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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성적 떨어져 우는 아이에게 들려주면 좋은 노래

[가사공감9] 커피소년의 '75점'을 통해 알아보는 완벽주의로부터 벗어나는 법

18.03.22 11:49최종업데이트18.03.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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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봄이 왔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대학원생 또, 교사와 교수 등 3월에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금쯤 피로감이 몰려올 것이다. 학교 뿐만이 아니다. 직장에 첫 발을 내딛었거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등 무언가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적절할 경우 적응하는 동안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과도한 긴장감을 유발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게 되는 봄. 그 마음이 지나쳐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노래가 있다. 바로 지난 2015년 3월 발표된 커피소년(작사 커피소년, 작곡 커피소년)의 '75점'이다.

실수에 계속 신경이 쓰이는 이유

커피소년 ⓒ 커피소년 페북


커피소년은 이렇게 노래를 시작한다.

'니가 포기했던 이유를 알아 작은 실수에 힘이 빠진 거지. 그게 신경이 쓰여서 계속 어긋난 거지'

항상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소한 실수 때문에 큰일을 그르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무수히 많은 시험을 치르며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잘 모르는 문제 하나 때문에 남은 시험을 망쳐버린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법하다. 도대체 왜 한 문제, 작은 실수에 우리는 이토록 힘이 빠지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는 인지적 오류, 즉 사고가 왜곡되는 방식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그 중 작은 실수로 일을 그르치게 될 때 주로 빠지는 오류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흑백논리의 오류'와 '파국화'이다. 흑백논리의 오류는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 '100점 아니면 0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다. 이 같은 오류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실수는 곧 실패를 의미하게 되고, 실수 후에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파국화'는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건 이 일이 잘 안될 징조야'라는 생각으로 작은 실수가 전체 일을 그르칠 것으로 지레 겁을 먹는 오류다. 이와 같은 사고의 오류에 빠져 있을 때 사람들은 작은 실수를 한 후 일 전체를 포기해버리고, 불안정한 정서가 유발돼,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되어 실제로 일을 그르치곤 한다.

그런데 이런 인지적 오류가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일이거나, 반복되는 일, 여러 번 기회가 있는 일에 있어서는 수정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오류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중요한 일, 중요한 시험, 특별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이런 오류가 잘 발생한다는 거다. 그래서 커피소년은 '니가 넘어졌던 이유를 알아. 긴장해서 힘이 들어간 거지. 잘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게 잘 안됐어'라고 덧붙인다.

잘 하려고 할 때 더 잘 안 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잘하려고 할 때' 더 실수에 민감해지고 결국엔 일을 그르치게 되는 걸까? 커피소년은 다음 소절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완벽할 수 없어 괜찮아'라고. 즉,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나는 완벽해야 한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질 때 인지적 오류와 정서적 불안감이 생겨나고 결국엔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를 부정적 완벽주의자와 적응적 완벽주의자로 구분한다. 부정적 완벽주의자는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해 혐오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추구하며, 그 결과에 따라 자기를 전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적응적 완벽주의자는 자신이 설정한 결과를 향해 노력하는 것은 부정적 완벽주의자와 유사하지만, 결과를 보다 수용적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부정적 완벽주의자다. 부정적 완벽주의자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의 결과를 자기 자신의 가치와 일치시킨다. 이들에게 작은 부분에서 실수를 하는 것은 곧 일 전체에서의 실패를 의미하고 이것은 나 자신의 가치를 깎아 내리거나 나의 자존감을 낮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반드시 잘해야만 하고, 실수를 용납할 수가 없다.

이들은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면 실수하면 안 된다'는 인지 도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가 높은 기준을 설정해 놓고 아이가 최고가 되기만을 바라며 아이에게 '늘 부족해'라는 메시지를 전했을 경우, 스스로 '내가 완벽하지 못하다면 그건 실패를 뜻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에 더 집착하게 되고, 이는 오히려 불안한 정서 상태를 유발해 일을 실패로 이끄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내가 세운 기준과 목표를 점검하기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완벽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나 스스로를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잘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내가 원하고 스스로 적합하게 설정한 기준에 의한 것인지, 부모의 태도나 사회적 환경에 따라 정해진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내면화 한 것인지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인지행동치료의 대가 제프리 영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것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는 부정적 완벽주의가 빠지기 쉬운 인생의 덫을 '가혹한 기준의 덫'이라고 명명했다. 이 같은 덫에 빠진 사람들은 꾸준히 노력해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작은 성공 경험'을 하기 힘들고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위해 헌신하고 좌절하는 고통을 경험한다.

