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번엔 삼성 수사 제대로 할까요?"
7년간 싸워온 그가 여전히 의심하는 까닭

[삼성에서 노조하기 ①]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

등록 2018.04.10 09:42수정 2018.04.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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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근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문서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은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이라는 방침을 고수하며 노조 설립을 방해해 왔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영원히 차단할 수는 없었다.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노조가 이미 여럿이다. 그들이 노조를 만들고 삼성과 맞서왔던 과정이 모두 삼성노조의 역사다. 그들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를 통해 싣는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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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조장희 부지회장 ⓒ 이희훈


조장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휴직 상태다. 그는 지난 2011년 7월 노조설립과 동시에 해고됐다가 지난 2016년 3월 에버랜드(삼성물산)에 복직했다. 5년 8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일하기 어려웠다. 해직기간 동안 큰 스트레스는 그의 정신을 해쳤다. 아직도 그 치료를 받고 있다. 직장을 잃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그는 '고사'(말라 죽기) 직전이었다.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는 동료와 '언젠가는 이길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해직 기간 동안 삼성과 지난한 법정 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삼성지회, 조 부위원장의 완벽한 승리였다. 1, 2심 재판부와 대법원에서도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한 징계해고라는 것이다. 이 같은 법원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 2013년 공개된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이었다.

삼성은 해당 문건에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 조 부지회장의 징계 및 삼성지회 설립에 대응한 과정을 설명했다. 조 부지회장의 사진도 실려 있었다. 삼성은 해당 문서가 자신들이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 파괴 문서는 삼성이 작성한 것이며, 그에 따라 조 부지회장을 비롯해 노조 간부들을 징계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명확히 했다. (관련기사 : 대법원도 인정한 삼성 '노조 파괴')

지난 6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근처에서 만난 조 부지회장은 기자에게 최근 검찰 수사에 진정성이 있어 보이는지 물었다. 이미 대법원에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지만 그동안 검찰은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대법원에서 조 부지회장 부당해고 판결이 확정된 이후 삼성지회와 연대 단체들이 해당 문건 수사를 촉구했지만,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 문건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작성됐다고 볼 수밖에 없고, 이건희를 비롯해 수뇌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라며 "그랬더니 검사는 나한테 '압수수색 장소를 특정해 달라'고 했다, 단적으로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는 걸 보여준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노조 탄압에 그 많은 인력과 돈을 쓰고 있는데, 수사 기관이 의지만 있었다면 벌써 적발하고 처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지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무노조 경영은 삼성 스스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 책임감 있게 제대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신들의 위상에 걸맞게 쇄신해 나가야 한다"라며 "고쳐야 할 때 제대로 고치지 않아 점점 '범죄집단'이 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제대로 처벌을 받고 변하길 고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변해야 한다"라며 "자신들이 일하는 회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조 부지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에버랜드 근무 24년째... 그가 노조 설립을 결심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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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조장희 부지회장 ⓒ 이희훈


- 삼성 에버랜드에서 어떻게 일하게 됐나?
"1994년에 제대를 하고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시험 때까지 3개월 정도 시간이 남아 있어서 에버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는 자연농원이었다. 그러다 시험을 봤는데, 그때까지 내가 색약이라는 걸 몰랐다. 결국 경찰공무원이 되는 건 포기하고 에버랜드에서 조금 더 일하다가 정규직 발탁 시험이 있어서 지원해 근무하게 됐다."

