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초강경파 기용, 속뜻은 '이제 트럼프만 바라봐'?

새 NSC보좌관에 존 볼턴 지명... 청와대 "트럼프의 의지가 중요"

등록 2018.03.23 14:26수정 2018.04.0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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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새로 임명됐다. 볼턴 전 대사는 4월 9일 NSC 보좌관으로 정식 취임한다. ⓒ 연합뉴스·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내정한 존 R. 볼턴(John Robert Bolton)이 '초강경 네오콘'이라는 점에서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도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력 사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던 허버트 맥매스터가 경질됐고 그 자리에 북한에 초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인사가 들어왔다는 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볼턴은 최근까지도 북한 정권을 "세계 최고의 사기꾼", "미국 대통령에 사기를 치면 사담 후세인의 전철을 밟게 될 것"(3월 10일 폭스뉴스), "북한이 (핵무기 완성) 결승선을 몇 미터 앞에 두고 왜 멈추겠느냐"(3월 8일 폭스뉴스)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신뢰는 조금도 없는 인사가 백악관의 안보사령탑에 오른 셈이다.

볼턴의 '북한 불신'은 그 뿌리가 깊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지내던 2003년 그는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대표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볼턴은 그해 7월 31일 서울에서 열린 강연에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포악한 독재자'로 지칭하고 북한 주민들이 "지옥 같은 악몽" 속에 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곧바로 북한의 반발을 산 볼턴은 대표단에서 제외됐다.

볼턴은 2005년 3월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임명되면서는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에 대한 부시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유엔은 없다. 유일 강대국이 이끄는 국제사회가 있을 뿐이다. 그 강대국은 미국이고,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면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함께할 수 있다" 등의 일방주의 발언을 해왔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ICC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축소시키는 데에 앞장선 것도 볼턴이었다.

유엔대사 시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끌었던 이도 바로 그다. 하지만 당시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반대로 2006년 12월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미국의 보수 매체에서 해설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이란 핵협상, 예루살렘 수도 인정 문제,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한 보수 여론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결심 뒤집을 수 있는 사람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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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신임 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사진은 지난 2003년 7월 31일 서울 남영동 미국 문화원 정보자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전문가들에게서는 우선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체적으로 우리에게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백 위원은 "볼턴 임명은 미국이 확실하게 힘이 있는 상태에서 북미회담을 진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트럼프 쪽에서는 대북제재와 압력이 먹혀들어가는 상황에서 강경하고 일사분란하게 하겠다고 판단한 것이고, 북한 스스로는 제재 때문에 손 들고 나온 게 아니라 근본적인 생존과 발전 전략을 다시 한 번 실행하기 위해 대화에 나온 것이어서 양쪽의 강경한 입장이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백 위원은 "트럼프가 '딜'을 하고 싶어하는 건 틀림없고, 볼턴은 대통령이 하고 싶어하는 걸 반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미간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이 (북미정상회담은)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볼턴의 임명을 대북관계에만 한정해서 보지 말 것을 조언했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는 북핵뿐 아니라 예루살렘 문제, 이란 핵 협상 등의 중동 문제 등 다른 이슈의 비중이 큰데,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이나 볼턴 NSC 보좌관 기용은 이 같은 여러 이슈를 트럼프의 의지대로 풀어나가기 위한 인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사람들은 적어도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뒤집고 망가뜨리기보다는 트럼프의 결심을 따라 행동대장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라며 "트럼프가 결심하면 되돌리거나 막을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이처럼 강경한 인사들을 내세우는 데 대해 김 교수는 "미국은 '이미 내가 이긴 게임이고, 그래서 너를 만나주는 것이다', 이런 구도로 대화를 진행하는 데에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볼턴이나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에 미칠 영향을 우려할 게 아니라 '트럼프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도 이와 비슷한 언급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오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볼턴이) 이전에 어떻게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의지를 갖고 끌고 가고 계신 분이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부장관 이런 분들과 긴밀히 협의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누가 그 자리에 계시든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로 대화할 수 있는 신뢰를 갖고 있는 참모들이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볼턴 #트럼프 #수퍼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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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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