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생 부부에게 '돈 안드는 결혼식'을 선물했습니다

거품 따위 없는 작지만 의미있는 결혼식 이야기

등록 2018.03.31 13:58수정 2018.03.3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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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과 함께 결혼의 계절이 시작됐다. 요즘 비혼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며 결혼 가뭄시대가 찾아오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곳곳에서 사랑을 말하고 행복을 말하고 그렇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삶을 꿈꾸는 젊은 커플들이 눈에 띈다. 각박한 현실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만큼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순간이 또 어디 있으랴.


한편에선 사랑도 사치라며 결혼도 포기하고 연애도 포기하고 살아간다면, 또 한편에선 가진 게 부족하더라도 사랑으로 이겨내 보자며 더욱 끈끈하게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이들이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채우며 살아가면 그게 행복이라며. 거품 가득한 결혼식 형식 따위는 집어 던져 버리기도 한다.

결혼식 생략하겠다는 시동생 부부

3년 전이었던가? 남편의 남동생인 시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알려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결혼식은 생략하겠단다. 대신 웨딩사진, 웨딩커플사진을 많이 찍어 뒀으니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다. 거품 가득한 결혼식 비용, 생략해도 아무렇지 않다 말했던 시동생 부부.

하지만 그게 못내 아쉬웠던 나. 내가 이렇게 아쉬운데, 신부 입장에선 오죽이나 더 아쉬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아무래도 결혼 선배인 내 경험상 훗날 결혼식도 추억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결혼식 생략에 반대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효리 결혼식 들어봤어요?"
"그게 뭔데요?"


"작은 결혼식, 스몰웨딩요. 제가 결혼선물로 작고 예쁜 결혼식 치를 수 있게 도와줄게요. 절대 부담 느낄 필요 없어요, 돈 안 드는 결혼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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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웨딩 스몰웨딩 치르기 프로젝트-직접 하나 하나 꾸며봤다. ⓒ 이효진


그렇게 시작된 스몰웨딩 프로젝트! 작고 소박하지만 의미 있고 알찬 결혼식을 꾸미고 싶었다. 당시 우리 부부는 글램핑장을 운영하고 있었던지라 글램핑 결혼식이라는 이색적인 결혼식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동안 찍어둔 웨딩사진을 전시하고, 모아두었던 소주병에 스티커를 벗기고 그 안에 예쁜 사랑의 글귀들을 써 넣어 전시했다. 그야말로 최소한으로 돈 안 들이는 결혼식을 만들어갔다.

웨딩드레스도 인터넷을 샅샅이 뒤진 끝에 저렴하지만 예쁜, 활동하기 편한 드레스로 대여를 받을 수 있었다. 또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결혼 서약서를 작성해 작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 만들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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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준비 하나 하나 직접 준비해봤다. ⓒ 이효진


그렇게 시작된 결혼식. 주례도 사회자도 없는 대신, 신랑이 직접 축가를 부르며 등장해 결혼식이 시작됐다. 이어지는 신부 등장! 그리고 신랑 신부가 차례로 결혼서약서를 낭독한다. 들려오는 서약서 내용에 웃음이 팡팡 터져나온다.

"예쁜 빛나를 위해 저도 열심히 운동도 하고 배 나오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소주 병나발 불지 않고 우리 가족을 위해 건강을 챙기겠습니다."

작게 치러졌지만 더욱 정감 있어 훈훈했던 결혼식 분위기. 이번 결혼식은 무엇보다 '절약'이 포인트다. 이미 웨딩사진은 찍어뒀던 터라 결혼식 장면 장면은 굳이 사진기사를 쓰지 않겠다는 신랑 신부. 대신 이날은 온가족이 사진기사다. 곳곳에서 각자 역할을 맡아 자신들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어댔다. 그 모습 또한 어찌나 재밌고 훈훈했던지.

영사기를 통해 찍어뒀던 웨딩포토를 감상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마지막 아쉬움은 가족끼리 바비큐 타임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아주 소박하면서도, 그렇지만 특별했던 미니결혼식이였다.

직접 준비하고 도와서일까? 여러 결혼식을 다녀봤어도, 이처럼 특별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결혼식은 없으니, 신랑 신부에게도 특별한 결혼식이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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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케잌 웨딩케잌도 직접 동네빵집에서 맞춤 제작했다. ⓒ 이효진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수많은 커플들이 사랑을 다짐하고 결혼을 약속하겠지? 거품 대신 설레임 가득한, 개성있고 아름다운 결혼식이 더 많아지길.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요즘이다.
#스몰웨딩 #작은결혼식 #미니결혼식 #결혼문화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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