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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대표작 갱신한 봉태규, 악역 연기 비결은...

[인터뷰] <리턴> 김학범 역 맡아 열연...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18.03.26 18:29최종업데이트18.03.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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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바람난 가족> <논스톱4> <한강수타령>, 그리고고 <광식이 동생 광태>. 배우 봉태규의 20대는 필모그래피는 반짝였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개성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던 봉태규.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는 드라마나 영화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더 자주 등장하는 연예인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는 최근 종영한 SBS <리턴>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코믹하고 선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봉태규는 사학 재벌의 아들이자 악벤져스(악한 어벤져스) 4인방 중 한 명인 김학범 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악역을 훌륭하게 끝마쳤다. 언제나 봉태규의 대표작으로 언급되던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이후 13년 만에 새롭게 대표작을 갱신한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봉태규는 <리턴>을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긴 공백기 동안 꿈꿔왔던 순간"이라면서 말이다.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돌아가 혼자 울컥해서 울었어요. 배우 활동하면서 이런 기분이 든 건 처음이라 특별한 경험이기는 했지만 혼자 무안하기도 했죠. 사실 기존 이미지가 강해서 악역은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출연 전부터 어색해 보이면 어쩌나,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쩌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잖아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기분이 좋죠." 

13년 만에 갱신한 대표작... 실감나는 악역 연기 비결은 

봉태규는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만나는 배우가 됐다. 하지만 그는 최근 종영한 SBS <리턴> 김학범 역을 통해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 iMe KOREA


긴 호흡 드라마에서 주요배역을 맡은 건 2008년 <워킹맘> 이후 10년 만이었다. 봉태규는 김학범 역을 그 "10년 동안 준비한 캐릭터"라고 표현하며 "막연히 기다려온 순간이 온 것 같다"고 했다.

공백 기간 동안 느낀 연기에 대한 갈증은 그동안 못 해봤던 역할, 안 해봤던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키웠다. 코믹한 이미지에 갇혀 주어지지 않았던 악역도 그중 하나였다. 쉬는 동안 영화나 드라마 속 악역을 볼 때면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온 10년의 시간.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준비하고 연구했던 악역이 김학범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 재벌 악역이 많이 등장했잖아요. 저로서는 기존 악역과 겹치지 않기 위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차별점은 내 역할을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극 중 연미정(한은정 분) 시체 묻으러 갈 때 천진난만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도 학범이라면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학범이의 악행이 더 일상적으로 보이지길 원했어요." 

김학범 캐릭터는 봉태규의 10년 갈증에 우연이 겹쳐 더 디테일하게 완성됐다. 극 중 김학범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그의 안하무인 성격을 보여주는 단적인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이는 작가나 감독이 애초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본래 촬영하기로 되어 있던 공간에 다른 차가 이미 주차되어 있고, 장애인 주차 구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차 상태였다고. 하지만 감독과 봉태규는 물론, 스태프들까지 '김학범이라면 장애인 주차 구역 표시는 신경도 안 쓰지 않을까?'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는 김학범의 일상적인 폭력성이나 똘기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장면이 됐다.

실감 나는 악역 연기의 비결은 또 있다.

"아이를 키우려면 참을성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일단 많이 기다려야 하고,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여도 부모는 흡수만 해야 해요. 근데 이게 굉장히 어렵거든요. 아이 키우는 부모님들은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아실 거예요. 저희 아이가 얼마 전 딱 1춘기였는데, 갑자기 화내거나 울어요. 저는 진짜 가만히 있었는데 '하지 마!' 이러고... 육아책 보면 아이들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가만히 기다리고 지켜보라고 하거든요. 훈육도 안 되는 시기고요. 그때 김학범 캐릭터를 만난 거죠. 육아로 받은 스트레스를 악역을 연기하며 엄청난 에너지로 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들에게 너무 고맙죠. 하하하." 

