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의 시작이자 끝, 세상에 이런 기관이 있다니

[적폐 탐정단-국회사무처편 ⑤] '무소불위' 끝판왕... "혜택 독점에 비리 감추기"

등록 2018.03.05 07:54수정 2018.03.0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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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가 '적폐 탐정단'을 꾸렸습니다. 이름 그대로 권력의 그늘 아래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가 추적 대상입니다. 그 첫 번째로 국회 사무처를 택했습니다. 시민 세금이 1년에 900억 원 넘게 쓰이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외부 감사는 없습니다. 국회의원들 또한 '집안 문제'라고 사실상 모른 척 합니다.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모두 공개하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17년 9월부터 33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그 실태를 파고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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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기. 사진은 지난 2014년 5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한자(國)를 한글(국회)로 변경된 국회기를 게양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지난해 <오마이뉴스> '적폐 탐정단'이 내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적폐가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주저 없이 "국회사무처"라고 답변했다. 가장 유명한 '국회'를 보좌하는 기관인 '국회사무처'는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이다. 모든 언론은 국회의원에게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4년마다 바뀌지만 '입법고시'로 대변되는 국회사무처의 권력은 영원히 지속한다. 영원한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를 발생시키고, 온갖 적폐를 키워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그러면 타 기관보다 국회사무처는 어떤 적폐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우선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투명성'이다. 국회는 놀라울 정도로 폐쇄적이다. 정보공개청구, 국회의원 자료제출 요구 등에 대해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다. 2003년 7월 10일,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은 국회사무처와 벌인 정보공개소송에서 승소해 이런 논평을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정보공개사업단 담당 간사였다.

15년전 판결 있었지만... 국회사무처는 여전히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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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10일,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은 국회사무처와 벌인 정보공개소송에서 승소해 '국회 특수활동비와 의원 외유 정보도 알 권리 대상임을 확인한 판결'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 참여연대


"국가 기밀이나 안보 혹은 국방·통일·외교관계를 해친다는 이유로 국회의 예비금과 위원회 활동비 지출내역, 국회의원 외유와 관련된 서류 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 2003년 7월 10일 논평

무려 15년 전 일이고, 그동안 국회에서 수많은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도 저 논평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회사무처는 여전히 국회예비금과 관련 된 서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위와 관련 된 소송은 위 사례와 별건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며 2017년 12월 '국회 특수활동비 수령인·세부내역 공개하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도 여전히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참고로 국회 특수활동비는 2017년 85억 원, 2018년 65억 원이 배정됐다.

세상 어떤 기관이 15년 전에 공개로 판결난 것을 지금까지 비공개하고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 최근 <오마이뉴스>의 '국회 사무총장 업무추진비 상세내역' 정보공개청구 에 대해서 '기관장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위 자료는 거의 모든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이 공개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필자가 정보공개심의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사용처, 현금/카드여부, 인원, 금액에 대해 정보공개청구가 없어도 매달 모든 부서가 공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국회사무처의 논리대로라면 박원순 시장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업무수행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인지 궁금하다. 기본 중에 기본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


'박근혜 선물 목록' 속 썩어가는 느낌, 국회사무처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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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직 시절 받은 선물 목록. 경악을 금치 못했다.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필자는 정보공개청구를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를 보면 그 기관의 '건강성'을 읽을 수 있다. 오래된 경험에서 나온 육감 같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재직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받은 선물 목록에 대한 정보공개답변서를 본 적이 있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악한 그 답변서를 보고 박근혜 정부가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국회사무처에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음 문제로는 감사 등 외부적 견제 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타 기관은 감사원이나 상급 기관의 정기적인 감사를 받는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외부감사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상급기관도 없다.

그렇다 보니 국회사무처 행정은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국회사무처가 발주한 연구용역은 전직 보좌진들이 주축이 된 '입법정책연구회'와 전·현직 입법부 공무원이 주축이 된 '한국의정연구회'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 분석한 연구용역서는 대부분 복사 수준의 표절로 드러나고 있다. 기가 막힌 현실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외부감사가 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사실상 국회운영위가 이를 감사하도록 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도 직원들 눈치 보느라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다. 하늘 아래 이런 행정기관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에 대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시갑)은 2017년 11월 국회운영위원에서 "국회지원부서는 폐쇄적이다. 언터처블이다. 행정부의 감사감찰, 수사기능이 여기에 미치지 않는다. 국회입법고시 출신들이 강한 결속력으로 승진이나 혜택을 독점하고 비리는 서로 감춰준다. 국회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사무처 직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각종 사건사고 빈번해도 대부분 '경징계'... 국민 불신만 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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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 소개 된 국회사무처의 역할. ⓒ 국회사무처 홈페이지 갈무리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의 청렴의식도 엉망이다. 2017년 음주운전만 20여 회 발각됐고, 상해, 회계질서 문란, 성추행 등도 발생했지만 대부분 경징계에 그쳤다. 일반 행정기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국회사무처는 '비공개 관행 지속 → 기관 부패 증가 → 각종 사건사고 발생 및 예산 낭비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들의 안일한 감시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국회특수활동비의 경우 그 사용 내역을 국회의원과 사무처가 연대해 공개하지 않음으로 국민적 불신으로 키우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얼마 전 김성태 국회운영위원장(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은 청와대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고 임종석 비서실장을 단상에 서게 했다. 내 눈에 들보를 보지 못하고 남 눈의 티끌을 지적하면 누가 그 지적을 받아들일까? 향후 국회사무처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별기획 '적폐 탐정단-국회사무처편' 기사]
① 마구잡이 표절, 숫자는 엉터리 국회 용역 19억원 왜 '눈 먼 돈' 됐나
② 국회도서관 사무실 7년 동안 '공짜'로 쓴 비결은?
③ 성매매 해도 '감봉 2개월'... 음주운전·폭행에도 국회사무처 '물징계'
④ 박원순 고깃집 8만원 지출도 공개... 국회는 "공개하면 업무수행에 지장"
덧붙이는 글 전진한 기자는 알권리연구소 소장이자 국가기록개혁TF 위원입니다.
#국회사무처 #정보공개청구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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