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뭐 먹지?' 문명을 발달시킨 질문

[서평] 루스 디프리스 <문명과 식량>

등록 2018.04.18 16:13수정 2018.04.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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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하루도 먹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식량을 에너지로 바꾸고 몸의 근육을 구성하는 일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 초식동물이 식물을 먹고,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먹어서 에너지를 얻는다. 인간은 식물과 동물을 모두 먹어서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는다.

이는 인간이 모여서 이루는 사회와 문명도 예외가 아니다. 문명이 살아남으려면 인구수에 적합한 식량을 공급해야 한다. 이때문에 고대에는 거대한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성장하기도 했다. 식량 공급에 실패하면 다른 문화, 사회적인 정책은 시도할 수 없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많은 국가들이 식량 공급을 위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머리를 싸매고 있다.


결국 근본적으로 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명 성장의 키인 셈이다. 식량생산에 적합한 품종을 골라서 관개를 통해 물을 대주고, 비료를 생산해서 무럭무럭 자라도록 도와야 문명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문명과 식량의 관계를 고찰한 책이 <문명과 식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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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식량 ⓒ 루스디프리스


책의 표지를 보고 의아함이 들 수도 있는데, 제목 <문명과 식량>의 원제는 <The Big ratchet>이다. ratchet은 한 쪽 방향으로만 회전하게 만들어진 톱니바퀴를 뜻한다. 문명이 성장하는 것을 한 쪽으로 도는 톱니바퀴에 비유한 것이다.

문명이 성장하면서 오염을 비롯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한계가 발생하면, 성장세를 내리치는 도끼(hatchet)가 내려쳐서 성장을 깎아낸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류는 성장해 왔다는 것이 책의 견해다. 이 책은 문명이 식량을 얻기 위해서 해온 노력들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문명과 식량>이라는 제목도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문명들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식량 생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옛 농업 형태의 하나는 바로 화전이었다. 나무가 들어선 숲에 불을 지르고, 땅에 농사를 짓는 방식이다. 아직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 지구에 존재한다. 그러나 화전은 대규모 인구가 사는 곳에서 장기적으로 실시하기는 어려운 방법이다. 땅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두 가지 방법으로 농업의 형태를 바꿨다. 중국인들은 토끼풀, 콩, 팥을 심으면 땅이 비옥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콩과 식물의 뿌리에 살면서 기체 질소의 결합을 분리하는 박테리아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수수를 심고, 콩과 식물을 심고, 참깨를 심는 식으로 작물 생산량을 높게 유지했다. 그리고 분뇨를 비롯한 오물에 남아있는 양분을 거름으로 써서 재활용했다. 서양에서는 구아노와 초석을 비료의 재료로 사용해서 식량 생산을 증대했다.


18세기 말, 인간과 식량의 관계를 비관적으로 바라본 유명한 학자가 등장한다. 바로 <인구론>의 저자 맬서스다. 그는 식량 공급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맬서스의 널리 알려진 암울한 미래 전망은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대혼란을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었다. 맬서스는 1798년 발표한 논문에서 "인구 증가세가 인간이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식량 생산력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맬서스는 당시의 상황을 그가 살고 있던 시대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는 세계가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수확량 증가에서 비롯된 성장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123P)


맬서스의 경고 이후 19세기 말 무렵에도 구아노와 초석의 고갈되고 도시의 공장 근로자가 늘어나자, 식량이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를 보면 맬서스의 우려가 들어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도 굶주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맬서스가 예측한 것처럼 기아가 폭증하지는 않았고 인구수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맬서스의 예측과는 달리 식량 생산이 성공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많은 화학자들이 비료를 생산하는 과학 기술을 연구했고, 비료가 땅에 보급되자 안정적으로 좋은 작물들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품종이 선택된 것도 농업 생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작물들은, 야생의 식물들과는 전혀 다른 품종의 식물이다. 인류에게 적합한 작물들이 선택된 것이다.

품종 개량은 수많은 사람들이 곡물을 섭취하도록 도왔다. 오늘날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곡물들은 야생에 있었을 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들이 아니었다. 쉽게 쓰러지고, 생산량도 적었던 품종 대신에 잘 자라고 쓰러지지 않는 밀, 생산량이 많은 쌀이 보급된 것이다. 이런 농업 발전에는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법칙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식량 생산이 수요보다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1960년 무렵 많은 개발도상국들, 특히 인도는 인구 증가세를 식량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 위험한 미래를 맞을 것이라는 평을 들었다.

실제로 당시 인도의 미래는 암울해 보였다. 인도의 초대 총리이자 거대한 댐의 예찬자였던 네루는 1964년에 이미 사망한 뒤였다. 20년 전의 기근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발생한 기근으로 남자,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약 3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60년대 중반 평소보다 저조한 강우량으로 농산물의 수확량은 형편없었다. 인구 증가로 농작물에 대한 수요가 밀과 쌀의 공급량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244P)


하지만 인도는 이후 식량 생산량이 증가해 곡물을 수출하기에 이른다. 녹색 혁명을 통해 식량 생산이 크게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녹색혁명은 개발도상국에서 다수확 품종의 생산량 증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밀과 옥수수 연구가 진척되고, 다수확 품종이 보급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위기를 넘겼다.

이렇게 식량 생산이 증대된 덕에, 오늘날에는 70억 인구가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 세계 인구가 몰리고 과식이 문제되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환경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이 책은 꾸준히 인류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식량 위기를 설명하고, 어떻게 그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연구되어 인류의 식량 공급이 증대되었는지를 논하는 책이다. 저자는 앞으로도 인류의 축적된 지식은 끊임없이 쌓일 것이고, 자연을 변형하거나 변형된 자연을 복원하는 창의적인 방식이 새로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인류는 자신들이 가진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계 속에서 답을 찾아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한계 속에서 더 많은 해결책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인류는 거대한 변화들과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마지막 한마디다.

문명과 식량 - 인류는 자연환경의 위기에 맞서 어떻게 번성하는가

루스 디프리스 지음, 정서진 옮김,
눌와, 2018


#문명 #식량 #생산 #밀 #곡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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