁신 관련해서 설명회가 있다는데요. 시청에서 다들 모여서 단체로 버스 타고 간다고 했으니 제가 데려다줄게요."

 "아이고, 시내버스 타고 가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사장님 차에서 내려 설명회 장소로 가는 단체 버스를 탔습니다. 좌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었는데 왠지 저만 일반 시민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갈 자리가 아닌가......'


창밖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수원종합운동장에 도착했고 이날 처음 만난 일행들과 함께 대회의실로 이동했습니다.

사회혁신 공모사업 설명회 사회혁신, 공모사업으로 만든다? ⓒ 김재훈


설명회에는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사회혁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민간에서 오신 분 있으시면 손을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제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손을 들지 않았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습니다. 과연 손을 든 사람은 몇 명이었을까요? 담당자의 표정을 보고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일반 시민들은 많이 없다는 것을 말이죠.

설명회 자료집 여기엔 시민이 사회혁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들어 있다. ⓒ 김재훈


자료집의 참석 대상은 지자체(광역 및 기초), 중간지원조직,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저와 같은 시민은 '등'에 속했습니다.

 "이제 협동과 신뢰로 만들어가는 사회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변화가 시작됩니다."

장내에는 스크린 영상 속 성우의 경쾌하고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혁신이란

사회혁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 김재훈


 "혁신이란 과거의 낡은 풍속이나 관행, 조직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혁신이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방법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시민이 주체가 되어 사회혁신을 주도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시민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담당자의 혁신과 사회혁신의 정의, 사회혁신 사례 소개가 끝나고 시민들을 위한 사회혁신 지원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구현을 위한 2018년 사회혁신 지원 사업 설명회'라는 자료집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민이 없는 곳에서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혁신 지원에 대해 이야기한다니.......'

의아했지만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자료집을 점점 넘길수록 제 가슴속에서 무언가 끓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민을 위한 사회혁신 지원은 '공모 사업'으로

각 담당자들이 제시한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혁신'을 위한 지원 내용은 크게 4가지로 국민 참여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지역거점별 소통협력 공간 조성, 공공유휴공간 민간 활용 지원 사업, 주민 체감형 디지털 사회혁신 활성화 사업입니다. 지원 규모는 총 100억이 넘습니다.

4가지 큰 사업은 세부 사업으로 나눠집니다. 당시 설명을 들을 때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자료집을 살펴보며 내용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공모사업 정보 100억이 넘는 지원은 이렇게 쓰여진다. ⓒ 김재훈



공모 사업에 더 자세한 내용은 행정안전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 주소를 복사하여 찾아가시면 설명회 관련 자료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mois.go.kr/frt/sub/a06/b02/socialinnovationData/screen.do)

"오늘이 2월 21일인데 사업 공고가 대부분 2월에 나고 선정이 3월, 4월에 이뤄지네요.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것 같습니다. 일정을 늦춰 주실 수 있나요?"

 "공모 사업 종류가 많아서 저희가 하려는 일이 어디에 적합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민들이 제시한 사업 아이디어를 받아서 주최 측에서 적합한 쪽으로 분류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사회혁신을 위해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이번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설명을 들어보니까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설명회는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사업 선정 수가 생각보다 적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다 수용하시려고 합니까?"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해당 담당자들의 대답이 있었지만 저는 그 대답에 참석자들이 만족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질문은 여기까지 받겠습니다. 자료집 뒤 쪽 29페이지에 사업별 담당자 연락처와 이메일이 언제든지 질문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잘 될까요?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시민에게서 찾는 사회혁신 방안

'국민이 주인인 정부 구현을 위해서!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혁신을 위해서!'라는 사회혁신추진단의 목표는 참 좋고, 저도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 해답이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질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오늘이 2월 21일인데 사업 공고가 대부분 2월에 나고 선정이 3월, 4월에 이뤄지네요.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것 같습니다. 일정을 늦춰 주실 수 있나요?"

: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추진 일정도 시민들과 상의를 통해 결정하는 혁신을 기대한 것은 아닐까요.

-  "공모 사업 종류가 많아서 저희가 하려는 일이 어디에 적합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민들이 제시한 사업 아이디어를 받아서 주최 측에서 적합한 쪽으로 분류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 시민들이 생각하는 사회혁신 아이디어는 다양할 것입니다. 사회혁신추진단이 제시한 공모 사업의 종류에 딱 맞는 것도 있을 것이며, 종류 중 2~3가지 특성을 가진 것도, 정말 새로운 아이디어라 종류를 벗어나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시민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살펴보며 분류하는 방식은 정말 혁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분류 과정 속에서 시민들의 아이디어들을 합치고 장점을 보강한다면 정말 멋진 것이 나올 것 같습니다.

- "저는 사회혁신을 위해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이번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설명을 들어보니까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시민과 자치단체가 함께 조직을 꾸려서 사업을 진행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런 방식으로 하면 사회혁신이 더 잘 이루어지나요? 이 방식이 기존에 했던 방식과 다른가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이 주는 좋은 점과 방법까지 알려준다면 시민들이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설명회는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사업 선정 수가 생각보다 적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다 수용하시려고 합니까?"

" 공모 사업에 도전하는 시민들은 주민,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모으고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선정되지 못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나타나겠지요. 명단에 없는 것을 확인한다면 기존처럼 다음에 도전하든지, 포기하면 될까요? 능력이 부족했음을 탓하면서요?

애초에 선정 수가 너무 적었을 수도 있습니다. 1개의 팀에 줄 지원을 10개 팀에 주는 것은 어떤가요? 지원이 많아야 사회혁신을 할 수 있나요?

그리고 선정되지 못한 이유를 알려주는, 선정되지 못한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공모 사업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습니다.  사회혁신단이 추진하는 공모사업은 어떨까요.

사회혁신 추진을 새로운 방식으로

참석자들은 사회혁신을 위해 최대한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 자리에 참석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면, 국민이 주인인 정부 구현과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혁신을 위한 좋은 방법들이 더 쏟아져 나왔을 것입니다.

"사회혁신추진단이 만들어지기 전에 시민들과 사회혁신에 대해, 사회혁신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깊게, 길게 논의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그 자리에서 하지 못했던 질문을 저도 지금 해봅니다.

모험과 실험을 앞둔 사회혁신추진단 그들이 말하는 더 나은 변화는 시작될까? ⓒ 김재훈


"사회혁신 분야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깊고 넓게 퍼지고 있다. 이 분야가 더욱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모든 부분에 가르칠 점이 있을 뿐 아니라 모든 부문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혁신에는 전문가나 교수가 없다(아직은!). 오직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는 실천가들이 있을 뿐이다. 또한 사회혁신 분야에서는 누구든지 관찰자로 남지 않고 참여자가 될 수 있다." - 제프 멀건

<사회혁신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하며, 어떻게 추진하는가>라는 책에 나온 말입니다.

사회혁신추진단은 이 공모 사업으로 이제 협동과 신뢰로 만들어가는 사회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우리나라의 사회혁신이 재미있어진다면, 실천가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면, 무엇보다 시민 모두를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로 만들 수 있다면 그들이 말하는 변화가 충분히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회혁신추진단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재미있는 사회혁신인지, 재미있는 사회혁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실천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 모두가 참여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시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우리,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사회혁신의 길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설명회를 다녀오고 난 후 좁은 시각으로 사회혁신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누구든지 언제든지 비판해주길 바랍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사회혁신에 대한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 #사회문제 #사회혁신 #사회적가치 #사회혁신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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