처음 도전해 보는 일이라면, 우선 지금-여기서 해낼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것에 성공해 '작은 성공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 높은 기준에 도전하는 것보다 일단은 기준을 낮춰 긴장감을 줄여 성공가능성을 높여보자.

몇 가지 실수를 해도 도달할 수 있는 낮아진 기준에 부담 없이 도전해 성공하고 나면, 이 성공 경험은 다음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면 조금 더 높은 목표에 덜 긴장하면서 도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커피소년은 구체적으로 현실 점검을 하라고 노래한다. '100점은 불가능 하고, 90점은 너무 어렵고, 75점 정도면 평타지'라고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처음 도전해 보는 일이라면, 우선 지금-여기서 해낼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것에 성공해 '작은 성공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픽사베이


목표를 현실적으로 세우는 것과 더불어, 나 스스로에게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지나치게 완벽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인정욕구가 들어있다. 즉, 다른 사람의 칭찬과 인정을 받아야 내가 가치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오는 칭찬과 인정은 늘 내가 원하는 만큼 채워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를 평가하는 타인 역시 자신의 기대가 투사된 자신의 관점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가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지금 노력하는 그 과정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완벽하지 않아도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 그대로의 나의 가치를 내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알아줄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기대가 내게 매우 큰 영향을 주었지만, 부모의 인정 역시 부모가 원하는 삶이 투사된 기준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성인이 된 후에 우리는 굳이 부모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생존에 크게 지장 받지 않는다. 부모의 인정도 절대적이지 않은데 타인의 인정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직 필요한 것은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좀 부족해도 괜찮아 넌'라고 커피소년처럼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 자신에게 '괜찮다' 말할 수 있게 되면 작은 실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럴 때 '또 다시 넘어져도 그까짓 것 하면서 다시 일어서면 돼'라고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넘어지겠지, 일어서면 돼. 다시 넘어지겠지, 일어서면 돼' 라는 반복되는 가사처럼, 넘어지고 일어서는 걸 반복하면서 75점을 넘어 100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설령, 100점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을 보다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를 친구처럼 대하기

혹시,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아직도 힘든가? 그렇다면, 다른 친구를 떠올려보자. 친한 친구가 중요한 시험에서 한두 문제를 틀렸다고 의기소침해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그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아마도 "괜찮아, 그 정도면 잘 한 거야. 다음번에 잘하면 돼"라고 말하면서 위로해주지 않겠는가. 또 한편으로는 '한 문제 가지고 너무 엄살이네. 좀 틀리고 그래야지 사람이 매력 있지'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젠, 당신을 당신의 친구라고 생각해보아라. 작은 실수에 질질 짜는 '매력 없는 친구' 말이다. 그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그러면 훨씬 수월하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좀 부족해도 괜찮아 넌, 좀 모자라도 괜찮아 넌, 또 넘어져도 괜찮아 너, 그게 매력이야' 라고 말이다.

새봄, 새로운 공부나 일을 시작하면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실수를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는가? 만일 그렇다면, 목표를 75점 정도로 낮추자. 실수하는 사람이 매력 있다고,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보자. 그리고 커피소년의 '75점'을 들어보자. 어느 덧 긴장이 풀리고, 봄날의 나른함을 허용할 용기가 조금씩 생겨날 것이다.

75점 - 커피소년
니가 포기했던 이유를 알아
작은 실수에 힘이 빠진 거지
그게 신경이 쓰여서
계속 어긋난 거지
니가 넘어졌던 이유를 알아
긴장해서 힘이 들어간 거지
잘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게 잘 안 됐어
완벽할 수 없어 괜찮아
모자라서 사람인 거야
100 점은 불가능 하고
90 점은 너무 어렵고
75점 정도면 평타지
인생은 장기 레이스야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좀 부족해도 괜찮아 넌
그게 매력이야
다시 넘어지겠지 일어서면 돼
다시 넘어지겠지 일어서면 돼
또 다시 넘어져도
그까짓 것 하면서
다시 일어서면 돼...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커피소년 75점 완벽주의 가사공감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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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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