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집단해고 1000일 "꼭 일터로 돌아가자"

노조 만들었다는 이유로 길거리로 쫓겨난 노동자들 "특혜받은 외투기업, 구미시도 검찰도 해고자엔 관심 없어"

등록 2018.03.23 09:36수정 2018.03.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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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이 22일 구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 조정훈


"아사히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 받았어요. 입사한 지 한 달 된 사람이나 9년 된 사람이나 10원도 차이가 안 나는 임금을 받으며 일했습니다. 점심시간은 20분에 불과했고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현장에서 조금만 잘못하면 징벌로 붉은 조끼를 입고 일하게 해 인권침해가 심각한 사업장이었습니다."

경북 구미에 있는 외투기업인 아사히글라스 화인테크노코리아(이하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며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문자 한 통으로 해고가 된 178명의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1000일을 맞았다.

아사히글라스는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자회사로, 2005년부터 TV와 모니터, 휴대전화 액정화면 등의 생산에 들어가 연간 1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지정돼 정부와 경상북도, 구미시로부터 12만 평의 토지를 50년간 무상임대 받았고 5년간 국세 전액을 감면받았으며 15년간 지방세 면제의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중 3교대, 주말 2교대 근무를 번갈아가며 일을 해도 최저임금만 받아야 했던 사내하청업체인 지티에스(GTS) 노동자들은 지난 2015년 5월 노조를 설립하자 불과 한 달만인 6월 30일 단체문자로 해고를 통보 받았다.

차헌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은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항상 최저임금만 받았다"면서 "어제 입사한 사람이나 9년 된 사람이나 시급이 10원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 지회장은 "화장실용 실내화가 있는데 급하게 화장실에 가다 보면 실내화가 안 보일 때가 있다"며 "안전화 신고 소변 보러 간 것을 본 관리자가 징벌로 붉은 조끼를 입고 일을 시키는 인권침해가 만연한 작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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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앞에서 천막농성중인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의 천막. 하지만 강제로 철거되었다. ⓒ 조정훈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에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에 대해 고소를 하고 아사히글라스 회사 입구와 구미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지만 구미시청은 700여 명의 용역을 동원해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노동자들은 2016년 11월 서울정부청사에서 시국농성을 진행하고 지난해 7월에는 광화문에서 27일간 고공농성을 벌이며 회사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외쳤지만 이들이 돌아갈 곳은 없었다.

지난해 9월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이 구미를 찾아 전원 직접 고용할 것을 권고하고 고용노동부 구미지청도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인정해 17억 8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아사히글라스는 정부를 비웃기나 하듯 직접고용은커녕 과태료도 납부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겨울 대구지검 앞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였지만 2년 8개월 동안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던 검찰은 결국 불기소 처분을 해 버렸다.

강제철거를 당하며 지켰던 천막을 눈물을 흘리며 접을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은 다시 아사히글라스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길거리에서 3년을 보낸 것이다.

차헌호 지회장은 "기업을 유치한 구미시나 경상북도는 아사히가 불법을 저질렀으니 도와달라고 하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없다고 한다"며 "하루아침에 178명이 해고됐는데 어디를 가도 해결할 곳이 없고 이야기를 받아줄 곳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차 지회장은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한 데 대해 "대한민국 검찰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기업을 비호하고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우리가 믿었던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은 우리가 고소한 사건은 단 한 건도 기소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아사히가 우리를 상대로 고소한 사건은 100% 기소했다. 같은 검사가 사측이 고소한 사건은 속전속결로 기소하고 노조가 고소한 사건은 단 한 건도 기소하지 않은 아주 편향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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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5일 대구지검 앞에서 천막농성중인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기독교계가 나서 복직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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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이 회사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 조정훈


이들은 집단해고를 당한 지 1000일을 하루 앞둔 22일 구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시민사회의 관심과 여론을 모아 "올해는 꼭 일터로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이들의 기자회견에는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와 김철호·장세용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장 예비후보 등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집단해고 사태를 조속히 해결할 것과 구미시가 유치한 외국인투자기업에서 노동권 침해를 방지하는 방안 마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보장 대책 마련,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 즉각 이행 등을 촉구했다.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 #해고 10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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