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사태 논란속 하나금융 회장 결국 3연임

[현장] 참여연대 등 주주총회장서 김정태 회장 연임 반대, "비리 의혹에 신뢰 떨어져"

등록 2018.03.23 18:24수정 2018.03.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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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하나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 김정태 회장 3연임 반대 의결 촉구' 기자회견. ⓒ 조선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오늘 이 자리가 아니라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에 의해 확정될 것입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이진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이 한 말이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에도 이날 주총에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됐다.

이어 이 위원장은 "(김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금융은) 땅에 떨어진 신뢰와 자존심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종 범법행위, 채용비리 의혹까지 불거진 작금의 사태에 대해 전 직원을 대신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김 회장이 은행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는 데다, 최근 채용 비리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으며 회사의 평판을 떨어뜨렸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에 대해 노조가 사과한 것이다.

"검찰 수사 대응하느라 경영 전념 어려울 것... 경영 공백도 불가피"

노조는 이날 오전 주총을 앞두고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 김정태 회장 3연임 반대 의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아래 하나금융 노조)는 "금융감독원 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응하느라 제대로 경영에 전념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각종 비리 의혹이 범죄 사실로 확정돼 물러나게 된다면 갑작스런 경영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런 노조의 우려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김 회장은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은행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또 그는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금전을 제시하는 등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으로도 고발된 바 있다.


더불어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 재직 당시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불명예 퇴진하자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관련해 특별검사에 들어간 것도 하나금융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김 회장이 자신의 3연임을 위해 최근 채용 비리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극한 갈등을 유발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자신의 사익을 위해 하나금융을 극단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의 전형"이라고 노조는 일갈했다.

또 이와 별개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의혹들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김 회장의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면 그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연임 반대 한 목소리..."스스로 물러나야"

시민사회단체들도 김 회장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다른 일반기업과 달리 금융회사에는 업종 특성상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이에 반하는 의혹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금융기관에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고도의 공공성, 도덕성, 안정성, 투명성"면서 "한 푼, 두 푼, 힘들게 번 돈으로 이자라도 벌기 위해 피 같은 재산을 금융기관에 맡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은 "이정도 일이 발생하면 3연임의 찬반을 물을 것도 없이 (회장)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 국민들 앞에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전) 청와대 압력에 굴복해 이상화라는 사람을 (김 회장이) 특별 승진시켜줬고, 이는 법원에 의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장의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하나은행은) 어떤 인수합병(M&A)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은행법을 위반했다고 밝혀질 경우 하나은행이 경영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하나금융 주총 비공개 논란...일부 주주조차 참석 막아

한편 이날 주주총회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기자들이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갖고 주총 취재를 하려하자, 이마저 회사쪽은 막았다. 이에 기자들이 항의하자, 하나금융 관계자는 "(주주가 아닌) 다른 기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어 이전부터 이렇게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일부 주주의 위임장을 가지고 주총장에 들어갔던 시민단체와 노조 조합원등이 기자들에게 현장 분위기를 대신 전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주총이 끝난 뒤 김득의 대표는 "김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1시간 가량 찬반 논의가 진행됐다"며 "김 회장은 모든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김정한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김 회장은 연임과 관련한 주주들의 질의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했다"면서 "연임이 통과됐지만 이후 사법당국과 금융당국에서 대주주 적격성 여부 등을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오늘 주총 녹취 자료를 가지고 있다"며 "김 회장이 이와 반대되는 행동으로 일관한다면 이에 대해 다시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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