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잃고 11년 싸운 아버지 "삼성 제대로 처벌한 적 있나?"

[현장] 삼성전자 백혈병 사망 고 황유미 11주기 추모행사

등록 2018.03.06 16:02수정 2018.03.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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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11주기 행사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앞에서 열렸다. ⓒ 박정훈


"이선아, 조은주, 김경미, 이은주, 김도은, 박지연, 박효순, 손경주, 정희복, 송유경, 황유미..."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가 젊은 나이에 백혈병 뇌종양으로 숨진 이들의 이름들이다. 세상을 떠난 자식의 이름과 얼굴이 나온 피켓을 들고 피해자 부모들은 삼성그룹 일가가 모여 사는 서울 한남동으로 모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11주기 추모 행사 '황유미와 함께 걷는 봄, 희망을 피우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07년, 황유미씨의 죽음 이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이 결성되었고 그 이후 삼성 직업병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집계된 삼성그룹의 직업병 피해자는 320명, 그중 사망자만 총 118명이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의 사망자는 80명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산업재해를 입고 있음에도, 삼성 직업병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11년 동안 94명의 산재신청 중 24명만이 인정받았고, 삼성과의 교섭은 줄곧 난항을 겪었다.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받기 위해 여전히 882동일 동안 농성 중이다.

대부분의 유력 언론이 삼성과 유착돼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투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여러 희귀난치성 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받았고, '다발증경화증'에 대한 산재 판결을 얻어내며 대법원의 첨단산업에서의 희귀질환 산재 판단을 바꾸는 성과를 얻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6일 '삼성미술관 리움' 앞에 모인 반올림 회원들, 유가족, 시민들은 삼성을 규탄하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지난 11년간의 경과를 발표한 이종란 노무사(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삼성은 반도체 산업이 어떤 업종보다 안전하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하는데 언제까지 사회를 기만하고 유족들을 우롱할 거냐"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삼성의 이러한 태도를 연대의 힘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연대하고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처음에는 (삼성 노동자들 사이에서) 백혈병 악성중피종이 많이 나타나는 걸 보고 단순한 통계적 변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켜보니까 아니었다"며 "위험을 의심하고 의심된 것을 조사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인데, 삼성처럼 위험을 부정하고 책임을 피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강승묵군의 어머니 은인숙씨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은씨는 "세월호 희생자들과 황유미님의 사망이 다르지 않다. 정권의 안위와 기업의 이윤을 위해선 누군가 희생되어도 상관없다고 여겨졌다"며 "죽음들이 이어지는데도 기업은 처벌받지 않고 잘못을 저지른 국가도 책임지지 않아서 책임을 묻고자 싸워왔다"고 밝혔다. 이어 "반올림 분들의 싸움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피해자들이 움츠러드는 일 없이 말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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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11주기 행사에서 아버지 황상기씨가 발언하고 있다. ⓒ 박정훈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그동안의 운동 과정과 삼성으로부터의 회유 압력 등에 대해 밝히며 삼성의 불법에는 정부나 사법부의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한 것을 언급하며 "삼성 한 번 제대로 처벌해본 적이 있냐"고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1시부터 '방진복 행진'을 펼치며, 서초동 삼성사옥이 위치한 강남역 8번 출구 앞 '반올림 농성장'까지 이동, 저녁 7시부터 황유미 추모 문화제를 연다.

삼성 직업병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종란 노무사는 "여전히 직업병 피해자들이 반올림을 찾아온다. 직접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업무들이 사내하청, 외주하청으로 옮겨가고 있어서 더 열악한 상황의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이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삼성반도체직업병 #삼성반도체 #황유미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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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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