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마음, 자비 키우는 게 회복 핵심

[서평] 수용전념치료(ACT) 지침서 <자비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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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수()등록 2018.03.06 13:38
살다보면 어느 누구나 다칠 수 있습니다. 상처도 입을 수 있습니다. 뛰어 놀다 넘어져 무릎을 다치기도 하고, 놀이기구를 타다 떨어져 팔이 부러지기도 합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커다란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우리를 아프고 괴롭게 하는 것은 피가 나고 뼈가 부러져 겉으로 드러나는 외과적 상처만 있는 게 아닙니다. 독감이나 설사, 그 어떤 전염병처럼 증상이나 증세만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부상, 무릎이 까져 피가 흐르고, 팔이 부러지고, 심지어 더 심한 상처를 입었을 때 우리는 병원을 찾아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받습니다.

사람은 몸만 다치고 상처 입는 게 아닙니다. 마음도 다치고 상처 입을 수 있습니다. 몸뚱이를 다치며 피라도 나고, 몸이 아프면 열이라도 나 이렇게 상처 나고 저렇게 아프다는 걸 드러내지만 마음에 드는 상처는 피도 흐르지도 않고, 열로도 드러나지도 않는 무형의 상처입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마음에 든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지치고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고, 상처 입을 마음을 다스려 주는 심리치료법이 두루 있습니다.

수용전념치료(ACT) 지침서 <자비의 과학>

<자비의 과학> / 지은이 테니스 터치, 벤자민 쉔도르프, 로라 실버스타인 / 옮긴이 손정락, 최명심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2월 12일 / 값 25,000원 ⓒ 임윤수

수용전념치료(ACT) 지침서 자비의 과학>(지은이 테니스 터치, 벤자민 쉔도르프, 로라 실버스타인, 옮긴이 손정락, 최명심,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자비'를 임상에 적용한 최신 심리치료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수용전념치료(ACT)'란 아프거나 다친, 건강하지 못한 마음을 치료하는 심리치료학파의 하나입니다.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심리를 불안하게 하는 부정적인 정서들을 먼저 수용하도록 유인합니다. 그리고 현재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가치를 발견하여, 현실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실행하는 것을 중심과제로 삼도록 합니다.

즉, 문제 행동을 분리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전체 중 일부로 수용하게 합니다. 이들 서로를 상호작용으로 인식케 하여 관련된 정서나 사고 행동과 같이 심리적으로 불안을 가져 오는 요인을 변화시키거나 영향을 주는 맥락을 바꾸는데 초점을 두는 방법입니다.

책에서는 이 자비를 '수용전념치료(ACT)'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이 치료법을 각각의 경우에 어떻게 적용하였을 때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임상에 적용한 사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례'는 먼저 간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입니다. 이 방향으로 이렇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정표이자 사례별 결과물입니다.

책에서는 '자비(compassion)'라는 단어는 '고통 함께하기 혹은 측은히 여기기'라는 의미를 가진 후기 라틴어 com-pati에서 Anglo-French를 거쳐 중세 영어에서 유래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측은히 여기'는 '자비'는 '측은지심인지단야(惻隱之心仁之端也,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仁)의 시초이다)'나, '무측은지심비인야(無惻隱之心非人也, 측은지심이 없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자비는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본질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심성으로 강조되어 왔습니다.

정도와 활동도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원초적 심성 중 하나가 자비일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는 자비를 씨앗 정도로만 간직하고 있을 수 있고, 누구는 떡잎정도만 틔우고 있지만 누구는 잎이 무성할 정도로 잘 키워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자비, 상처받은 마음 치료하는 자양분

수용전념치료(ACT)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자비를 스스로 인식하게하고, 싹 틔워 무성하게 함으로 그 자비를 자양분 삼아 마음에 드리운 불안요소들을 수용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현실적 가치로 점차 치환해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엘라가 그 충격적인 경험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면, 그녀는 부끄러움에 압도되었다. 그녀는 삼촌을 좋아하고 심지어 학대당하는 얼마 동안은 기쁨을 느꼈다고 기억하고 있다. 여전히 안 좋은 것은, 삼촌에게 오빠를 데리고 갔는데 그 결과 그도 학대를 당했으며, 오빠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학대에 대해 오빠와 전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수년에 걸쳐 수치심과 자기 증오만 키워왔다. 엘라와 같은 사례에서, 우리는 학대당하고 길을 잃고 혼란스러웠던 아동기의 과거 행동과 그녀에 대한 자비로운 관점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회복의 핵심이라고 믿고 있다. -<자비의 과학>, 68쪽-


삼촌에게 학대를 당한 엘라, 몸과 마음 모두에 상처를 입은 과거를 마음의 상처로 안고 있는 엘라라고 하는 소녀에 대한 임상사례를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런 엘라의 마음을 더 무겁고 더 힘들게 하는 건 그런 삼촌에게 오빠를 데려가 오빠 또한 학대를 당하게 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몸에 든 상처는 어느새 없어지거나 회복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엘라의 마음에 든 상처는 지워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며 점점 더 짙은 병이 돼 마음의 건강을 잠식해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엘라에게도 자비는 있었습니다. 결국 자비를 메커니즘으로 해 마음에만 담고 있던 악몽 같은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게 합니다. 과거에 있던 음습한 일들, 서녀 엘라를 힘들게 하던 과거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은 자비가 심리치료에 지렛대 역할을 하며 틔운 싹이며 희망이라 생각됩니다.

책에서나 읽을 것 같은 '자비', 종교단체에서 하는 어떤 행사에서나 들을 것 같은 '자비'가 상처 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심리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말로만 하는 주장이 아니라 임상사례로 입증된 과학이라는 걸 확인하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자비의 과학> / 지은이 테니스 터치, 벤자민 쉔도르프, 로라 실버스타인 / 옮긴이 손정락, 최명심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2월 12일 / 값 25,000원

자비의 과학 - 수용전념치료(ACT) 지침서

데니스 터치 외 지음, 손정락 외 옮김,
불광출판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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