- 자연농원 시절부터 에버랜드에 근무한 지 24년이 됐다. 처음부터 노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 같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처음 문제의식을 느낀 건 IMF 때다. 함께 근무하던 분들이 인사팀 전화를 받고 불려가서 사직서를 쓰고 나왔다. 사직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이미 만들어 놓은 사직서에 서명만 하고 나왔다. 모두가 인사팀에서 전화 올까 불안해했다. 노동부에 전화해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잘라도 되냐'고 했더니 '(서명) 안 하면 된다'라고 하더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거기에 사인 안 하면 온갖 꼬투리를 잡아서 괴롭힌다. 식당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그 일로 괴로워하다가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회사 구성원이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 했는데, 회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 그때 곧바로 노조 설립에 나선 건 아니었다.
"그때는 '삼성은 노조가 없는 회사'라고 머리에 박혀 있었다. 대신 '노사협의회'가 있었고, 2005년에 노사협의회 근로자 측 대표로 선출됐다. 2년이 임기인데 3선을 했다. 거기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니까 당연히 강성으로 분류됐다. 아마 그때부터 MJ(삼성이 '문제'사원을 표기하는 용어)로 분류됐던 거 같다.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노사협의회' 활동을 하면서다. 노사협의회는 삼성이 대외적으로 노사관계가 좋은 회사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만든 기구였다. 한계가 명확했다. 허울만 있을 뿐 노동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았다. 노사협의회는 노조 설립을 막는 일에 활용됐다. 당시 '지금은 어렵지만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 노조 설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2008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 그때까지 다른 직원들은 왜 노조 설립에 나서지 못했을까?
"굉장히 견고하게 관리됐기 때문이다. 괜히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서 시스템적으로 더욱 관리가 편해졌다. 좋은 인사고과를 받아야 되니 위에서 하는 말에 목을 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니 노조는 생각조차 못하게 된 거다. 거기다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도 나오지만, 모든 사원의 성향을 분석하고, 회사에 반대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회유하고 탄압했다. 정신교육도 끊임없이 시켰다. 대놓고 '무노조 교육'이라고 하면서 '노조의 목표는 돈이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교육했다. 그것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받았다."

"해고 예상했다, 그게 삼성의 매뉴얼이니까"

- 노조를 설립하자마자 해고를 당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노조 설립을 결심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으니 회사도 파악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정말 수시로 회유가 있었다. 인사부서에서 전화가 끊임없이 오고, 전화를 안 받으면 사내 메신저로 연락하고, 그것도 안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연락했다. 그동안 그런 회유가 얼마나 많았으면 노조 설립에 도움을 구하려고 찾아간 민주노총에서도 의심을 했다. 그동안 노조를 만들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회유 당해 어느 순간 연락이 안 되고 잠적해 버린 거다. 민주노총이 노조 만들겠다고 찾아온 노동자를 불신하는 거다.

결국 도움을 구할 곳이 김성한 삼성일반노조위원장밖에 없었다. 김 위원장과 같이 준비하면서 교육도 받고 나름대로 노조 설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해 꼼꼼하게 준비했다. 지난 70년 동안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다 실패한 사례들, 삼성이 노조를 탄압한 사례를 분석해 대응 매뉴얼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2011년 7월(복수노조 시행)을 D-DAY로 잡았는데, 날짜에 임박할수록 회유가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당시 6월 중순까지 회유가 있다가 딱 끊겼다. 회유로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때부터는 해고가 될 것을 예상했다. 그게 삼성의 매뉴얼이었으니까."

- 징계는 어떻게 진행됐나?
"지회가 설립 총회를 하고 이틀 뒤에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여기서 해고로 결정이 됐고 노조설립필증이 나올 때 동시에 해고통보를 받았다. 박원우 위원장을 비롯해 나머지 조합 간부 모두 징계를 받았다. 삼성의 노조대응전략 매뉴얼대로 정확히 이행된 것이라고 본다."

