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MB를 법정에 세워 심문하라

[주장] 제대로 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국가, 의무적으로 피의자를 법관 앞에 보내야

등록 2018.03.20 14:43수정 2018.03.20 18:17
16
원고료로 응원
a

이명박, 21시간만에 검찰에서 귀가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기사 보강 : 20일 오후 6시 15분]

드디어 이명박(MB)에 대하여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MB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그 이유야 짐작이 된다. 법원 출두 시 포토라인에 서는 게 부담스러우니 나가기 싫다는 것이고, 또한 이 절차가 피의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것이니, 그것을 자진 포기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법적인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MB 판단은 잘못이다. 그리고 법원이 MB 판단을 존중해 영장실질심사를 건너뛰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 결정을 오로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에 의존한다면, 그 또한 잘못이다. 법원은 MB 의사가 법원 출두를 거부한다면, 그의 의사와 관계없이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출석시킨 다음, 피의자심문 절차를 진행하고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이미 구인장을 발부한 경우라면 검찰은 구인장을 '집행'해 피의자를 강제로라도 법정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

이명박을 괴롭히자는 게 아니다

내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MB를 괴롭히자는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잘못 이해하고 운용해온 우리 검찰이나 법원에 진심어린 조언을 하기 위함이다. 영장실질심사제도는 피의자의 선택에 의해 운용되는 게 아니다.

이 제도가 있기 전(1996년 이전) 우리 법원은 피의자 구속을 오로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에 의존해 결정했다. 결과는 검찰이 원하는 대로 영장이 발부됐고, 이로 인해 수사절차에서의 불구속 원칙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불구속 수사 원칙을 우리 사법절차에서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서류재판을 피하고 선진국들이 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영장실질심사 곧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판사가 지체 없이 피의자를 불러 심문하는 절차다.

영장실질심사는 단순히 우리가 고안한 인권보장절차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일명 B규약)의 명문의 요청이기도 하다. 동 규약 제9조 3항은 형사 피의자를 구속하는 경우, 신속하게 법관에게 인치할 것(shall be brought promptly before a judge)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피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가 구속절차에서 '자동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automatic obligation)를 규정한 것이다. 우리의 영장실질심사 제도는 이 규정에 따라 운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가입한 국제법에 위반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지금 우리 형사소송법은 몇 번의 개정을 통해 위 B규약의 규정대로 영장실질심사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돼 있다. 즉,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위해선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열어야 하고, 만일 피의자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체포영장이나 긴급체포 되지 않은 경우, 지금 MB의 상태)에선 구인장을 발부해, 피의자를 강제 출석시켜야 한다(제201조의 2 제2항)

그동안 관행적으로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을 건너뛴 채 서류재판으로만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한 예가 다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 법과 우리가 가입한 국제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다. 영장실질심사는 피의자 의사와 관계없이, 피의자의 신병을 법관 앞에 보내, 법관이 피의자의 말을 들어보고,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강제로 출석시키라

a

다스 비자금 의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피의자의 선택이 가능한 것은 구속적부심이다. 적부심은 영장이 발부된 이후 법원이 적부를 심사하는 절차로 이것은 피의자의 신청에 따라 열린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 제도는 그게 아니다. 피의자를 구속시키기 위해선 국가가 의무적으로 피의자를 법관 앞에 보내 법관으로 하여금 심문케 하는 제도다.

영장실질심사 없이 구속 여부를 결정하면, MB 구속 가능성은 높아지고, 그것이 국민적 여론이긴 하지만, 인권 절차를 여론이란 이름으로 생략할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MB는 법관 앞에 나가야 하고, 만일 스스로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법관은 MB를 (구인장을 발부해, 발부된 경우라면 집행해) 강제로 출석시켜, 피의자심문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는 이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우 세밀하게 연구한 사람입니다. 국제인권법을 전공하기 때문에 이 제도의 국제법적 측면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주장을 지난 20년 이상 줄곧 해 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박찬운씨는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댓글1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지난 20년 이상 변호사 생활을 해왔으며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제가 그동안 공부해 온 것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AD

AD

인기기사

  1. 1 조국이 이렇게 반격할 줄은 몰랐을 거다
  2. 2 윤석열 총장은 우선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3. 3 상속세 폭탄? 이재용에게 오히려 기회다
  4. 4 '박근혜 7시간' 기자 뭐하나 했더니... 아베의 질투
  5. 5 [오마이포토] 류호정 의원 1인시위 바라보는 문재인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