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마른 사람, 음식량보다 미생물 차이?

존 L. 잉그럼의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등록 2018.03.02 20:54수정 2018.03.0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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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표지 존 L. 잉그럼의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 이케이북


생선 비린내는 왜 나는 걸까요? 그 독특한 비린내가 실은 미생물의 활동 때문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른바 '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 박테리아 말이죠.

그 박테리아는 생선의 부패를 통해서 대사 에너지를 획득하기 때문에, 그렇게 냄새를 풍긴다고 합니다. 물론 민물 생선은 부패할 때까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하죠.


더 놀라운 것도 있습니다. 바다 생선의 표면에서 밝은 빛이 드러나는 것 말입니다. 그것도 실은 미생물 곧 '발광성 박테리아' 때문이라고 하죠.

바다 생선들이 녀석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면, 밀집된 발광성 박테리아 세포들이 그런 빛을 띤다는 것입니다.

보기에는 아주 흉측하게 생겨 지옥을 연상케 하지만 탕으로 끓여 먹으면 천국의 맛을 생각나게 하는 '아귀'도 그렇다고 합니다.

아귀의 머리 위에 솟아 잇는 부속기관의 그 끝에 발광기관이 있는데, 다른 조그만 바다 생물들이 모두 그 빛에 현혹돼 죽음을 자초한다고 하죠. 그것은 상어의 배에 있는 발광기관도 다르지 않는데, 그렇게 미생물로 가득 찬 발광기관으로 인해 여러 생물들이 유혹과 함께 화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미생물의 활동은 또 있습니다. 고요한 연못이나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표면 위로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죠. 나는 그런 기포가 그 밑을 지나가는 물고기가 숨을 쉬고 있어서 그것들이 올라오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포 역시 미생물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강바닥의 진흙 덩이 앙금 속에 살고 있는 '고세균'이 만들어내는 메탄이 올라오는 것이라고 하죠.


"치즈를 만드는 데 가장 다양하게 관여하는 미생물은 젖산균 혼합물로 일반적으로 락토코커스 락티스(Lactococcus lactis)가 포함되어 있고, 그 밖에도 이 박테리아 혼합물에 든 다른 많은 종들이 특정한 종류의 치즈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젖산균은 확실한 발효제이다. 이 박테리아는 발효밖에 하지 않는다."(72쪽)

존 L. 잉그럼의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치즈도 실은 '젖샂균'이라는 미생물의 산물이고, 그 다양한 치즈의 맛과 모양도 모두 미생물 덕분에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치즈를 만드는 원재료인 우유도 '셀룰로오스'를 쪼개는 미생물의 독특한 능력에 의존한다고 하죠.

이 책은 그처럼 30억 년 전부터 존재해 온 미생물의 총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미생물 중 작물을 손상시키고 가축에게 해를 입히고 음식을 부패시켜 질병을 유발하고 가끔은 인간도 죽이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그것은 극소수일 뿐 오히려 수많은 미생물들의 면역체계 덕분에 인간은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마음껏 문화를 누리며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소는 자신이 섭취한 풀과 다른 식물들을 반추위의 미생물들이 셀룰로오스를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을 만큼 미세하게 갈아야 한다. 소는 음식물을 빠르게 섭취한다. 그런 다음 나중에 음식물을 한 덩어리 게워서 다시 씹어 더 작은 조각으로 만든다. 이 과정을 되새김질이라고 한다."(121쪽)

이른바 소의 되새김질을 말하고 있습니다. 소들은 하루에 열 시간 쯤 되새김질을 한다고 하죠. 그런데 그것이 위에 부담을 주지 않게 하거나 더 작은 조각을 만들어 삼키기 위함보다는 '셀룰라아제' 즉 건초를 당분으로 분해시키는 미생물 때문에 그렇게 많은 되새김질을 하는 것이라고 하죠. 그것은 소뿐만 아니라 150여 종에 달하는 반추동물 모두가 그런 분해 산물과 미생물 세포를 이용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반추동물과는 다를지라도, 우리 인간들도 더 많이 씹고, 더 잘게 여러 번 씹어 삼키면 더 많은 소화 미생물들이 작용하게 되는 걸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높겠죠. 이 책에 따르면 뚱뚱한 사람들이 마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칼로리를 흡수하는 이유도 특정 종류의 미생물 때문이라고 밝혀주고 있습니다.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장내 미생물 수를 비교해 본 결과도 이 개념을 뒷받침한다. 전통적인 미생물 배양 방식으로 이 어마어마한 미생물의 숫자를 세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지만, 장내 미생물의 DNA염기 서열을 정하는 현대적 접근법 덕분에 장내에 존재하는 미생물 종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연구를 통해서 뚱뚱한 사람들이 마른 사람들보다 특정한 종류의 박테리아를 훨씬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136쪽)

놀랍게도 이 사실은 얼마 전에 읽은 가네오 야스코·히비노 다쿠의 〈내가 사랑한 생물학〉에서도 비슷하게 알려주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른바 비만인 사람과 마른 사람의 체네 장내세균을 각각 체취해서 무균 쥐의 장에 이식을 했을 경우, 비만인 사람의 장내세균을 이식한 쥐는 살이 쪘고 그렇지 않는 쥐는 살이 찌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도 단순한 음식량의 섭취보다 미생물의 영향을 더 받고 있다는 뜻이죠.

"미생물이 생성한 다량의 DMS(연간 5,000만톤이상으로 추정된다)가 바다에서 대기 중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거기서 복사열이 DMS을 나노 크기의 황산염 입자로 전환시켜 수증기를 응집시키는에어로졸(aerosol)을 형성하여 구름을 만든다. 한번 구름이 형성되면 에어로졸은 이것이 응축되어 물방울로 변하는 속도를 늦춰 이들을 안정시킨다."(383쪽)

바다 위의 하얀 뭉게 구름. 상상만 해도 멋진 구름인데, 그것들이 실은 미생물의 합작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와편모충류와 바다의 식물 프랑크톤을 이루는 특정 진핵 미생물들이 그렇게 바다 위의 구름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죠. 더욱이 화편모충류는 그 스트레스가 감소하면 구름형성도 감소하고,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 구름형성도 증가한다고 하니, 놀라운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과 같이 다양한 미생물들의 활동에 대해 알려주는 이 책을 읽고 있자면, 지금까지의 인류는 미생물의 덕택 속에 살아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내가 사무실이나 바깥에서 한 모금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것도 그런 미생물의 덕택임을 깨닫게 되죠.

그만큼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친숙한 환경에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의 상황까지, 자유롭게 살고 있는 우리의 작은 이웃인 미생물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모두가 탐독해 봐야 할 책이지 않나 싶습니다.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존 L. 잉그럼 지음, 김지원 옮김,
이케이북(이미디어그룹), 2018


#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 #락토코커스 락티스(LACTOCOCCUS L #고세균 와편모충류 식물 프랑크톤 #발광성 박테리아 #셀룰라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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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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