- 해당 문건에는 노조가 설립된 이후에는 '고사 전략'을 쓰게 돼 있다. 실제 피부로 느꼈을 때 어땠나?
"'고사'라는 말 자체가 자기 노동자들에게 쓸 말은 아니지 않나. 삼성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노조를 설립하고 지난 4년 동안 가장 많이 한 업무는 각종 수사와 조사를 받거나, 소송을 준비하거나, 재판에 나가는 일이었다. 삼성이 고용한 대형 로펌은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자료를 계속 제출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었다. 우리는 소송에 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해고된 상태에서 다른 경제활동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회사에 남은 조합원들도 항상 가장 낮은 고과를 받고, 부서에서 왕따를 시키고, 진급도 안 되고, 그러니 자기 후배보다 직위나 급여가 낮은 역전 현상도 일어났다. 전방위적인 고사 작업이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노조 설립 후 4년 동안 소송 대응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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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삼성노조파괴문건' 관련 수사를 앞두고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 결국 1,2심 재판부와 대법원까지 부당해고라는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만들고 그걸 실제로 이행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도 판단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와 검찰에서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문서가 나오고 신속하게 여러 사회단체, 민변과 함께 고소를 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중앙지검이 1년 넘게 조사를 했다. 양쪽을 오가며 20일 이상 조사를 받았다. 그 문건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작성됐다고 볼 수밖에 없고, 이건희를 비롯해 수뇌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나한테 '압수수색 장소를 특정해 달라'고 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단적으로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는 걸 보여준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 에버랜드 부사장 등 4명이 1000만 원, 500만 원 벌금 처벌을 받았는데, 그건 우리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이지 문건을 만들고 실행한 것에 대한 책임은 아니었다. 삼성이 노조를 탄압하는데 그렇게 많은 인력, 많은 비용을 쏟고 있는데, 수사 기관이 의지만 있었다면 벌써 적발하고 처벌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문건을 공개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삼성과 검찰이 강하게 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고소를 하고 조사를 받으면서 느꼈던 점이 있나?
"우리가 부당노동행위를 당해서 억울한 심정으로 고소를 했고, 고소인 조사를 받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우리를 피의자 대하듯 했다. '삼성의 대변인'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우호적이었다. 박원우 지회장이 기숙사 앞에서 유인물을 배포한 걸 가지고 회사가 '공동주거침입'이라고 형사고소를 했다. 검찰에 불려가 10시간 이상 조사를 받았다.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것도 웃기지만, 그걸 범죄자 취급하며 조사한 검찰을 보면서 삼성과 유착이 보통이 아니라고 느꼈다.

노조 만들고 회사가 우리를 고소한 게 3건이다. 방금 이야기한 것과 함께 나를 해고하면서 배임으로 고소했고, 최근에는 현수막 내용을 가지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현수막 가지고 고소한 건 경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의견을 냈는데 검찰이 기어코 기소를 했다. 반면, 우리가 고소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은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그 문서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이 나와도 기각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검찰이 삼성과 유착돼 있다는 건 추정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라고 봐야 한다."

"삼성 노동자들도 변해야 한다"

- 결과적으로 삼성은 법정에서 완패했다. 삼성지회에 이어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에서도 노조가 설립되고 있다.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과거보다 좋은 분위기인 건 맞다. 삼성도 과거처럼 노조가 생기자마자 해고하고 징계하고 그러지는 못한다. 그렇게 해서 노조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어느 정도 알게 됐을 거다. 그럼에도 삼성은 노조가 확산되지 않게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문건에 나온대로 노사협의회와 어용노조를 대항마로 쓰면서 직원들과 노조를 차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무노조 경영 자체가 불법인데 전략을 바꾼다고 해서 불법이 안 될 수는 없다. 그룹 내에 노조가 확산되는 건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삼성이 변할 수 있을까?
"검찰 수사를 말하기 이전에, 이제는 지금까지 해왔던 '무노조 경영'은 삼성 스스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 노조를 예뻐하라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나 '무노조 경영', '정경유착'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오만하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게 제대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신들의 위상에 걸맞게 쇄신해 나가야 한다. 과거 이건희 회장 때 이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 가지는 않았을 거다. 경영진의 잘못을 감시할 노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쳐야 할 때 제대로 고치지 않아 점점 '범죄집단'이 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제대로 처벌을 받고 변하길 고대한다.

그리고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변해야 한다. 당장 모두가 노조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일하는 회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 #삼성노조 #에버랜드 #검찰 #삼성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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