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세먼지, 디젤차 기여도 가장 높아... 노후차 관리 시급"

[현장] 자동차전문기자협회. '미세먼지, 자동차와 환경' 전문가 토론회 열어

등록 2018.03.23 15:36수정 2018.03.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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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주최의 '미세먼지, 자동차와 환경'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 자동차시민연합 공동 주최의 '미세먼지, 자동차와 환경' 토론회가 열렸다. ⓒ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1만4000여 명.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추정한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미세먼지(PM) 때문에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 이들의 숫자다. 1군 발암물질인 미세먼지의 위해성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는 미세먼지와 전쟁을 선포, 주요 원인으로 디젤(경유)차를 지목해 규제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대기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에 국내의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의 자동차환경정책의 현황과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아래 협회)와 자동차시민연합이 공동 주최하는 '미세먼지, 자동차와 환경'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는 정용일 전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 단장, 김용표 이화여자대학교 엘텍공과대학 교수, 안문수 자동차환경협회 회장, 엄명도 교통환경정책연구소 소장,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자동차 10년 타기 운동) 대표가 참석했다. 사회는 협회 소속의 오토타임즈 권용주 기자가 맡았다.

"1급 발암물질 미세먼지, 수도권 대기오염에 디젤차 기여도 가장 높아"

토론 시작부터 김용표 교수는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와 디젤 연료의 유해성을 짚었다. 그는 "자동차는 연료 연소,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통해 미세먼지를 내뿜는다"라며 "(미세)먼지를 전공한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먼지 그 자체, 먼지를 만들 수 있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배출하는 물체"라고 말했다. 그는 화학신소재공학 전공으로 대기환경, 에어로졸, 지구환경, 환경정책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이어 디젤차의 미세먼지가 발암 기여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강광규 명예연구위원 대신 '경유차 미세먼지 저감대책, 수도권 대기 개선 정책 효과와 개선방향' 자료를 통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를 살펴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기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LA(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경유 자동차의 미세먼지 발암 기여도가 전체 대기오염물질의 약 84%를 차지한다. 이는 2012년 연구 결과이며 2017년에는 90%를 넘어섰다.

김 교수는 "당시 LA의 디젤차 등록률이 몇%(한자릿수)에 불과했는데, 서울은 현재 경유차 등록률이 40%를 넘는다"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면 미세먼지의 발암 위해 기여도가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오염물질의 위해도 관점에서 실제 사람이 마시는 먼지가 허파, 뇌에 들어가서 미치는 영향으로 따지면 서울에서 압도적으로 경유 자동차가 주된 발생원일 것이라는 건 연구 결과로부터 추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문수 회장도 디젤차의 대기환경오염 기여도에 대해 김 교수와 뜻을 함께 했다. 그는 화석연료 자체의 유해성을 언급하면서도 디젤이 더 더럽다고 강조했다. "경유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많이 발생되고 휘발유는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며 "경유차에는 앞에서 언급하지 않은 1급 발암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며 디젤 승용차의 종말을 주장했다. 이에 엄명도 소장이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2차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일 전 단장도 화석연료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대안으로 친환경차를 들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관련해서는 자동차뿐 아니라 내연기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나온다. 특히, 나노입자 수준의 미세먼지는 가솔린 직분사 엔진(GDI) 차량이 디젤보다 더 많이 내뿜는데, 이는 디젤차가 아니라 자동차 전체의 문제다"라며 "내연기관 차를 없애고 전기차로 바꾸자는 것이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흐름이며 2050년을 목표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차보다는 노후차 관리 시급, 정부 감독도 반드시"

서울 종로구의 서울시청 앞 광장 전경.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연 서울 종로구의 서울시청 앞. ⓒ 최은주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올바른 방향이나, 지금으로서는 이보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회장은 "산업적 논리로 인해 올해 정부의 환경 개선 예산의 65%가 친환경차 보급에 쓰인다"며 "장기적으로 친환경차 지원이 함께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노후경유차에는 아직 규제하지 못한 유해물질이 더 많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늘려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질소산화물과 유기화합물은 햇빛을 만나면서 미세먼지가 되는데,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노후 경유차다. 노후 경유차는 조기 폐차가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임기상 대표는 친환경차 보급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제주도의 지원책 선회를 예로 들었다. 그는 "정부는 노후차(처리)보다 친환경차(보급)에 집중하고 있는데, 전기차보다 노후차 처리 정책이 우선 시급하다"면서 "우리나라 전체 친환경차의 절반이 운행 중인 제주도에서도 전기차 보급보다 노후차 지원이 먼저라고 정책을 바꿨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 측에 기울어져 있던 저울의 무게추를 환경으로 옮겨올 때가 됐다는 것. 

정 전 단장도 "전기차는 환경적-산업적 측면에서 지켜봐야 하며 LPG 등 가스차가 단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국소적으로 우선, 등하교 통학차 등 특수 차량들을 가스 혹은 전기차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경유차의 후처리장치 중요성을 짚었다. 안 회장도 "현재 디젤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을 달아서 미세먼지 줄일 수 있다"면서 "단, 이 장치가 잘 작동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저감장치의 사후 관리를 제작사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관리 감독도 촉구했다. 엄 소장은 "자동차 검사를 민간에 풀어 놨더니 예전에 휘발유차의 부적합율이 30%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3%밖에 안 된다"라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정 단장도 "차는 잘 만드는데 운행 되는 차 관리가 엉망이면 의미가 없다. 경유차 후처리 장치는 특히 더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후처리 장치는 한번 고장 나면 수리 비용도 엄청나다. 200만~250만 원이나 하는데, 이에 대한 운전자들의 부담이 크다. 제조사와 사용자 모두가 부담이 되겠지만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환경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디젤차 규제도 필요하지만, 미세먼지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환경 오염 문제는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엄 소장은 "꼭 자동차에 한정해서가 아니라 연료에너지 전체에 대해 접근할 필요도 있다"며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에너지 구조를 보면 30%가 수송에, 70%가 산업에 쓰이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겨울철 난방과 요리를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데, 이 모든 것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디젤차 #미세먼지 #경유차 #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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