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말이 통하니, 세상이 달라졌다

서로 마음을 열 때 가능한 대화의 즐거움을 깨닫다

등록 2018.03.12 08:30수정 2018.03.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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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은 바닷가 카페에 아내와 함께 가서 데이트하는 날로 정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능한 지키려 한다. 작년 10월부터 가기 시작했으니, 벌써 6개월째 접어들었다. 아내와는 대화를 많이 하는 한다. 매일 아침, 매일 저녁, 전화로, 문자로. 그것도 모자라 매주 하루는 아내와 함께 분위기 있는 카페에 간다.


카페에 가서 못 다한 대화를 나누고, 난 글을 쓰고 아내는 세금 영수증 정리, 다음 주 수업준비 등을 하고 책도 읽는다. 그런 아내는 애인이자, 동반자이자, 상담자이자, 친구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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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말이 통하니, 세상이 달라졌다 ⓒ pixabay


대화가 없는 부부가 많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우리 부부도 이렇게 생활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아내의 말은 무조건 잔소리로 여겨 귀를 닫았다. 입만 열면 지적을 했다. 돈이 없어 걱정을 하고, 아이의 바르지 않는 행동을 푸념하고, 나의 술 먹는 것, 담배 피우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남편과 비교를 하여 내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아내를 피하게 되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아내가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집을 나갔고, 저녁에는 술이 취해 집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런 생활을 참 오래 했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아내대로 불만이 가득 쌓였고, 나는 나대로 불만이었다.

이것은 사람 사는 일이 못 되었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으니 아이들도 나를 술만 먹는 아빠, 아내를 잔소리만 하는 엄마로 인식을 하였다. 그런 아이들이 바른 행동을 하기 만무했다. 한 마디로 콩가루 집안이었다. 노모는 걱정을 많이 했고, 나의 형제들도 손가락질을 했다. 말만 안 했지 우리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걱정하기도 하고 비판했으리라.

"넌 시집을 잘못 갔어."


처가에서 처형들이 했던 말이다. 매일 술만 먹고 가족을 돌보지 않은 남편에 대한 불만을, 처형들에게 전화로 하소연했다. 그랬으니 아내는 당연히 시집을 잘못 간 불쌍한 동생이 되어버렸다.

"영이가 돈을 벌어주는데 니가 다 써버려서 살림이 어렵게 되었어. 모든 것이 니 탓이야."

어머니가 아내를 나무라며 하는 말이었다.

"우리 집은 휴가 나올 때마다 조용한 적이 없어."

큰아들이 군대에서 휴가 나올 때마다 한 말이다. 그랬던 우리 집이 어느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대화가 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이다. 이렇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내가 술을 끊은 이유가 가장 컸겠지만 아내가 잔소리를 줄인 요인도 크다. 그러다보니 서로 대화가 되었다. 죽기보다 싫었던 아내의 잔소리가 언제부턴가 재미있어졌다. 아내가 그렇게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그동안 아내는 말을 하고 싶어 얼마나 답답했을까?

요즈음 글을 쓰고 있는데, 아내의 말은 곧 글의 주제가 되고 소재가 되었다. 아내와 말을 하고 나면 글 쓸 거리가 생겼다. 그래서 일부러 아내에게 말을 시킨다. 그러면 아내는 신나서 이야기 한다. 또한, 아내의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재미 있다. 그러다보니 아침, 저녁으로 이야기를 하고도 모자라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바닷가 카페에 가서 이야기하는 날을 따로 만드는 상황까지 된 것이다.

주변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아빠 같은 사람 없어."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윤 서방이 정말 대단해."

처형들이 하는 말이다.

"이모부와 밥 같이 먹고 싶어."

처가 조카들이 하는 말이다.

"당신이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어."

아내가 한 말이다.

"우리 영이 요즈음 너무 잘 한다."

노모의 말이다. 아내와 말이 통하니, 세상이 달라졌다. 예전에 비해 돈을 더 많이 벌지 못 한다. 그러니 경제적으로 더 나아진 것이 없다. 아이들 걱정도 별로 하지 않는다.

"부모가 굳건하게 서 있는데,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어."

오늘 아침 우리 부부가 한 말이다. 대화가 된다는 것은 서로 마음을 열 때 가능하다.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걱정하고, 관심을 가질 때 소통의 문이 열린다. 그것은 돈이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이 없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즉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의 문제다.

봄이다. 이 봄에는 얼마나 화사한 꽃이 우리 마음의 뜰에 피어날 것인가? 이야기꽃이 만발할 것인가? 기대가 된다.
#부부관계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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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에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들꽃은 이름 없이 피었다 지지만 의미를 찾으려면 무한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들꽃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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