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명함 속 사람과 명함 밖 사람

단상|책상 서랍 속 명함

등록 2018.03.27 15:21수정 2018.03.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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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기


YS 대통령 명함을 받아보면 작은 글씨로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단다.


'이 명함은 재생 용지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명함이 고급 한지로 만든 종이 케이스에 한 장씩 낱개로 넣어져 있었다는 얘길 들었다.

재밌는 명함들도 많다. 외국의 어느 치과 의사는 이빨 자국을 낸 듯한 양각 효과로 입체감을 주었고, 어느 소방관의 명함은 귀퉁이에 탄 듯한 효과를 주기도 했다고. 사실 확인은 안 됐지만, 오래 전 포스코는 임원의 등급별로 금, 은, 동으로 만든 얇은 '금속 명함'을 썼다는 얘기도 들렸다.

참여정부 때 만난, 중앙일간지 한 곳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다 퇴직한 한 선배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줄 명함이 없을 때 '아, 내가 속한 곳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쓸쓸했다고 했다. 그 선배는 몇 개월 후 정부 부처의 수장이 되면서 다시 명함을 되찾았다. 당연히 활기찼다.

오래 전부터 주고받았던 명함. 지금도 주고 받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들춰보면, 만난 기억조차 없는 이들의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버리지 못하는 미련이란 무엇인가. 내게 가장 소중한 이는 명함 속 사람이 아니라 명함 없이 만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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