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진출시 여성·남성 동등 참여보장', 개헌안에 없는 이유는?

"'성별·장애 차별 시정, 실질 평등'이 다 포괄"... "정치참여는 여성의 권리, 개헌안에 넣어야"

등록 2018.03.23 16:37수정 2018.03.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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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하는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청와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왼쪽)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늘 이 자리를 구태여 마련한 것은 여성 조항 때문이다. … 특히 여성계의 강력한 요구 중 하나는, 공직 진출시 여성·남성의 동등한 참여 보장을 개헌안에 넣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남성의 동등한 참여 보장은 결국 현 차별상태를 어떻게 바로잡을지, 실질적 평등을 어떻게 구현할지의 문제다. 현 개헌안처럼 '국가는 성별·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려 노력한다'라는 조항이 이를 포괄한다고 봤다.

(개헌안에 굳이 '동등 참여 보장'을 넣지 않은 것은) 헌법은 가급적 간결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우리(대한민국)가 추구해야 할 가치나 방향·원칙 등을 담되 구체적인 것은 법률에서 하도록 하는 게 옳다. 차별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넣는 것으로도 공직 진출에서의 여성·남성 동등 참여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라면 구태여 따로 열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굳이 뺀) 다른 의미는 없다."

23일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의 말이다. 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 헌법개정안에서 '공직 진출 시 남녀의 동등한 참여 보장' 조항이 빠진 데 대해 "여성계가 이 문제를 꼭 좀 이해해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라면서 거듭 여성계의 양해를 부탁했다. 진 비서관과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이날 춘추관에서 개헌안 관련한 추가 설명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는 앞서 19일~20일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단체들이 잇따라 "개헌안에 여성이 빠져있다"라는 지적을 한 데 대한 답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20일 '젠더가 실종된 대통령 개헌안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통해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에는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 노력 의무 신설'이라는 단 하나 조항이 있을 뿐, 최소한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여성 대표성 확대 조항조차 없다. 명백한 퇴행"이라며 이를 비판했다.

"남녀동수보장, 국민 절반인 여성의 권리... '국민주권 실현'과도 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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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헌법개정안에서 '공직 진출 시 남녀의 동등한 참여 보장' 조항이 빠진 데 대해 23일 진성준 비서관은 "여성계가 이 문제를 꼭 좀 이해해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며 거듭 여성계의 양해를 부탁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관련해 "이번 헌법 개정은 국민주권의 실현"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국민 주권을 실현하려면, 국민 절반을 구성하는 여성들의 시민적 권리도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발언 중인 문 대통령. ⓒ 연합뉴스


이들은 앞서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선 부끄러운 개헌안"이라며 ▲ 선출직과 공직 진출 및 모든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 보장 ▲ 헌법 전문에 헌법 원칙과 국가 방향으로서의 성평등 실현 포함 ▲ 적극적 조치를 포함한 실질적 성평등 실현·보장 의무 명기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를 역임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도 지난 9일 "'미투'를 지지한다는 대통령이 개헌안에서 성평등 문제를 다루지 않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진 비서관은 여성계의 이해를 구하며 "11조 2항의 포괄적 조항으로 이런 요구를 다 포괄할 수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의 '차별 시정 조치'와 '여성·남성 동수 대표성 보장'은 서로 다른 얘기다. 둘 차이를 보지 않고 '현 조항이 다 포괄한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라면서 "여성계 요구는 '선출직·임명직 등의 여성·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한다'는 조항을 넣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이번 헌법 개정은 국민주권의 실현 아닌가. 진정한 의미의 국민 주권을 실현하겠다고 하면, 국민 절반을 구성하는 여성들의 시민적 권리도 실현돼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여성·남성의 동등한 정치 참여 보장'은 여성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이게 개헌이 추진되는 시대정신에 부합함에도, (대통령 개헌안은) 그걸 지금 간과하고 있다. '차별 시정'과 '남녀 동수 대표성'의 차이를 모르고 이를 한 조항에 포괄한다는 건데 둘은 맥락이 전혀 다르다."

김 소장은 "일단 국회가 이번 개헌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보고 있다"라며 "국회에는 여성계의 요구가 충분히 전달돼 있다, 민주당을 통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조항을 문장까지 수정해서 보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시대정신이 담긴 이번 개헌은 반드시 '성평등 개헌'이 돼야 한다는 게 이들 여성계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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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하는 김형연 법무비서관청와대 김형연 법무비서관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이날 "대통령 개헌안 25조 문헌의 뜻은 '최소한 18세 이상의 국민은 선거권을 갖는다'는 뜻"이라며 문안 자체를 반대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 중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는 조항 관련, 이것이 '18세 미만 국민의 선거권 부정'이라는 일부 지적은 "논리학상으로나 헌법학상으로나 가능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반박이다.

이어 진 비서관은 "국회를 설득할 방안이라면, 무엇이라도 어떤 방안이라도 하고 싶다"라며 현행 헌법 81조에 명시된 대통령 국회 연설을 비롯해 각 정당 여야 지도부 및 국회 개헌특위 위원과의 대화 등을 추진·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비서관은 다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앞서 개헌안 관련, 표결 불참 의사를 비친 데 대해서 "(아직) 5월 25일까지 시한이 남아 있다. 처리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 야당을 압박했다. "현행 헌법상 개헌안이 발의·공고되면 60일 내 의결해야 한다. 표결 행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그렇지 않으면 위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정당이 위헌적 방침을 결정할 수 있겠느냐, 쉽지 않다고 본다"라는 지적이었다.

['대통령 개헌안'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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