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 전염병처럼 퍼져나갈 수 있어.

[서평]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검토 완료

임윤수()등록 2018.03.07 09:02

감기바이러스처럼 기분도 전염됩니다. ⓒ 불광출판사


동글동글한 구슬 108개를 꿰면 108염주가 됩니다. 108염주가 되는 구슬은 보리수나무 열매일 수도 있고, 향나무를 가공한 것일 수도 있고, 마노석이나 옥, 진주를 가공한 구슬일 수도 있습니다. 

108배를 올릴 때면 절 올린 수를 세는 계수기가 되기도 하는 108염주는 한 알 한 알을 돌릴 때마다 번뇌 또한 하나 둘 덜어준다고 합니다. 불교가 뭔지, 불교 교리가 뭔지 쯤 시시콜콜 따지지 않는 할머니 불자, 자식들 잘되라고 정성껏 치성 드리며 절만 올리는 할머니들에겐 간절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마음의 지팡이가 되기도 합니다.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 글·그림 용정운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3월 9일 / 값 14,000원 ⓒ 불광출판사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글·그림 용정운,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108개의 구슬 대신 108가지 짧을 글로 108그림을 꿰고, 108그림으로 108가지 짧은 글을 꿰고 있어 108염주를 돌리듯 술술 넘겨 읽으며 새길 수 있는 명상 카툰입니다.

108가지 짧은 글 밑줄 그어가며 읽지 않고, 짧은 글과 어우러지는 108그림 구도니 색상이니 따지며 꼼꼼히 감상하지 않아도 글속에 녹여 넣은 의미와 그림에 숨겨 담긴 뜻이 어울렁더울렁 조화를 이루며 성큼 가슴으로 다가와 뭔가를 일깨워 주는 이야기들입니다.

어떤 카툰(그림)은 동심의 언덕에 부는 봄바람 같고, 어떤 이야기는 밤하늘의 별을 헤는 시인의 마음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더위 먹은 마음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어떤 그림은 개구쟁이를 연상하게 하는 짓궂고 맑은 상상입니다. 

카툰으로 그려낸 이야기에는 부처님 이야기도 있고, 이러쿵저러쿵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 이야기도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 귀담아 읽히고, 꼭 내가 들어야 할 이야기 같아 다시 한 번 읽으며 보게 됩니다.

만화책인가 하며 읽다보면 명상을 하게하고, 동화책인가 하며 읽다 보면 꾸벅꾸벅 조는 마음을 후려치는 죽비소리로 다가옵니다.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다가오는 미래 설렘으로 준비합니다. 설레고, 기쁘고, 즐겁고, 열정이 시키는 대로 가슴 뛰는 삶을 살아 보세요. 머리로 근심 걱정하기보다는 가슴으로 두근거리고 행복해 하고 실레는 마음으로 마음껏 누려 보는 것이지요.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98쪽-

메르스, 독감, 수족구, 결핵처럼 무서운 전염병은 무서워하면서 내 기분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는 것은 두렵지 않은가 봅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좋은 마음으로, 좋은 기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130쪽-


길 지나던 나그네가 툭 던지는 말처럼 쓴 이야기에 부담 없이 읽다보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있고, 속삭이듯이 그린 그림이기에 자신이 살아가는 나날을 뒤돌아보게 하는 맑은 거울이 담겨 있다는 걸 보게 됩니다.

그림을 먼저 보고 나중에 글을 읽으면 그림에 숨었던 뜻이 보이고, 글을 먼저 읽고 그림을 나중에 보면 찰떡궁합 같은 표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글 뜻이 카툰으로 지어낸 미소에 담겨 있어 다시 한 번 더 새기게 됩니다.

잘하려고만 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잘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수행입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수행입니다. 열심히 하려고만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냥 순응하며 다시 정진합시다.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182쪽-


수행이라는 게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열심히 하려고만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새길 쯤 이면 팍팍하기만 했던 마음엔 여유가 돌고, 고단하기만 했던 심신에 봄빛 같은 활기가 돕니다.

108염주 알을 돌리듯 짧은 글 한 꼭지 읽고, 시나브로 마음 편해지는 맑은 그림 하나씩 보노라면 어느새 까까머리 동자만큼이나 맑아진 마음에 108가지 짧은 글과 그림은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들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 글·그림 용정운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3월 9일 / 값 14,000원

걱정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용정운 지음,
불광출판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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