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짜 너였을 때, 너는 세계 최고야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아이와 함께 <릴리는 릴리를 사랑해>

등록 2018.03.21 16:41수정 2018.03.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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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는 엄마의 눈과 아빠의 입을 가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리는 그녀 자체예요. (3쪽)
릴리는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무섭게 인상을 찌푸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눈사람이 녹을 만큼 달콤한 웃음을 지을 수도 있어요. (11∼12쪽)


아이는 키가 작을 수 있습니다. 아이인걸요. 아이는 힘이 여릴 수 있습니다. 아이인데요. 아이는 모르는 것이 많을 수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많을 수 있습니다. 참말 아이잖아요. 그러나 아이가 못하거나 모르는 것이 많다 해서 아이가 싫거나 나쁠 수 없습니다. 아이는 아직 못하기에 앞으로 할 수 있기를 꿈꾸고, 아이는 아직 모르기에 앞으로 하나하나 배우기를 바랍니다.


릴리의 얼굴은 여름에 주근깨 범벅이에요.
하지만 겨울에도 마찬가지로 주근깨 범벅이죠.
그녀는 주근깨에도 이름을 붙여 주어요. (13쪽)
릴리는 비록 작은 몸집이지만, 커다란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음, 그렇다고 엄청나게 크진 않아요)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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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어썸키즈


그림책 <릴리는 릴리를 사랑해>(카이 루프너·주디스 드류즈/포 옮김, 어썸키즈, 2014)는 아직 작고 여리며 못하는 일이 많으며 모르는 것도 많은 아이가 누구인가를 묻고 밝히며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가는 하루를 그리고, 아이가 아이로서 즐거운 하루를 밝히지요. 아이는 오롯이 아이인 터라 어여쁘며, 아이는 참말로 아이 그대로인 터라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는 넘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는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아이는 울 수 있고 웃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배고플 수 있고 배부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조잘조잘 수다꽃을 피우다가 오래도록 입다물 수 있습니다.

못하는 것도 많지만 잘하는 것도 많은 아이입니다. 주근깨마다 이름을 붙여 줄 수 있는 아이는, 들판에 가득한 봄꽃마다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어요.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별님마다 이름을 붙일 수 있고요.

"너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
릴리라고 불릴 필요는 없어.
하지만 네가 누구인지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알아둬.
그리고 네가 누가 아닌지와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도 말이야." (22쪽)



그림책 <릴리는 릴리를 사랑해>는 우리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가르칠 한 가지가 무엇인가를 짚습니다. 오늘 작은 몸에 마음이기에 앞으로 큰 몸에 마음으로 거듭나는 삶으로 나아간다는 대목을 짚습니다. 오늘 여기에 있는 아이는 끝이 아닌 처음이라고, 더 바뀔 수 없는 모습이 아닌 아이 스스로 가다듬고 가꾸면서 새롭게 피어날 씨앗이라고 알려줍니다.

"쉽게 말해 네가 진짜 너였을 때, 너는 세계 최고야.
헷갈리니? 전혀 헷갈릴 필요 없어.
그냥 거울을 한번 보렴.
그리고 너 자신을 사랑해 봐.
그것만이 릴리가 매일 하면 되는 일이야." (23쪽)


무럭무럭 자라날 아이처럼 한결 야무지면서 아름답게 피어날 어른이지 싶습니다.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란달까요. 아이도 앞으로 몸이며 마음이 자란다고 하는 대목을 일깨우고 즐겁게 지켜보면서 하루를 살도록 이끌듯, 어른도 앞으로 생각이며 사랑을 새롭게 가꾸면서 기쁘게 북돋우는 하루를 살아야지 싶습니다.

온누리가 평화가 흐른다면 아이랑 어른이 함께 저마다 스스로 사랑하면서 평화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온누리에 기쁨이 넘친다면 아이랑 어른이 다 같이 스스로 아끼면서 기쁜 보금자리하고 마을을 일구기 때문이지 싶어요.

스스로 사랑하며 살림을 짓는 어버이 곁에서 스스로 사랑하며 환하게 놀이하는 아이가 자랍니다. 우리가 날마다 스스로 들려줄 말이란 바로 "사랑해"일 테지요. 어른하고 아이는 누구보다 스스로 아낄 줄 아는 마음으로 하루를 짓고,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을 적에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덧붙이는 글 <릴리는 릴리를 사랑해>(카이 루프너 글 / 주디스 드류즈 그림 / 포 옮김 / 어썸키즈 /2014.4.20.)

릴리는 릴리를 사랑해

카이 루프너 글, 포 옮김, 주디스 드류즈 그림,
어썸키즈, 2014


#릴리는 릴리를 사랑해 #그림책 #사랑 #아이키우기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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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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