<리턴> 둘러싼 논란들

<리턴>은 흥행 성적 외에도 주인공 교체, 지나치게 폭력적인 수위에 대한 논란 등으로 더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 iMe KOREA


평일 미니시리즈들이 하나 같이 시청률 가뭄을 겪고 있는 요즘, 최고 시청률 17.4%(AGB닐슨 전국 기준)를 기록한 <리턴>의 성과는 주목받을 만하다. 하지만 <리턴>은 흥행 성적 외에도 주인공 교체, 지나치게 폭력적인 수위에 대한 논란 등으로 더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를 둘러싼 잡음들에 대해 봉태규는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주연배우 교체 문제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조심스러운 입장인 게 사실이에요. (논란 당시) 현장에서 동요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다만 전후 사정을 떠나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했어요." 

폭력성 논란에 대해서는 "이해한다"고 했다.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스스로 검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지상파 드라마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도 분명 있었다고. 제작진도 이 같은 논란을 이해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아무리 악인 캐릭터라 해도, 시청자들이 보기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면 안 되잖아요. 감독님이랑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저도 나중에는 같은 수위라도 덜 불편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봉태규의 차기작, <슈퍼맨이 돌아왔다> 

봉태규는 김학범을 떠나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곧 아이와 함께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출연한다. 역대급 악역 연기로 겨우 벗은 소탈하고 코믹한 이미지인데, 차기작으로 다시 예능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전에도 요청이 들어왔는데 그땐 거절했었거든요. 아이가 지금 27개월인데 의사소통이 조금은 되거든요. 그래서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TV에 나오고 싶으냐고. 그랬더니 '응' 하더라고요. 몇 번에 걸쳐 물어봤는데, 한 번도 싫다는 답을 안 하더라고요. (웃음) 

저는 육아든 살림이든 최대한 제 몫을 다 하려고 해요. 그런데 요즘 <리턴> 촬영하면서 3개월 넘게 아이와 함께하지 못했거든요. 아이들은 정말 빨리 자라요. 그 3개월 동안 너무 많이 변했더라고요. 너무 미안했어요. 이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슈돌> 제안이 왔죠. 2박 3일 동안 무조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저희 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이 강력하게 원하셨어요. 제 일에 대해선 이런저런 이야기 안 하시는 분들인데, 이번엔 돈 생각하지 말고 웬만하면 했으면 좋겠다고. 하하하. 멀리 계셔서 손자를 자주 못 보시니까 TV로라도 보고 싶으셨나 봐요. 또, 아이와 함께한 추억이 예쁘게 편집된 영상으로 남는다는 것도 큰 메리트고요."

연기에 대한 갈증,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다

봉태규는 김학범을 떠나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긴 시간 만에 다시 시작된 '배우' 봉태규의 필모그래피. 작품에 대한 갈증은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다. ⓒ iMe KOREA


긴 시간 만에 다시 시작된 '배우' 봉태규의 필모그래피. 당연히 작품에 대한 갈증도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악역을 훌륭히 마친 만큼, 봉태규를 봤을 때 쉬이 떠오르지 않는 역할을 해내고 싶은 욕심도 크다.

"연기 생활이 길긴 하지만, 오랜 시간 한 이미지에 갇혀있던 탓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진 못했어요. 어떤 역할이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 제게 좋은 에너지가 넘치고 있거든요. 이걸 어서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봉태규는 처음 <리턴> 제안을 받고 거절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리턴>을 안 했으면 어땠을지 아찔하다"고 했다. 공백 기간 수입이 없어 다달이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사진작가인 아내 하시시박의 벌이가 있긴 했지만, 본인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괴롭기도 했다. 10년 공백기 동안 생긴 새로운 가족, 아내와 아이. 이전에는 공백기를 그저 버티고 견뎌냈다면, 책임감이 무거워지자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좋은 남편이 되고 싶어요. 좋은 아빠도 되고 싶은데,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 되면 좋은 아빠는 저절로 되는 거래요. 이건 조금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리턴>에 출연하고 나서 가장 기뻤던 건, 아내에게 뭔가 뽐낼 수 있는 게 생겼다는 거예요. 저는 제 아내에게 칭찬받는 게 가장 기분 좋거든요. 아내가 저를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게 되게 기분 좋더라고요. 좋은 남편이 되면 좋은 배우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남편... 잘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게 지금 제 목표예요." 

봉태규 리턴 김학범 슈퍼맨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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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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