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교육은 뒷전? 제주 시골로 이사 온 진짜 이유

제한된 꿈만 꾸며 살던 지난 시절...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장래희망을 품길

등록 2018.03.26 14:32수정 2018.03.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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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늘 꿈이 있는 삶을 추구한다. ⓒ 이효진


대통령, 교사, 간호사, 의사, 과학자... 내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던 그때 그 시절, 친구들이 가장 많이 꼽았던 장래희망들이다.


그러고 보면 시대에 따라 아이들이 선호하는 인기 장래희망이 있는 듯하다. 초등학교 졸업앨범 속 친구들 이름 옆에 적힌 장래희망을 보니, 80년대 후반에 인기 있던 직업이 대충 짐작이 간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대통령, 과학자, 의사, 여자아이들은 교사, 간호사를 장래희망으로 꿈꾸고 있었다. '다른 장래희망은 없나?' 하고 눈 씻고 찾아봐도 기껏해야 나온 다른 대답이란 다음과 같다. 음악가, 아동문학가, 축구선수, 보육원 원장, 외교관... 여기서 더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장래희망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이었을 듯하지만, 그보다 내가 전해 받은 느낌은, 당시 아이들 눈에 보였던 직업의 세계가 거기서 딱 멈춰있다는 것이랄까?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주변 사람을 통해, TV를 통해, 학교에서의 배움을 통해 만나고 접했던 직업의 세계가 거기까지였던 거다.

만약 친구들이 그 시절 그때 좀 더 많은 직업의 세계를 접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친구들은 또 어떤 장래희망을 꿈꾸었을지, 그게 새삼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꿈에 대한,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편이 어린 시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한정된 시야 안에 갇힌 삶을 살았던 거란다. 마치 내 초등학교 졸업앨범 옆에 적혀 있는 장래희망이 전부인 세상에서 살아왔던 기억이랄까? 조금만 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관찰하고 더 많이 알았더라면, 그게 꼭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라도 이런저런 삶의 모습들을 경험할 수 있었더라면, 분명 꿈이 있는 삶을 살아갔을 거라고 말이다.


남편은 그랬단다. 살아 있는 꿈이란 게 없어서 그저 성적에 맞춰 대학교 과를 선택하고, 관심조차 없는데 단지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남편의 성적 테두리 안에서 취업 잘되는 과를 강요하셨단다. 그렇게 아버지의 바람대로 대학 학과를 선택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꿈이 아니기에 그만두고... 보다 못한 누나가 취업이 잘되는 직업학원으로 원서를 넣고 그렇게 자신의 삶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십 년이란 세월 후 이 또한 결국엔 자신과 맞지 않아 또다시 새로운 삶을 걸어가고 있는 남편.

제주 시골로 이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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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꿈의 변천사를 하나 하나 기록해 봤다. ⓒ 이효진


자신이 걸어온 삶 때문일까? 남편은 지금도 늘 내게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절대 꿈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보이는 것 외에도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렇게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꿈의 시야를 트이게 해 아이들 스스로 꿈을 선택하고 도전하도록 해주고 싶단다.

물론, 나 또한 그 말에 동감한다. 1등을 강요하고, 꿈을 강요하고, 대학을 강요하고, 직장을 강요하고... 열심을 강요하는 게 아닌, 아이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꿈에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꿈의 지도, 꿈의 나침반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제주 시내에서 벗어나 시골 한림으로 이사를 결정했을 때도, 모두 아이들 교육은 뒷전이라고 만류했다(제주라고 해서 결코 교육에 뒤처져있는 곳이 아니다. 제주 시내를 중심으로 교육열이 높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확고했다.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스스로가 얼마만큼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느냐기에, 우선 중학교까지는 아이들이 정말 원하고 바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꿈 찾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리고 늘 아이들에게 습관처럼 물어본다.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꿈이 무엇인지를. 큰아들 지상이가 생후 36개월 무렵이었을까? 꿈이 뭐냐는 물음에 지상인 다음과 같이 대답을 했더랬다.

"또봇이 되고 싶어요."

비슷한 시기, 둘째 지율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이렇게 이야기하더라.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될래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계속 이어지는 아이들의 꿈의 변천사!

"도라에몽이 될래요."
"아프리카에 갈래요."
"착한 해적이 될래요."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인 아이들이라, 지금은 즐겨보는 만화영화의 캐릭터가 가장 되고 싶고, 닮고 싶고, 이루고 싶은 꿈이다. 아직 꿈의 지도에 만화 속 캐릭터가 전부인 아이들. 갈 길이 멀다.

차츰차츰 더 넓은 세상 속 꿈의 지도를 만들고 보여줘, 아이들 스스로가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도록, 꿈의 나침반 역할에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제주 #장래희망 #꿈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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