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순신의 7년>은 이낙연 총리 것이기도 하다"

[인터뷰] 대하 역사소설 <이순신의 7년> 7권 완간한 정찬주 소설가

등록 2018.04.09 09:09수정 2018.04.0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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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역사소설 〈이순신의 7년〉을 일곱 권의 책으로 펴낸 정찬주 작가. 자신의 집 화순 '이불재'에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부터 집필 과정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이순신의 7년>은 나의 소설이고, 이낙연 총리의 소설입니다."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대하 역사소설 <이순신의 7년>을 일곱 권의 책으로 펴낸 정찬주(65) 작가의 말이다.


"이순신 장군에 관한 소설을 구상하던 때였는데... 전남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던 당시 이낙연 국회의원이 제 집에 찾아왔어요. 그때 '호남이 의향인데, 구체적으로 의향임을 알려주는 문학작품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죠. 제가 '이순신 소설 집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그 분이 전남도지사에 당선됐고, 소설을 전남도청 홈페이지에 연재하기 시작했죠. 제 심원의 불을 당겨준 분입니다."

정 작가는 이낙연 총리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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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7년'을 주제로 전남도청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정찬주 작가. 맨 앞자리에 당시 전남도지사였던 이낙연 총리가 앉아 있다. 지난 2016년 10월이다. ⓒ 이돈삼


전남도청 홈페이지를 통한 정 작가의 소설 연재는 2015년 1월부터 시작돼 매주 1회씩 2017년 12월까지 3년 동안 이어졌다. 200자 원고지로 모두 8200∼8300장 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이순신의 7년을 쓴 3년 동안 저를 사립문 안에 가두고 살았습니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괘념치 않았어요.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기에, 절망도 하지 않았고요. 진심을 다해 글을 썼으니, 나중에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줄 것으로 믿었죠."

정 작가가 주변으로부터 '만주벌판 독립군처럼 사는 작가' '글 쓰는 독립군'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도 이런 연유다. 작가 스스로도 "시류에 따라 대중의 구미를 맞추는 게 싫다"며 "그건 내 몫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자신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렇게 글을 쓰는 작가의 소설 <이순신의 7년>이 2016년 5월부터 단행본으로 출간돼 최근 7권까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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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대하 역사소설 〈이순신의 7년〉 일곱 권 가운데 두 권을 들어보이고 있는 정찬주 작가. 자신의 집 화순 '이불재'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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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형상화한 마을 벽화. 역사문화마을로 단장된 명량대첩의 현장, 해남 우수영에 그려져 있다. ⓒ 이돈삼


소설은 이순신이 1591년 전라좌수사에 부임한 뒤 1598년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의 과정에다 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 '성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인간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이모저모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순신 장군의 연전연승에만 관심을 뒀지, 이순신과 함께 싸우며 목숨을 바친 이름 없는 백성들을 외면했어요. 거기에는 재야 선비도 있었고, 승려도 있었고, 노비도 있었는데요. 산맥이 높은 산 하나로 이뤄지지 않듯이, 연전연승은 모두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거든요."

작가는 "임진왜란은 비주류가 이끈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임금과 대신들은 의주로 도망쳤지만, 백성들은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았고, 이순신도 변방의 장수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여, 소설은 선비, 장수와 의병, 승려, 이름 없는 민초들의 자취를 샅샅이 찾아내 그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이들의 활약상을 하나하나 복원하고 있다. 시대를 떠받들어온 백성의 삶을 재조명하며 임진왜란 역사의 새로운 장까지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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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의 야경. 진도대교와 진도타워를 배경으로 실제 사람의 형태와 비슷한 크기로 '고뇌하는 이순신' 상이 세워져 있다. 정찬주 작가가 백성 곁에 있던 소박하고 인간적인 이순신을 그린 것과 서로 통한다. ⓒ 이돈삼


작가는 소설의 핵심을 '이순신은 임금의 신하가 아니라 백성의 신하'라는 말로 요약한다. 소설에서 이순신을 부하 장졸들과 허심탄회하게 막걸리를 마시고, 낮은 계급의 부하가 상을 당해도 직접 문상을 하고, 효심도 정말 지극했던 사람으로 표현한 이유다. 이순신의 말투를 충청도 사투리로 쓴 것도 백성 곁에 있던 소박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이순신은 한양 쪽을 향하고 서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신은 싸울 준비를 다 혔구먼유. 전하께서 명을 내리신다면 워디라도 달려가 목숨 바쳐 지키겠구먼유. 의지헐 데 읎는 백성을 구할 거구먼유.' - 1권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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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 작가의 글방. 작가는 이순신을 주제로 한 역사소설을 쓰면서 전라좌수영 일대를 샅샅히 훑고 배를 타고 다니며 바다의 물살까지도 살폈다. 작가는 철저한 사료 조사에다 자신만의 상상력을 맘껏 펼쳤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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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에 있는 집 '이불재'의 사립문 앞에 선 정찬주 작가. 사립문에는 '집필중'이 새겨진 팻말이 걸려 있다. 작가는 이순신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쓰는 동안 철저하게 이 사립문 안에 자신을 가두고 살았다고 했다. ⓒ 이돈삼


작가는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상상력을 맘껏 살렸다. 영웅주의 사관을 경계하면서 민초들의 이야기를 살려내려 노력했다. 전라좌수영 관내 고흥, 보성, 순천 등지의 주요 문중 문집을 훑고, 직접 배를 타고 다니며 물살까지 살피는 등 취재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당시 군 체계, 화살의 종류와 쓰임새, 무기나 장비, 거북선 건조 과정,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 등 전쟁과 관련된 것은 물론 의식주 문화를 핍진하게 묘사하고 여러 지방의 사투리와 음식과 풍속에 관한 방대하고도 풍부한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

"이순신의 7년은 한 영웅의 전기가 아닌, 한 시대를 살아냈던 이들과 지금도 여전히 역사의 부침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바치는 소설입니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재난과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보전하는 데 급급했던 선조와 그와 야합하는 조정의 무리를 바라보면서 국가란 과연 무엇이며, 한 나라의 군주가 지녀야 할 책무와 사명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죠."

작가가 대하 역사소설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자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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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 작가가 평소 자주 들르는 절집 쌍봉사의 대숲 풍경. 쌍봉사는 정 작가의 집에서 아주 가까이 있다. ⓒ 이돈삼


정찬주 작가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4년부터 샘터사의 편집자로 일했다. 이때 법정스님과 인연을 맺고 재가제자가 됐다. 글은 불교적 사유가 배어있는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주로 써왔다.

20만부 넘게 팔린 <소설 무소유>를 비롯 <산은 산 물은 물> <조선에서 온 붉은 승려> <천강에 비친 달> 등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암자로 가는 길> <선방 가는 길> 등 산문집도 냈다. 2001년에 화순 쌍봉사 부근으로 내려와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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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 작가는 불교적 사유가 배어있는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주로 써왔다. 〈천강에 비친 달〉은 한글 창제와 관련된 소설이다. ⓒ 이돈삼


이순신의 7년 세트 - 전7권

정찬주 지음,
작가정신, 2018


#이순신의7년 #정찬주 #이낙연 #임진왜란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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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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