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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없이 떠난 축구선수 김정빈, 그의 새로운 도전

[인터뷰] "선수생활 마감, 아쉬우면서 홀가분... 지도자 꿈 키워 팬들 다시 만날 것"

18.03.06 14:54최종업데이트18.03.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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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가 프로무대에서 뛰기까지는 얼마나 심한 경쟁을 이겨내야 할까? 하지만 막상 꿈에 그리던 프로무대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화려한 길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프로무대에 진출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선수들은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 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꾸준함을 원할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사람은 후자를 추구한 선수였다. 비록 화려하지는 못했지만 선수로서의 꾸준함을 유지했던 김정빈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월, 그는 그의 마지막 클럽인 경남FC에서 승격이라는 성과를 지켜보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공식적인 은퇴식 없이 개인 SNS 계정으로 조용히 은퇴를 발표하였다.

사실 많은 팬들이 그를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국내 팬이라면 그의 이름을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만큼 그는 기복 없이 늘 꾸준했던 선수였다.

지난 2월 27일 수원역 근처 카페에서 그의 얘기를 들었다. 다음은 선수로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김정빈씨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수원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김정빈 씨 . ⓒ 김정빈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프로 축구 선수로서 7시즌 동안 활동하다가 지난 1월, 경남FC에서 은퇴를 하게 된 김정빈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대학 축구 지도자로 지내고 있습니다."

- 마지막 시즌에 승격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셨는데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몸 담았던 팀은 모두 승격 혹은 우승을 했었습니다(웃음). 하지만 팀이 우승이나 승격을 한 후에는, 제가 항상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하게 되어서 그 부분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성과들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며, 지도자로서도 제가 속해있는 팀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은 아쉬움이 크네요(웃음)."

-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하신 이유는?
"네, 처음에는 주변에서 많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작년까지도 몸상태가 좋은 상황이었고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왜 벌써 은퇴를 하냐고 말리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점에서 지도자로 전향하는 것이 더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아쉬움과 섭섭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제 서서히 나이가 들고, 구단 내에서도 저같이 애매한 나이의 선수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선수로서 성공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마음 한 편에 간직하고 있었던 지도자의 꿈을 펼쳐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 타이밍에 문영래 감독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신 덕분에,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학교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에는 감독님께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면서 코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정말 재미있게 코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선수생활 마무리한 소감 "아쉬움 반, 홀가분함 반"

▲ 지난 1월,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한 김정빈 . ⓒ 김정빈


-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소감은?
"'아쉬움 반, 홀가분함 반'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웃음). 사실 프로 시절 제 포지션에서 경기를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도 합니다. 학창시절 원래 저는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였습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 진출하면서부터 용병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 그 때문에 뚜렷한 포지션 없이 공격부터 수비까지 정말 모든 포지션에서 돌아다녔습니다. 그 점에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반면에 먹는 것이나 자는 것에서 자유로워진 부분은 정말 홀가분 합니다. 선수 시절에는 먹는 것, 자는 것 등 많은 부분에 신경써야 했었는데 이제 조금은 자유롭게 먹고 즐기고 있습니다(웃음). 무엇보다도 이제는 자기 전에 라면을 먹고 잘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근데 벌써 살이 찐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 현역 시절 어떤 선수(장점)였나요?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저는 공격부터 수비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활동을 했었습니다. 공격수로 뛸 때는 수비 뒷공간을 부지런히 침투하며 상대수비를 힘들게 하였고, 주로 골을 넣는 플레이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미드필더로 경기할 때는, 많은 활동량으로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면서 공격 연계와 중앙 지역에서의 볼 다툼을 주로 하며 팀 수비에 도움을 주는 플레이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윙백을 볼때는 상대사이드 공격수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플레이를 했던 선수였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을텐데 그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화려한 선수이기보다는 그저 꾸준한 선수이길 바랐습니다. 화려한 골, 어시스트보다는 오랫동안, 성실하게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죠. 정말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팬분들께 다가가고 싶었는데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게 남습니다."

▲ 한 시즌 동안 수원FC의 주장으로 활동한 그이다 . ⓒ 김정빈


- 수원FC 당시 주장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의 마음가짐은?
"아무래도 주장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다 보니 더 책임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팀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제가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선수들의 생일도 하나하나 다 챙기고 작은 하나까지도 전부 챙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저는 생일 축하 노래 하나만으로도 팀이 하나되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프로 축구팀은 팀 내 분위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경남FC 시절에는 '아재 모임'이라는 고참 선수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굉장히 자주 모임을 가졌었어요(웃음). 그 결과 경기장에서 자연스럽게 모임에 속해있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잘 맞을 수밖에 없었고, 어린 선수들도 선배들을 보면서 스스로 좋은 분위기를 이끌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는 팀마다 우승 혹은 승격을 하게 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 축구선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스피드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축구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말한 스피드는 단순히 속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경기를 빠르게 볼 줄 아는 시야도 의미하죠. 사실 저 역시도 현역 시절에 이러한 스피드들을 잘 이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웃음).

하지만 제가 가는 팀마다, 예를들어 수원에서는 몸적인 스피드를, 경남에서는 생각의 스피드를 추구하였습니다. 팀마다 각기 다른 의미의 스피드를 추구한다는 것이죠. 그만큼 현대 축구에 있어서는 스피드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던 한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 현역 시절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던 김정빈 . ⓒ 김정빈


- 현역 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수원FC에서의 데뷔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대전 시티즌을 상대로 역전골을 넣었거든요(웃음). 당시 수비수가 한 4~5명 정도 있었는데 그들을 모두 속이고 왼발 중거리 슛을 성공 시켰습니다. 아직도 정말 생생하네요(웃음)."

- 지도자로서 품고 있는 비전(방향)은 무엇인가요?
"제가 유명하고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기에 선수생활을 하면서 크게 인정받지 못했고, 누구보다 노력하면서 겨우 지켜오던 프로라는 타이틀이었기 때문에 항상 힘들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선수들이 프로라는 무대에 서게 되었을 때는, 조금이라도 제가 겪었던 아픔들을 겪지 않게, 프로에 가기 이전에 실력적으로나 멘탈적으로나 준비를 시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 향후 계획은?
"일단은 대학교 내에서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갖추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생각이고, 당장은 계획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제가 속한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 가르칠 생각입니다."

- 그동안 응원해주셨던 팬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부족하지만 저를 기억해주시는 팬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웃음). 좀 더 좋은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점이 아직도 너무 아쉽고 죄송스럽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는 뵐 수 없겠지만, 지도자로서 잘 준비해서 저의 최종목표인 프로 구단 감독이 되어 다시 한 번 팬분들과 소통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축구에 반드시 필요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록 화려하진 못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던 한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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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빈 지도자 원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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