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책 읽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 의정부시 도서정책팀장 박영애

등록 2018.03.09 13:22수정 2018.03.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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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울 도서관 의정부시 가능역에 위치한 가재울 도서관 ⓒ 이정선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 도서관의 사전적 의미는 이와 같지만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공부하기 위하여 따로 마련한 방, 즉 공부방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모습에 이의를 제기하고 도서관을 책 읽는 본래의 기능으로 돌려놓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의정부 과학도서관에서 도서정책팀 박영애 팀장을 만나 도서관의 제자리 찾기 계획을 들어보았다.

- 의정부시의 도서관 현황이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인구 5만명당 1개의 도서관이 있어야하는데 의정부시는 인구 44만 명인데 정보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 과학 도서관, 작년 12월 개관한 가재울 도서관 4개 뿐이라서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인구는 21만 명에 불과하지만 도서관은 6개나 있는 양주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의정부시에는 적어도 8개의 도서관이 필요하지만 순차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고 그때까지 14개의 작은 도서관을 활용해서 생활에 밀접한 도서관으로 접근력을 높일 생각입니다."

- 의정부시 관내 전철역에 있는 스마트 도서관도 좋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
"2010년 도서관 중장기 계획을 세울 때 'Library Station'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전철역에 500권의 도서를 자판기 형태의 스마트 도서관을 설치하여 시민들이 간단히 대출-반납을 할 수 있도록 한 거죠. 현재 의정부역, 회룡역, 망월사역에 설치되어 있고, 가능역과 녹양역에 설치를 준비하다가 가능역에는 꽤 큰 공간이 있다고 해서 가재울 도서관을 개설하게 된 것입니다."

- '전철역사 도서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정기적으로 모범적인 도서관 운영을 하고 있는 해외 도서관 출장을 가는데 유럽 도서관들은 역사가 오래 되었고 시설과 규모 면에서 우리가 흉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도서관들을 위주로 출장을 다니면서 우리 여건에 맞게 벤치마킹하려고 했습니다. 간단히 도서 대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일본과 모든 도서관이 전철역 인근에 위치한 싱가포르가 좋은 모델이 되었습니다."

- 전철역에 도서관을 설치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가능역 교각 아래가 무료급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노숙자들이 머무는 공간이었습니다. 때문에 지역이 낙후화되어 주민들의 이런저런 민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스마트 도서관 설치를 위해 가능역에 와서보니 꽤 넓은 공간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도서관을 좀더 큰 규모로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일단 공부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소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도서관이니 소음을 좀더 줄이기 위해 2층에 보존서고를 만들어서 1~2시간 정도 책을 읽거나, 모임을 하거나, 책을 빌리는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 가재울 도서관 이용은 활발한 편인가요?
"아직 초반이지만 꽤 많은 분들이 찾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거나 모임을 하는 분들이 1일 250명 정도, 대출하는 분들이 400명 정도입니다. 매월 인기있는 도서나 주제별 권장도서를 선정해서 전시하거나, 도서모임, 문화강좌, 책과 관련한 행사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니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사서들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가재울 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과 달리 대형서점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존 도서관들은 책을 쌓아두는 '서고'느낌이 강해서 독자들이 책을 고를 때 막막하고 원하는 책을 찾기도 불편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가재울 도서관은 이용자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주제별로 팝업화해서 책이 두드러져 보이게끔 했습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신간 확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노력도 하고 있구요."

- 가재울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가재울 도서관에 배치될까봐 걱정하는 사서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자료실을 지키는 일이 주업무였던 사서들에게 이용자들과 대응하는 일이 빈번한 가재울 도서관의 근무여건이 생소하게 느껴지고 걱정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가재울 도서관에서 3개월 가량 근무한 결과 너무 만족스럽다고 하는군요. 사서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하고 다양한 계층의 이용자들의 요구를 직접 들어서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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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과학도서관 가족이 함께 찾는 과학도서관 ⓒ 이정선


- '책 읽는 도서관'으로의 변신, 쉽지않은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도서관이 왜 지역에서 가장 먼 곳에 떨어져있는 줄 아세요? '공부방'이란 개념이 커서 그렇습니다.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곳이 공부하기에 좋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에 도서관이 있다보니 공부하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의정부 과학도서관도 처음에 학습실을 없애자고 했을 때 그럼 공부는 어디서 하냐면서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 분들을 설득해서 학습실 없이 온전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는데 우려와 달리 호응이 이어졌고, 특히 자녀들과 함께 찾는 공간으로 알려져 많은 분들이 찾고 있습니다."

- 앞으로 개관 준비 중인 도서관이 있나요?
"먼저 녹양역에 스마트 도서관 설치 예정이고, 의정부 과학도서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제가 있는 공공 도서관을 준비 중입니다. 2019년 9월 민락동 미술 전문 공공 도서관, 같은해 12월 신곡동에 음악 전문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도서관에서는 특정 분야의 장서를 충분히 비치하는 게 쉽지 않은데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예술 분야의 특화된 도서관을 운영하여 '책 읽는 도서관'의 기능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 '책 읽는 도서관' 당연한 것 같지만 낯설게도 느껴지는데요.
"언제부터인가 도서관은 공부방이 되었고, 고시원은 취업준비생들이 잠을 청하는 쪽방이 된 것이 현실입니다. 도서관 이용하는 분들이 주로 요청하는 것이 어떤 건 줄 아세요? 식당 밥이 맛이 없다, 열람실이 춥다 혹은 덥다, 주차장을 늘려달라...이런 것들입니다. 도서관에서 누릴 수 있는 일들이 많지만 오직 공부하는 장소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이런 요구보다는 희망하는 도서나 자료 요청, 저자와의 만남, 책과 관련한 행사 요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이 공부방에 만족하더라도 도서관에서 시민들에게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서 공공 도서관의 역할을 다하는 게 저희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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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애 팀장 의정부시 도서정책팀 ⓒ 이정선


22년 동안 좋은 도서관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박영애 팀장은 도서관을 세울 때마다 건축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건축의 미적, 기능적 역할로 설계하는 건축사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도서관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설계를 마주하면서 아쉬움을 느꼈던 박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축공학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관심이 이어질만큼 도서관에 푹 빠진 그녀의 바람처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책 읽는 도서관'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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