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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 '단독개봉' 논란, "다양성 지원 부족"-"대기업 횡포"

[현장] 반독과점 영대위가 주최한 '새정부 영화정책 토론회', ' 규제'는 한 목소리

18.03.18 18:44최종업데이트18.03.1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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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충무로미디어영상센터에서 열린 반독과점 영대위 주최 새정부 영화정책 토론회 ⓒ 성하훈


"싸우지 맙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충무로미디어영상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영화정책 토론회. 사회를 맡은 오동진 평론가는 본격 토론 진행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계 내부의 치열한 의견 다툼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아래 반독과점 영대위) 주최로 열린 16일 토론회는 <치즈 인 더 트랩>의 CGV 단독개봉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라 더욱 주목됐다.

<치즈 인 더 트랩>의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는 반독과점 운동에 나서고 있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제작자들이 주주로 있는 곳이다. 그런데 리틀빅픽쳐스의 배급 작품이 CGV에서 단독개봉한 문제로 영화계는 토론회 전날까지 어수선했다. 앞서 15일 오전에는 영화계의 우려를 담아 'CGV 단독개봉 유감'이라는 반독과점 영대위 차원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 같은 날 저녁에는 '리틀빅픽처스'도 논란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해명 입장을 밝히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관련 기사 : <치인트> CGV 단독개봉 후폭풍... 반독과점 연대 무너지나).

한쪽에서는 "반독과점을 이야기하면서 이익을 위해서는 대기업에 줄서기를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고, 다른 쪽에서는 "비판하는 사람들도 이전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서 <설행, 눈길을 걷다>와 <페니핀처> 등을 단독개봉 해놓고 왜 리틀빅픽쳐스의 사례만 비판하느냐?"는 반론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토론회 발제자로 나올 예정이었던 일부 영화인들이 논란 끝에 토론회 참석을 거부해 일부 발제가 변경되기도 했다. 배급과 상영시장의 90% 이상을 극소수 영화사들이 장악하고 대기업의 수직계열화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독과점의 영대위가 출범 후 처음으로 맞닥뜨린 난제였다.

"독과점 문제 때문에 생긴 일, 합리적 논의 필요"

반독과점 영대위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 충무로미디어영상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영화정책 ㅌ론회 ⓒ 성하훈


사안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발제자나 참석 영화인들 대부분은 독과점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해법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대기업의 영화산업 독과점 문제를 내부적인 논쟁으로 인해 균열시키면 안 된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독과점 영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독립영화협의회 낭희섭 대표는 "거대 자본과 권력으로 공룡화된 대기업의 독과점 앞에서 한 줌도 안 되는 영화인들이지만, 개인적 이해가 아니라면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진정정이 있기에 연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반독과점 영대위 이은 공동대표는 "대학 시절 학내 비리 문제로 싸우는 과정에서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굳건하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싸워나갔고 결국 잘 마무리됐다"며 영화인들 간의 논쟁을 최대한 발전적인 방향으로 품으려는 자세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독과점 문제 때문에 생긴 일인데, 싸우지 말고 합리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부산영화제 사태 등에서 여러 이견들을 조정했던 사례들을 제시했다.

또한 "수입배급사들의 숨통을 마련해 줘야 하고 독립예술극장에 대한 정부 지원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관객이 적거나 수익이 안 된다는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지원과 활성화 방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배장수 제협 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구체적 수치와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현행법 아래서는 불공정구조 관행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 이사는 "동반성장협의회가 꾸려졌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가 현행법 기준에서는 모두 가로막혔다"며 "검색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을 통한 반독과점 운동과 구조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혜준 공동대표 역시 구조규제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문체부 내에서 공정상생 체계를 고민하고 있다"라면서 "영비법에 공정환경조성에 대한 법안을 더하는 방안과 경제민주화위원회, 공정상생협의체, 문체부와 공정위 차원에서 효율적인 정책협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의 영비법이나 공정거래법으로는 대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가 어려운 만큼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불공정 구조를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가 제시한 방안이었다.

"다양성 지원 문제"라는 CGV, "단독개봉은 대기업 횡포" 반박도 나와

영화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CJ, 롯데, 메가박스 ⓒ CJ,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한편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영화계 현안에 대한 여러 의견과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 이사장은 "새로운 영화를 만들려고 준비 중인데, 제작에 들어가려고 하니 대기업 눈치가 보인다"며 "개인적인 참여보다는 단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반독과점을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대기업이 영화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창작자들의 소재 선택이나 이후 투자배급 과정에서 부담과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유인택 전 제협 대표는 "1998년 60억의 영화펀드가 조성됐는데, 영진위에서 투자를 결정하던 것이 모태펀드 투자심위원회로 넘어갔다"라면서 "이를 영진위가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펀드를 늘려 다양한 영화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는 모태펀드 문화·영화계정의 외부 심사위원이 모두 비전문가와 보수적 인사들도 채워졌고, 당시 정권에 부담되는 소재의 영화들은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최소한 영화계정만이라도 되찾아 와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의 요구이다. 영진위 등에서도 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반독과점 영대위의 전략적 목표와 함께 독과점 방지법안도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발전기금 연장 문제와 영진위 예산이 기재부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영화발전기금으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개선 주문도 제안됐다.

CJ CGV측도 이날 토론회를 참관하다 마지막에 발언 기회를 얻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CGV 조성진 전략지원담당은 "<치즈 인 더 트랩> 단독개봉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CJ 내부에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말하면서 앞서 제기된 양기환 대표의 우려를 무마했다. 또한 "영화계가 다 잘됐으면 한다"며 "CJ가 투자배급하는 영화도 잘 안되면 바로 내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 극장만이 유지되고 개인극장들이 어려운 건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없어서"라며 충분한 지원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양성이 보장된 프랑스의 경우처럼 지원이 늘어야 영화 다양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며 결국 예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의 영화공간 주안 이안 관장은 이에 대한 반박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지자체의 지원도 있고 독립예술영화전용관으로서 시설도 나쁘지 않은데 CGV아트하우스에서 특정 영화를 단독개봉하는 배급 독점으로 상영을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안 관장은 "최근 개봉한 어떤 작품은 관객들은 문의가 오고 있으나 영화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단독개봉이 독립예술영화관에 어려움을 안기고 있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반독과점 영대위 단독개봉 CGV 구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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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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