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MB 구속... 김어준-주진우가 고마운 까닭

[주장] <나꼼수>에 이어 '다스는 누구 겁니까?'까지

등록 2018.03.23 10:43수정 2018.03.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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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이명박, 동부구치소로 압송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쉽지 않았던 MB 구속

드디어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2007년 12월 19일부터, 아니 세상이 그의 BBK 의혹을 눈감을 때부터 10년이 넘게 바라던 일이 이제야 이뤄졌다. 물론 그의 죄가 아직 가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법부가 국민의 80%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뒤집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MB의 구속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재임 기간에 저질렀다고 추측되는 온갖 비리는 그에게 호의적이거나, 혹은 그에게 뭔가 약점이 잡힌 정권이 집권했을 때나 감추는 게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서슬 시퍼렇던 박근혜 대통령이 채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허망하게 내려올 줄이야.

박근혜 정부는 이상했다. 대통령의 인기가 폭락하고 탄핵까지 몰렸음에도 MB 정권의 치부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그 정권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로서, 많은 국민들이 소위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지만 끝내 박근혜 전 대통령은 MB를 소환하지 않았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밀약이 있었다고 강하게 추측할 수밖에. 그것은 분명 MB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과 관련된 큰 약점을 쥐고 있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전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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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오른쪽),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 사진은 2013년 2월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북한 제3차 핵실험 관련 긴급 회동을 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제공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MB의 구속으로 곧바로 이어지진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각 부서마다 TF를 꾸려 적폐청산을 시도했지만, MB를 수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야 탄핵을 당할 정도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또 그만큼 죄가 여실히 드러났지만, MB의 경우는 꽤 시간이 흐른 만큼 모든 것이 강한 추측일 수박에 없기 때문이었다. 

공직에는 아직 MB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자들이 많았고, 또한 10년 동안 잘못을 저지른 몇몇 공공기관은 자신의 무능 혹은 비리를 숨기기 위해 자료를 폐기했다. 검찰이나 사법부에는 그를 감싸는 세력들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고, 다수 언론들 역시 그를 두둔했다. 야당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당연히 정치보복 프레임을 갖다 대었다.

세상은 MB를 잊지 않았지만,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돈이 많았고, 권력의 핵심이었다.

주진우와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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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수지 게임>의 한 장면주진우 기자는 MB만 쫓는다 ⓒ ㈜스마일이엔티


'적폐청산의 끝판왕'이라는 MB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바로 그때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나섰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찾았다. 그들은 과거 <나꼼수>의 멤버로서, 자칭 타칭 MB 전문가로서 항상 그 자리에서 MB만을 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승리는 그들에게 사형선고나 매한가지였다. <나꼼수>를 통해 MB를 조롱하고 적극적으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판을 펼친 만큼 그들이 피해를 받을 것은 명약관화했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소위 '박근혜 5촌 살인사건'까지 언급했으니 사람들은 그들이 진짜로 소리 소문 없이 죽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찬양하고 MB의 눈치를 보던 시절, 더 열심히 박근혜를 비판했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MB를 추적했다. 죽음의 그림자를 밟기도 했지만 괘념치 않았다. MB가 죗값을 치러야만 우리 사회에 정의가 바로 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책도 썼고 영화도 찍었다. MB를 잡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했다.

"나의 일은 나보다 중요하다. 오직 진실과 정의만 생각한다. 난 하나만 하려고 한다. 오직 한 사람만 쫓고 있다. 이명박." -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4쪽

주진우 기자는 MB가 욕심 때문에 포기 못해 실마리를 남긴 다스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모두 잊어버린, 아니 눈감아버린 BBK를 포기하지 않았다. 해외자원개발과 같이 MB가 재임기간에 했다고 강하게 추정되는 온갖 비리를 밝히기 위해 그가 갔던 곳이면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갔다.

김어준 총수는 팟캐스트와 라디오를 통해 주 기자의 특종을 보도하며 끊임없이 메시지를 던졌다. 많은 이들이 그를 음모론자라고 몰아세웠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가능성을 의심했으며, 사람들에게 MB를 상기시켰다. 더 이상 겁먹지 말라고도 이야기했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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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 TBS


'다스는 누구 겁니까?'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건재한 MB를 잡기 위해 그들이 던진 회심의 한 수였다. 그들은 팟캐스트 <가카 배웅 방송 다스뵈이다>와 tbs <뉴스공장>을 통해 끊임없이 이 구절을 계속 읊조렸고, 국민들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주요 언론들은 MB를 건너뛰었지만 그들은 위의 구절을 유행시키면서 예전에도 그랬듯이 유머로서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tbs <뉴스공장>에서 청취자들은 '다스'와 관련하여 그 발음만 들어가면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라도 문자를 보내어 공유하며 희희덕거렸다. 네티즌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것도 맥락과 상관없이 이 구절로 댓글놀이를 했으며, 정권 교체 이후 자기검열을 벗어던지기 시작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직접 언급했고, 몇몇 언론들은 이런 현상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어디 그뿐인가. 그들은 '다스'의 주식을 사서 우리 손으로 '다스'의 실소유자를 밝히자는 소위 <플랜 다스의 계>도 주도했다. 이 운동은 3주 만에 무려 150억 원을 모아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MB에 대한 수사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검찰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민심을 명분으로 MB를 수사할 수 있게끔 해준 것이다.

사람들은 그와 같은 풍자를 통해 MB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보수 세력들은 끊임없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각하가 그럴 리 없다'고, 그 모든 것이 정치보복이라고 프레임을 짰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겁먹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너졌으니 이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차례라고 믿기 시작했다.

결국 이와 같은 변화는 MB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바꿔놨다. 사람들은 MB가 했다고 강하게 추정되는 비리의 규모에 혀를 내둘렀고, 그를 꼭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MB를 드러내놓고 지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측근조차 검찰에만 불려 가면 MB를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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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김어준의 블랙하우스>. ⓒ SBS


언론들은 과거 주 기자가 모아 놓았던 사실들을 기반으로 MB에 대한 집중 취재를 했으며, 김 총수와 주 기자는 아예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의 MC가 됐다. 그리고는 TV에 나와 MB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를, 그리고 그 당시 우리의 욕망이 얼마나 천박하고 저열했는지를 지적했다. 그것은 지난 패배와 좌절의 기억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22일 MB가 구속됐다. 그는 구속되기 전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를 하겠다고 했으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MB가 할 일은 역사와 국민 앞에 자신이 저지른 죄를 낱낱이 고백하는 일뿐이다.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죗값을 받아 역사의 교훈을 남겨야 한다.

고맙다. 김어준과 주진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공신이 손석희 앵커라면, 그대들이 MB 구속의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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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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