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이명박, 대통령 돼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4대강 사업 비판했던 이준구 서울대 교수 "추상같은 심판과 단죄 내려지길"

등록 2018.03.24 15:08수정 2018.03.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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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 유성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2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관련해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으며,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에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고, 747공약 등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2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그는 전후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성장률의 하락을 모두 진보정권의 책임으로 몰아세웠다. 그리고는 '747'이라는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을 현혹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학에 조금이라고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잠재성장률을 1% 포인트 올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라며 "747 공약은 4%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7%대로 올려놓겠다는 것인데, 말이 되지 않는 소리지만 국민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의 허황된 약속을 그대로 믿어 버렸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나는 그의 정치를 '거짓의 정치'라고 본다"며 "한반도 대운하 공약만 봐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가 국민에게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의 청사진은 너무나 그럴듯했지만, 그 화려한 청사진은 모두 거짓의 치장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그의 보좌진이 만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비용-편익분석은 갖가지 왜곡과 조작의 수법이 모두 동원되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된 그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일부터 시작했다. 불법사찰과 정치공작으로 점철된 그의 통치는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를 완전히 무로 돌려 버렸다"며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태도 역시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반대의 소리가 거세도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그를 보며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을 떠올렸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었던 비결은 검찰과 언론을 완전하게 장악한 마키아벨리적 통치술이었다. 이 둘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에 그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원천봉쇄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가 재임한 5년 동안 너무나도 숨이 막힌다는 느낌으로 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혐의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것은 너무나도 뻔하다. 이제 그는 우리 헌정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라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추상같은 심판과 단죄가 내려지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이다.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검찰이 작성한 조서에 그의 범죄 혐의를 열거한 목록이 무려 116페이지나 된다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 이전에 이런 범죄행위들이 부분적으로나마 드러났다면 누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줬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철저한 거짓말 전술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혹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써가며 자신의 무죄를 강변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합리적 의혹을 제시한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던 것이지요. 지금 와서 그가 당시에 발언한 영상을 보면 어떻게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천연덕스레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는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입니다.

물론 그의 거짓말이 먹혀 들어간 건 권력에 아부하는 검찰의 눈물겨운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몇 번의 검찰수사와 특검수사는 번번이 그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의기양양한 그는 자기를 얼마든 파헤쳐 봐도 아무 잘못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큰소리쳤습니다. 불과 몇 년 후 정권이 바뀌면 줄줄이 알사탕처럼 범죄행위가 드러날 것을 모른 채 말이지요.

또한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개발독재 시대의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법과 정의라는 원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장부를 조작하고, 기업 돈을 빼돌리고,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보고 배운 것이 그것들인데 무슨 죄책감이 있었겠습니까?

정치가가 되려면 적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 자세는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에게서는 그런 자세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갈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에게서 공직자로서의 면모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검찰수사는 그가 대통령직을 자신의 부를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그는 때를 잘 타고난 사람인지 모릅니다. 대통령이 될 수도 없었고 되어서도 안 될 사람이 대통령에 뽑힌 것까지만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대통령직을 꿰찬 탓에 결국 검찰의 호송을 받으며 구치소에 들어가는 오늘의 비극을 자초했기는 하지만요.

그가 때를 잘 타고 났다는 것은 10년 동안의 진보정권과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맞물려지던 바로 그때에 대통령 선거에 나왔다는 점입니다. 그는 전후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성장률의 하락을 모두 진보정권의 책임으로 몰아세웠습니다. 그리고는 "747"이라는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을 현혹시켰습니다.

경제학에 조금이라고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잠재성장률을 1% 포인트 올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압니다. 747 공약은 4% 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7% 대로 올려놓겠다는 말인데, 그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요? 그러나 국민은 그의 허황된 약속을 그대로 믿어 버렸습니다.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심정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나는 그의 정치를 '거짓의 정치'라고 보는데,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반도 대운하 공약"만 봐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가 국민에게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의 청사진은 너무나 그럴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청사진은 모두 거짓의 치장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습니다.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그의 보좌진이 만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비용-편익분석은 갖가지 왜곡과 조작의 수법이 모두 동원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나는 오래 전부터 그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그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불법사찰과 정치공작으로 점철된 그의 통치는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를 완전히 무로 돌려 버렸습니다.

그가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태도 역시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모든 논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는 태도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반대의 소리가 거세도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그를 보며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을 떠올렸습니다.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었던 비결은 검찰과 언론을 완전하게 장악한 마키아벨리적 통치술이었습니다. 이 둘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에 그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원천봉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재임한 5년 동안 너무나도 숨이 막힌다는 느낌으로 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검찰이 밝힌 그의 범죄행위는 마치 범죄의 백화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양하고 기가 막히는 것들입니다.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치사한 짓까지 했는지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박근혜는 오히려 죄가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을 하는 사람까지 있겠습니까?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혐의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것은 너무나도 뻔합니다. 이제 그는 우리 헌정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서의 그를 평가할 때 지금 드러난 범죄행위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드러난 범죄행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를 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더욱 결정적 근거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같은 그의 결정적 실정(失政)과 관련된 범죄행위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독단적으로 그런 사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민주주의 원칙의 실종은 더욱 심각한 죄과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업으로 인해 우리가 감내해야 했던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과 낭비는 몇십억 원의 뇌물을 받은 것보다 더 큰 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즐겨 활용한 정치공작이나 불법사찰은 역사의 시계를 유신독재 시절로 되돌려놓는 결과를 빚었습니다. 내편과 네편을 철저하게 가르는 치졸한 정치는 국민 통합의 기초를 무너뜨리고 반목과 증오가 판치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마주 보며 달려오는 폭주기관차로 만든 것이 바로 그의 정치공작이었습니다.

그의 비민주성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 경찰, 군이 한 통속이 되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데서 절정을 이룹니다. 그건 유신체제 같은 희대의 독재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불법행위 아닙니까? 어떻게 민주화를 이룩한 지 오래 된 나라에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답니까?

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런 불법행위를 지시했겠지요. 그의 불행은 박근혜가 최소한 5년 동안 자신의 뒤를 돌봐줄 거라는 기대를 저버린 데서 시작되기는 했지만요. 바로 여기에서도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 위주로 정치를 해온 그의 풍모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어찌 되었든 그는 이미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고, 이제 사법적 판단만 남은 단계입니다. 그와 그의 추종자들은 지금 이 상황에서도 "정치적 보복", "표적 수사", "이명박 죽이기"라는 잠꼬대 같은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를 추종한 사람이나 그를 지지했던 보수언론이나 모두들 공동의 책임을 느껴야 마땅한 일 아닙니까? 최소한 그런 범죄행위를 막지 못한 책임과 반성은 있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모처럼 사회 정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검찰을 비방하는 데 열중하고 있군요. 나도 정권의 주구가 되기를 선택한 과거의 검찰은 지긋지긋하게 싫었습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과거의 죄업을 모두 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올바른 길로 들어서려는 노력을 한 것만은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치보복이었는지 아닌지는 곧 밝혀질 것입니다. 만약 사법부가 그의 무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낸다면 그동안 내가 그에게 가했던 비난에 대해 겸허하게 사죄하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유죄가 입증된다면 정치보복이니 이명박 죽이기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한 사람들이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합니다. 모처럼 사회정의를 바로 잡기 위해 팔 걷고 나선 정부와 검찰을 모욕한 죄가 크니까요.

이제 그가 주도한 허위와 기만의 세월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사법적 판단과 더불어 준엄한 역사의 심판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추상 같은 심판과 단죄가 내려지기를 고대합니다.
#이명박 #MB #4대강 #이준구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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