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 한국당이 안산에 내건 현수막

[현장] 한국당 안산시·경기도의원 출마자들 현수막... "어떻게 끝까지 이럴 수 있나"

등록 2018.04.13 10:04수정 2018.04.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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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핀 벚꽃. ⓒ 김성욱


안산에도 벚꽃이 피었다.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 삼삼오오 모여 앉은 교복차림 학생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4월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벚꽃이지만, 안산 벚꽃의 정취는 조금 더 남다르다.

네 번째로 돌아온 4월.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의 봄이기 때문이다. 오는 16일 4주기를 맞아 치러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영결식을 끝으로 2014년 4월 29일 이곳에 설치됐던 정부 합동분향소는 철거된다. 철거를 나흘 앞둔 12일에도 추모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유원지 한켠에선 뚝딱뚝딱 4주기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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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4주기에 예정된 철거를 나흘 앞둔 모습. ⓒ 김성욱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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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안산 단원구 서울프라자에 붙은 대형 현수막. 강광주 한국당 시의원 후보가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란 내용을 붙였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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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안산 단원구 서울프라자에 위치한 강광주 한국당 시의원 후보의 사무실. ⓒ 김성욱


그렇게 벚꽃이 흩날리던 합동분향소에서 불과 900m 떨어진 안산 단원구 선부동의 서울프라자 건물. 두 개 층 높이를 넘게 차지한 초대형 현수막이 대로를 지나는 주민들을 향해 펄럭이고 있다.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

이번 6.13 지방선거에 자유한국당 안산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강광주 후보의 선거 홍보물이었다. 강 후보는 화랑유원지에 추진중인 '4.16 생명안전공원'을 "납골당"이라고 칭하며 공원 조성 반대를 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희생자들이 함께 봉안되는 시설은 전체 공원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공원 자체를 '납골당'이라고 낙인 찍어 주민들의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애진 아빠' 장동원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 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안전공원이 어떻게 계획됐는지는 말하지 않고 전체 공원의 1%도 안 되는 규모에 봉안시설이 들어간다고 '납골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라며 "한국당이 의도적으로 주민들을 이간질시키고 대립구조를 만들어 세월호를 지방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족들이 주변 동네를 찾아 다니며 단체장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는데도 한국당이 이렇게 악의적으로 공원을 정치에 이용해 어려움이 너무 많다"면서 "1기 특조위도 대놓고 방해한 정당이 어떻게 끝까지 이럴 수가 있는지 참담하다"고 했다. "현수막이 훤히 보이는 선부동 쪽에 (세월호) 가족들도 얼마나 많이 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던 장 팀장은 "제발 더 이상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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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안산 화성프라자에 붙은 한국당 장영수 경기도의원 선거 후보의 현수막.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가 붙어있다. ⓒ 김성욱


이 같은 현수막은 이곳만이 아니다. 단원구의 대표 번화가인 선부동 사거리에 위치한 화성프라자 건물에도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란 문구가 똑같이 붙었다. 이번엔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국당 장영수 후보의 현수막이다. 특히 화성프라자는 안산의 중고등학생들이 다니는 각종 학원과 독서실이 즐비한 건물이었다.

한국당은 주민들 상당수가 공원조성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현수막 내용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강광주 후보 사무실 관계자는 "어쨌든 '납골당'을 설치하는 것 아닌가, 그런 방향은 절대 답이 아니다"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가족들의 말이 더 정치적이다"라고 강변했다.

주민들 반응도 엇갈렸다. 장영수 후보의 펼침막이 붙은 화성프라자 주변의 한 상인은 "이곳 주민으로서 납골당이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나"라며 "좋지 않은 기억이라 유원지에 납골당이 생긴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상인은 봉안시설이 공원 전체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세월호 가족들의 설명을 소개하자 "그런 것까지 잘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현수막을 지나치는 주민들 대다수가 비슷한 반응이었다.

학생들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 안산 소재 고등학교 3학년인 김동언(18)씨는 한국당 후보들의 현수막에 대해 "어른들의 주장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라며 "우리는 선거권도 없고, 딱히 세월호 가족분들에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 슬프다"라고 했다. 김씨는 "안산에서 세월호가 어떤 일이었는데... 여기 사는 학생들이 어떻게 세월호에 무심할 수 있겠나"라고 거듭 되묻기도 했다. 안산 거리에선 아직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단 학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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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세월호참사 정부합동분향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에 핀 벚꽃. ⓒ 김성욱


혹독한 겨울밤들을 버틴 벚꽃나무는 끝내 선홍빛 꽃잎들을 피워낸다. 매년 오는 봄이지만 고통을 승화해내는 자연이 늘 아름다운 이유다. 승화(昇華). 시련과 아픔을, 문자 그대로 '오르게'(昇)해서 '빛내'(華)니까.

안산에도 벚꽃이 흩날리고 있다. '벚꽃'이 '엔딩' 중이다. 우리는 우리들의 4월을 어떻게 '엔딩'할 것인가. 우리의 네 번째 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안산을 어떻게 승화(昇華)해낼 것인가. 우리들의 세월호를 어떻게 건져 올려(昇), 끝내 빛나게(華) 할 것인가.

화성프라자에서 나온 한 학생이 물었다.

"그래서 공원은 어떻게 되는데요?"

벚꽃잎이 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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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안산 화성프라자에 붙은 장영수 한국당 경기도의원 후보의 현수막을 학생들이 쳐다보고 있다. 현수막에는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가 쓰여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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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안산 거리의 한 학생 가방에 세월호 리본이 달려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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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안산 거리의 한 학생 가방에 세월호 리본이 달려있다. ⓒ 김성욱


#세월호 #한국당 #안산 #지방선거 #안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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