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와 제주도를 섞어 놓은 곳, 빠져든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3시간이면 닿는 빠이, 그곳의 매력 포인트

등록 2018.03.28 09:12수정 2018.03.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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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 마을의 전경 태국 치앙마이에서 136km 떨어진 빠이, 자동차로 3시간을 달리면 파란 하늘의 빠이를 만날 수 있다. ⓒ 신경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는 태국일 것이다. 그중 빠이 마을의 느리게 사는 공정여행이 알려져 있다. 태국의 북쪽 도시 치앙마이에서 762개의 굽은 산길 136km를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야 비로소 빠이를 만날 수 있다. 빠이는 태국인이 꼽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자, 세계 배낭 여행자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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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 캐년 마을 남쪽에 있으며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다. ⓒ 신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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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빠이 온천 빠이에는 여러 곳의 온천이 있다. 마을 내에는 타빠이 온천이 있고, 멀리 떨어진 곳에는 시크릿 온천이 있다. ⓒ 신경준


이곳의 온천과 캐년, 숲속의 사원, 넓게 뻗은 논과 딸기밭, 농장과 함께하는 커피숍, 신나는 라이브 카페, 수공예품을 만드는 예술가들 그리고 야시장의 다양한 먹을거리와 소수민족의 공연들은 세계 여행자들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실제 마을 남쪽의 캐년에는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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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 마을의 전경 마을의 어느 곳에서도 고층 건물은 찾아볼 수 없다. 리조트는 마을의 외곽에 위치한다. 개발 보다 자연을 존중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 신경준


20여 년 전 빠이에는 고산족들이 물물교환을 하고 있었다. 이때 마을에는 잠시 스치는 유랑자들만 다녀갈 뿐, 여행자를 위한 숙소도 없었다고 한다. 히피 성향의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점점 빠이로 모여들면서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카페도 점점 늘어났으며, 재산권 마찰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원주민과 이주민 약 2300명 모두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뭉쳤다. 주민들은 리조트를 마을에서 떨어진 외곽에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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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의 모습 20여 년 전 고산족들의 물물교환을 시작으로 형성된 야시장, 그렇게 빠이는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 신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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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를 상징하는 대나무 컵 빠이에서는 일회용 컵이 아닌 대나무 컵을 이용한다. 마신 컵을 재사용하면 음료 가격은 할인된다. 차에서 커피까지 다양한 음료는 여행객들의 피로를 달래준다. ⓒ 신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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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 리퍼블릭 야시장에서 우체국 역할을 한다. 약 500원으로 느리게 가는 엽서를 부칠 수 있어 여행자들이 찾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 신경준


야시장의 가게들은 보통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다. 사람들은 친환경 상품을 만들고, 일회용 컵이 아닌 대나무 컵에 음료를 담아 준다. 빠이 리퍼블릭은 느리게 가는 엽서를 보내기 위해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어 이제는 마을의 명소가 되었다. 빠이 주민들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UTOPIA)에서 I와 A의 순서를 바꿔 유토빠이(UTOPAI)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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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하우스 컨테이너로 만든 카페에서 파란하늘과 자연을 벗삼아 휴식의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 신경준


캐년을 가는 길에 전망이 아름답게 펼쳐진 컨테이너 하우스에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차 한잔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저자인 노동효는 "숲과 폭포, 온천과 강, 논과 딸기밭으로 둘러싸인 빠이에서 홍대 거리의 분위기를 느꼈다. 다양하고 조화로운 빠이는 오래된 홍대 골목이자, 제주도의 분위기를 닮았다"고 말한다.

그렇게 평온하던 빠이에도 대위기가 찾아 왔다. '치앙마이에서 빠이까지 762개 굽은 길 대신에 직선 터널을 뚫자! 치앙마이 도시와 1시간 대로 가까워지면 현대 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게 될 것'이라며 개발을 유혹하는 토건업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느린 삶을 추구했던 빠이 주민들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생명을 죽일 수는 없다며 저항했다. 타이 국왕도 힘을 보탰고, 결국 토건업자들은 두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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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샵 디자이너 누이스(Nuis) 야시장 중간 즈음에 간판이 없는 3R샵이 있다. 디자이너 누이스는 하루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손님을 맞는다. 빠이 기념 티셔츠와 상품들을 직접 디자인하고 있다. ⓒ 신경준


야시장에서 3R숍을 운영하는 누이스(Nuis)는 "간판을 달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나는 더 많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내 시간이 정작 줄어들게 된다. 나는 고양이 쿤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3R(Reduce, Reuse, Recycle) 제품을 만들고 이용하는 것이 나와 우리 모두의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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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의 예술가 문트리(Moontree) 스튜디오 포엠의 예술가 문트리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취미로 여행자들의 셔츠에 초상화도 그려준다. ⓒ 신경준


스튜디오 포엠의 예술가 문트리(Moontree)는 여행자들에게 "코끼리 바지만 사지 말고 마을의 수공예품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취미로 여행자들의 셔츠에 초상화도 그려 드립니다. 당신들이 여행에서 이곳에서의 고요함과 진정한 쉼을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부탁의 말을 전한다.

더 빨리, 더 강한 액티비티로 여행을 즐기는 우리가 비로소 유턴해야 만날 수 있는 빠이 마을, 이곳은 분명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파란 하늘에서 힘을 얻고 우리의 지친 영혼을 달래기에 충분한 곳이다.
#리틀포레스트 #태국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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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없는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꾸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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