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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죽을 고생 했겠다" 공연종사자도 놀란 '평양공연'

[리뷰] '거장' 조용필부터 레드벨벳까지... 가수·스태프 박수 받아 마땅

18.04.06 12:02최종업데이트18.04.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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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가창력으로 평양 관객 및 국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정인, 백지영 (방송화면 캡쳐) ⓒ MBC


5일 저녁 지상파 방송 3사는 평양 대동강지구 동평양대극장에서 지난 1일 열렸던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 봄이 온다'를 동시에 방영했다.

이번 행사에 대해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내던 종편 채널(TV조선)조차도 밤 10시부터 방영할 만큼 큰 관심을 모은 이번 공연은 36% 이상(3사 합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서정적인 연주를 시작으로 이어 등장한 정인은 '오르막길'을 열창했고 알리 역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펑펑'을 들려주며 관객 및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드라마 OST의 여왕' 백지영은 '총맞은 것처럼', '잊지말아요' 등 자신의 대표 발라드곡을 선사하며 극장을 메운 청중들을 향해 "활발한 남북 교류의 시작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르겠다" 등 덕담도 던졌다.

예상 밖 호응을 이끌어 낸 강산에, YB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치뤄진 평양 공연이지만 강산에, YB의 무대는 비교적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방송화면 캡쳐) ⓒ KBS, MBC


공연 전반부의 백미는 강산에, YB(윤도현 밴드)의 무대였다. 실향민의 마음을 담아낸 '라구요'는 이날 공연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고 이어진 '명태'는 유머러스한 이야기+사투리 가사로 경직된 일부 북한 관객의 웃음도 자아냈다.

스스로를 "남쪽의 놀새떼"라고 소개한 윤도현은 자신이 속한 밴드 YB와 함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심수봉 원곡), '나는 나비', 평화의 염원을 담은 '1178'등을 연주하며 현장 객석에서의 예상밖 호응도 끌어냈다. 걸그룹 레드벨벳이 무대에 올라왔을 때는 북한 관객들도 집중하며 호기심 있게 공연을 관람했다.

관록의 무대... 최진희, 이선희, 그리고 조용필  

좋지 못한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조용필은 '가왕'다운 무대를 선사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방송화면 캡쳐) ⓒ KBS


이날 공연 후반부는 최진희, 이선희, 조용필 등 관록의 명가수들이 장식했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최진희는 그녀의 대표곡 '사랑의 미로', '뒤늦은 후회'(현이와 덕이 원곡)를 열창하며 녹슬지 않은 노래 솜씨를 과시했다.

역시 '가창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선희는 데뷔곡 'J에게', '알고싶어요', '아름다운 강산'(신중현 원곡)을 특유의 박력있는 목소리로 들려주며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가왕' 조용필의 공연은 이날 행사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였다. '그 겨울의 찻집', 메들리 형식으로 연이어 연주한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를 선사하며 고령+컨디션 난조를 무색케할 만큼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

차분하게 행사를 진행한 MC 서현이 부른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에 이어 전 출연진이 등장해 합창한 '친구여',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를 끝으로 2시간여의 평양 공연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윤상, 위대한 탄생 등 스태프들의 숨은 노력

▲ 북측 대표들과 환담하는 윤상 감독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음악감독을 맡은 가수 윤상이 31일 오후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인사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사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윤상 음악 총감독을 비롯한 참가 가수들을 향해 색깔론을 앞세운 악의적인 비방이 끊이지 않았다. 일정이 갑작스레 잡혔고 준비 기간도 짧았지만, 가수 등 참가자들은 이런 여건 속에서도 무사히 평양 무대를 치렀다.

가수들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칠 수 있었던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윤상 음악 총감독과 국내 최고의 연주 밴드인 '위대한 탄생', 그리고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이름 모를 기술 스태프 등 무대 뒤편 숨은 이들의 노력은 <봄이 온다> 행사를 성황리에 마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이날 방송을 지켜본 한 공연 관련 종사자는 "현장에 설치된 각종 악기 및 음향 장비와 무대 음향 PA 시스템을 화면만 봐도 현장에 참여한 우리 스태프들이 진짜 죽을 고생 했겠다"라고 말하면서 "그 덕분에 TV 방송으로도 엄청 좋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별한 편집 없이 공연 내용 대부분을 내보낸 KBS와 달리 MBC와 SBS는 강산에, 레드벨벳 등의 일부 곡 무대를 통으로 날려 아쉬움을 자아냈다. 밤 10시대 수목 드라마 방송 시간을 최대한 맞추려고 한 고육지책이었던 듯하나, 이를 미처 알지 못했던 일부 시청자들은 뒤늦게 해당 방송사 측을 향해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수 받아 마땅한 음악인들의 노고

1일 열린 평양 공연은 전 출연진이 다 함께 '친구여', '우리의 소원' 등의 합창으로 끝마쳤다. ⓒ KBS, MBC


대중음악인들이 힘을 모아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적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1985년 에티오피아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해 진행한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비롯해서 1989년 '붉은 장막' 구 소련 레닌그라드 한복판에서 열린 영미 헤비메탈 밴드의 합동 무대 < 모스크바 평화 축제 >(Moscow Peace Festival), 1990년 무너진 베를린 장벽 앞에서 열린 로저 워터스와 동료 팝스타들이 꾸민 <더 월>(The Wall : Live In Berlin) 콘서트 등은 작은 힘을 모은 좋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민간 주도가 아닌 정부 차원의 진행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봄이 온다>는 이러한 해외 공연 못잖게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대한민국 음악인들의 힘과 정성을 보여준 좋은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 음악인들의 이러한 노력은 안방에서 TV로 시청하던 모든 국민들까지 이날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줬다. 데뷔 50년을 맞은 거장부터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나이 어린 후배에 이르는 이들의 노고는 누가 뭐라해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가수 여러분, 고맙습니다.

평양공연 조용필 강산에 YB 레드벨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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