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사교육,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워킹맘이 워킹맘에게] 기준은 사람마다, 가정마다, 아이마다 다르다

등록 2018.04.08 14:53수정 2018.04.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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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7년차, 엄마경력 8년차. 워킹맘 K에게 쓰는 편지는 아이와 일을 사랑하며,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완생을 꿈꾸는 미생 워킹맘의 이야기를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려 합니다. [편집자말]
, 나는 요즘 고민이 있어. 아이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과연 사교육을 어디까지 시켜야 하는 건가 하는 거야.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의 공통 관심사이자 고민 아닐까 싶어. 어렸을 때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좋았어. 하지만, 학교라는 곳을 다니고 나서부터는 '공부'라는 명제 앞에서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모더라.

사실, 나는 좀 느리게 애들을 키우는 편이었어. 한글만 7세에 겨우 뗄 수 있는 정도로 학습을 시켰거든. 어렸을 때는 주로 산으로 바다로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녔어. 과학 책으로 접하는 자연과 곤충보다 눈으로 보고 만지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유익할 거라 믿었거든. 흙이, 자연이 아이를 키울 거라 믿었어.


이런 나에게 조금 변화가 온 것은 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였어. 공부와 관련된 학습지 이외에 방과후 수업, 남들이 다 한다는 피아노와 태권도, 축구를 하게 되었지. 어느 순간 남들이 한다는 것은 다 하고 있더라고. 누군가 묻더라. 꼭 그렇게 많이 시켜냐 하느냐고. 나도 그냥 아이가 학교 갔다 오면 집에서 쉬게 해주고 싶지.

하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이 혼자 쉴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아이를 봐주시는 시부모님도 개인 일정이 있으시니 유치원 하원 시간 오후 5시에 맞추는 것이 목표였어. 워킹맘들이 사교육을 시작하는 시점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기 보다 엄마가 아닌 다른 주 양육자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것도 한 이유야. 그렇게 예체능에서부터 시작해서 학습에 관한 교육 한두 개를 추가하게 되더라.

워킹맘의 엄마표 학습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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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을 일하는 워킹맘이라면 난 엄마표를 권유하지 않아 ⓒ pixabay


풀타임을 일하는 워킹맘이라면 난 엄마표를 권유하지 않아. 아이를 엄마가 가르칠 때에 중요한 것은 아이와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고, 아이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지도를 하는 것이 핵심이거든. 하루에 1시간 학습이든, 30분이든 학습 양보다 중요한 건 엄마와 아이의 관계야.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학습도 효과가 있는 거지. 학습의 시간 이전에 아이와 그 엄마가 소통하며 쌓았을 신뢰의 시간을 먼저 생각해야 해. 그런데 워킹맘에겐 그럴 시간이 없어. 아이와 신뢰를 쌓을 시간에 이미 회사에 시간을 다 바쳐서 일을 하니까. 거기에 조직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자기계발도 소홀히 할 수 없거든. 정말 시간이 부족해.


워킹맘들은 조직에 많이 길들여져 있어. 아이에게 학습에 관해 접근할 때 회사 일처럼 하려는 경향이 있지. 과정보다는 결과에 대해서, 계획 대비 실적에 대해서 아이에게 닦달을 하게 돼. 이건 오랜 직장생활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래. 그러다 보니 어설프게 엄마표 도전했다가 오히려 아이와 사이가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내가 아는 선배는 아들과의 대화에 공부 이야기를 빼고 나니 사이가 좋아졌다고 하더라고.

게다가 엄마표 학습의 핵심은 '꾸준히'인데, 일이 바빠지거나 하면 이 '꾸준히' 리듬을 잃어버리기 일쑤야. 내 것도 꾸준히 챙기기 어려운 마당에 아이의 것까지 꾸준히 챙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 특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그 압박감은 더하더라고.

그런데, 공부 잘해서 아이가 행복하냐고? 그런 진부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물론 공부가 아이의 행복을 결정짓는 모든 것은 아니야. 하지만, 공부를 잘하면 아이에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우리 사회는 아직 학벌 위주의 사회야. 알잖아? 학벌이 좋지 못하면 기회조차 얻을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을.

공부로 사회적 계층 간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공부를 잘해야 인생이 조금 편해. 예를 들어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하는 것과 입사하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지. 능동과 수동의 차이야. 선택 당하는 것과 선택하는 것의 차이이고. 이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사회적 자존감이기도 해. 그러니 어찌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있겠어.

그래서, 사교육 어디까지 시켜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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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사교육, 학년이 높아질수록 고민은 깊어진다 ⓒ ⓒ gaellemm, 출처 Unsplash


이야기하고 보니 내가 사교육 찬성론자인 것 같네. 난 사교육 반대론자도 찬성론자도 아니야. 그냥 대한민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엄마일 뿐이야. 뭐든지 극단은 좋지 않아. 더군다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양쪽을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봐.

가끔 TV 속에서 사교육의 폐해로 나오는 사례는 TV에 나올 만큼 과도하게 했기 때문인 거야. 선배 워킹맘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교육은 효과가 있어. 다만, 중요한 것은 사교육을 시키는 기준을 잡는 거야. 이 기준은 사람마다, 가정마다, 아이마다 달라.

한 달 단위로 가계부를 보며, 생각해. 아이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적당한가? 우리 형편에 과도하지 않은가?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남편에게도 물어보고. 아빠의 무관심이 좋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남편과의 대화는 균형을 잡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거든.

아이에게도 물어봐. 괜찮냐고. 어렵지 않느냐고. 생각날 때마다 꾸준히 물어봐. 아이가 힘들다고 할 때 나는 당장 그만두는 것보다 잠시 쉬는 방법을 택해. 넘겨야 할 고비인지, 아니면 아이에게 맞지 않는 건지 판단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쉴 때는 한 달 단위로 끊는 거야. "이미 돈을 냈으니까 이번 달까지만 하고 두 달 쉬어보자"라고 말하는 거지. 그리고, 월 말에 다시 물어봐. 아이의 생각이 변함없는지. 그때가 되면 또 아이의 생각이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거든.

사교육, 어디까지 시켜야 하는 걸까?에 대한 답은 '각자 형편에 맞게', '아이에게 맞게'야. 상대적인 거지. 절대적인 답은 없어. 그 상대적인 기준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는 각자 부모의 몫인 거지. 돈이 많다고 해서 많이 시키는 것이 정답도 아니고, 무조건 사교육을 반대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야. 아이와 부모가 만족하는 지점, 그것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가 아닌가 싶어. 숙제는 어려워. 오늘도 열심히 숙제하는 우리의 삶을 응원해보자. 파이팅!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아내다>(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워킹맘 #에세이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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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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