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수 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한 QnA

등록 2018.03.12 17:53수정 2018.03.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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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골수 이식 수술 장면 극중 인물 새벽(소녀시대 윤아)이 전신마취를 하고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는 장면. 이런 방식의 골수 이식은 이제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훨씬 안전하고 간편한 헌혈 방식의 기증이 95%이상을 차지한다. 이 드라마는 엉성한 시나라오로 조혈모세포 이식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 KBS


놀랍게도 기술이 많이 발전되어 이제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뽑아내는 골수이식은 거의 하지 않고 헌혈과 같은 방법으로 조혈모세포를 기증한다고 합니다. 기증자에게 부담이 훨씬 줄어든 헌혈 방식, 즉 '말초혈 조혈모세포 채집'이 95%란 사실을 저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헌혈과 마찬가지로 기증 후 2주가 지나면 기증자의 혈액은 원상 복귀된다고 합니다.

가까운 헌혈의 집을 방문하시면 지금 기증 등록을 하실 수 있습니다(안 되는 지점도 있다고 하니 전화로 확인하고 가세요). 건강한 만 18세~만 39세만 기증 가능합니다. 궁금하시면 02-737-5533으로 전화하시거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만일 당신의 가족이 기증하겠다고 하면 지지해주세요. 제발 반대하지 말아 주세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완치될 수 있는 환자들이 허무하게 세상을 뜨고 있습니다. 한편 기증자에게는 별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배우 김지수씨, 최강희씨, 개그맨 정명훈씨도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고 왕성하게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식 직전에 기증 의사를 철회하지 말아주세요. 이식이 결정되면 이식 전 저치에 들어가서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모두 제거해놓습니다. 말 그대로 '피를 말리고' 건강한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로 대체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기증 의사를 뒤집으면 환자는 그대로 사망합니다. 기증 포기할 거라면 아예 미리 포기하세요.

만일 당신의 직원이 기증하겠다고 하면 휴가를 쓰도록 허락해주세요.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일이니 이왕이면 유급휴가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만일 당신이 아직 기증할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기증예약을 하지 마세요. 기증예약을 위한 등록에도 세금 17만 원이 들어갑니다. 예산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기증할 의사가 확실한 누군가가 기증할 기회가 줄어듭니다. 검사 결과 유전형이 일치하는 기증 서약자가 13명이나 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가, 13명이 모두 변심하여 절망에 빠진 환자의 사례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주변에 꼭 좀 알려주세요. 전신마취, 수술이 필요 없어 조혈모세포 기증 방법이 훨씬 쉬워졌고, 기증자의 몸에 해롭지 않다고요. 만일 당신이 대중에게 말할 기회가 있다면 꼭 언급해주세요. 인식이 바뀌어야 가족 반대로 직전에 기증이 무산되는 일이 없어질 것입니다.


기증자들에게는 담당 코디네이터가 일정을 세심히 잡아주고, 회사나 학교에는 공문을 보내줍니다. 관련 기관에서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어 기증자들을 대합니다. 기증을 위한 입원 기간 동안에는 1인실이나 특실에 묵게 되고, 이후 매년 문화 티켓도 받게 된다고 합니다. 헌혈 같은 혈액 기증만으로 생명을 구했다는 보람도 평생 느낄 수 있습니다.

약 20년 전 서울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생각납니다. 30대 후반 정도의 남자가 옆 칸에서 넘어와 큰 소리로 말을 시작했습니다.

"제 딸이 무슨무슨 난치병에 걸려서 힘든 상태입니다..."

그렇고 그런 구걸 패턴이라 생각하고 다들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치료비 보태 달라고 손 내밀면서 한 바퀴 돌 거라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이렇게 말을 맺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제 딸을 위해서 한 번씩 기도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남기고 그 남자는 다음 칸으로 넘어갔습니다. 산만한 대화가 오가던 열차 칸에 순간 숙연한 정적이 찾아왔습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질환이 있거나 나이 제한 때문에 조혈모세포 기증을 직접 하지 못하셔도 괜찮습니다. 주변에 널리 알려 주십시오. 부정적인 편견을 바꿔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저의 소중한 지인이 혈액암에 걸렸습니다. 이 글을 읽고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투병 중인 제 지인은 비록 자신과 맞는 조혈모세포가 나오지 않더라도, 다른 혈액암 환자 누군가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혈모세포 #백혈병 #혈액암 #김지수 #최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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