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양해 구합니다"... 북 김영철의 파격사과, 왜?

2일 남측 취재단 만나 "예술단 공연 취재 막은 것 사과"... 전문가들도 놀랐다

등록 2018.04.02 16:02수정 2018.04.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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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공연 리허설하는 남측 예술단 출연진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의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서 출연진이 본 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기사 보강 : 2일 오후 6시 58분]

평양공연공동취재단·신나리 기자

"제가 먼저 북측 당국을 대표해서 이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합니다."
"섭섭했을 겁니다. 십분 이해합니다. 이담엔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정주영체육관에서 할 때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2일 남측 취재단이 머무는 고려호텔에서 취재단과 만나 연신 사과했다. 김 부위원장의 사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도저히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철이 남측 기자들에게 '거듭 사과'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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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남측예술단 공연 관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도착한 뒤 남측예술단 단장인 도종환 문체부장관과 이야기의 이야기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공동취재단 방송화면)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북 고위급 인사인 김 부위원장이 사과한 연유는 이렇다.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에 동행한 남측 취재단은 사전 약속과 달리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리허설 무대를 본 취재단은 특별한 설명 없이 출연자 대기실에서 이동해 기다렸다. 이후 공연이 끝날 때까지 카메라 기자 1명을 제외하고는 공연에 들어가지 못했다.

김 부위원장은 "남측 기자 선생들을 북에 초청한 것은 정말 자유롭게 취재 활동을 하고 편안하게 촬영도 하고 이렇게 우리가 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라면서 "취재 활동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공연을 관람하게 되면서 경호와 공연 관계자와의 소통에 오해가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어제 행사는 우리 국무위원장을 모신 특별한 행사였다"라며 "행사에서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지켜드리는 분들하고 공연 조직하는 분들하고 협동이 잘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까지 "이해를 바란다"라고 말을 더했다. 김 부위원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은 의도적으로 취재 활동에 장애를 조성하거나 의도적으로 촬영 같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 지원단 관계자 역시 "(북측에서) "국무위원장 보위하는 경호, 의전 라인과 행사를 조직하는 진행 라인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조율이 잘 안 된 것이라고 빠르게 해명했다"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이 남측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는 리택건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참석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한편,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김 부위원장이 직접 '천안함'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다. 지난 2월 방남했을 때, '천안함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라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지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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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자료사진).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부위원장의 사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너무 파격적" "도저히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지시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영철이라는 북한의 대남 총사령탑이 직접 사과를 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때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자기 뜻을 설명하거나 홍보하는 데 오해를 줄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파격적인 김 부위원장의 사과는 앞으로 북한과 교류할 때 의미 있는 상징이 될 것"이라며 "청신호"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였을 것"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 역시 '과거랑 달라진 북한의 모습'에 방점을 찍었다. 정 실장은 "아마 (이 사안을 알게 된) 김 위원장에게 질책을 받았을 것"이라며 "강경파로 알려진 김영철 부위원장이 정중하게 사과할 정도면, 김 위원장의 의중 없이는 불가능하다"라고 짚었다.

그는 또 "최근 북한 간부들이 부드러운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조차도 남측 인사에게 '원래 부드러운 사람인데, 옛날에 군복 입고 있어서 강경하게 비쳤던 거 같다'라며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철 #김정은 #평양 #남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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