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영화에서 보던 것과 다르네? 의외의 모습 보여준 임수정

[인터뷰] <당신의 부탁> 임수정, 첫 엄마 역할 소화하며 성장 느껴

18.04.14 20:29최종업데이트18.04.14 20:29
원고료로 응원
사람은 절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존재인가 보다. 여리여리한 외모의 배우 임수정은 겉모습과 반대로 샘솟는 에너지를 내부에 지니고 있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그의 의지가 인상 깊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CGV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영화 <당신의 부탁> 주연배우 임수정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나는 쿨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임수정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의 주연배우 임수정. ⓒ 명필름, CGV아트하우스


오는 19일 개봉하는 <당신의 부탁>에서 임수정은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32세 효진을 연기했다. 이 영화는 그가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은 작품이다. "낯설고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사실 몇 년 전부터는 제게 엄마 역할 제안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임수정이 호흡을 맞춘 상대역은 종욱 역의 윤찬영 배우다. 종욱은 죽은 남편의 16살 아들로, 어느 날 갑자기 효진 앞에 나타나 그의 삶을 바꾸는 인물이다. 임수정은 "너무 큰 16살 아들이어서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고민됐다"면서도 "결국 엄마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규정하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고 종욱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한 거라서 큰 부담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혈연만이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범위가 얼마든지 자유롭게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이동은 감독은 임수정의 위의 말처럼 '가족'의 범위와 의미를 영화를 통해 묻고 있다. 시나리오를 읽고 작품의 주제에 공감한 임수정은 기꺼이 이 영화의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 대화가 잘 되고 정서가 잘 통했다"며 "감정이 과잉되지 않은 인물간의 관계가 좋았다"고 말했다.

임수정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이 질문에 그는 "최근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문소리 엄마가 정말 멋있었다"며 "저도 자유롭게 자녀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싶지만 제 성향이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편이라 진짜 자식이 생겼을 때도 그러면 어떡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엄마처럼 헌신적으로 자식을 돌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주체적 캐릭터에 끌려

▲ 임수정 배우 임수정이 12일 오후 서울 CGV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명필름, CGV아트하우스


<당신의 부탁>에서 임수정은 현실적인 인물을 보여준다. 연기가 전보다 더욱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는 말에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이렇게까지 힘을 빼고 연기한 적이 없다. 말할 때, 감정을 표현할 때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 그게 효진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유연해진 게 느껴졌다. 깊이감도 좀 생긴 것 같고. 성장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임수정이 생각하기에 연기적으로 성장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다. 성장을 이끌어줄 캐릭터를 만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는 임수정이 상업영화뿐 아니라 <당신의 부탁>처럼 예술영화의 경계에 걸쳐진 작품에도 출연하는 이유다.

"늘 제가 1차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읽는다. 이야기의 내용이나 개연성도 중요하지만 제가 끌리는 캐릭터의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된다. 최근에는 남이 뭐라고 해도 스스로의 선택으로 '내 길을 가겠어' 하는 그런 캐릭터에 끌린다. 예전에는 저와 닮은 캐릭터에 연민을 느꼈고 그런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요즘은 새로운 길을 가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그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저는 나이 드는 걸 잘 받아들이고 사는는 편"이라며 "많은 분들이 제게 어려보인다고 말씀해주는데 이젠 그 말이 좀 부끄럽고 오글거리기도 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그걸 뛰어넘을 만큼 다양한 걸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디영화 계속 할 것

▲ 임수정 임수정은 <당신의 부탁>에서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32세 효진 역을 맡았다. ⓒ 명필름, CGV아트하우스


임수정은 현빈과 호흡을 맞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2016)에 출연한 바 있다.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상업 영화에만 출연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꾸준히 예술영화에 눈길을 보내는 이유가 궁금했다.

"계기가 있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한국의 인디 영화들이 얼마나 톡톡 튀는 다양성을 갖고 있고 또 작품성도 좋은지 알게 됐다. 저는 200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함께 겪어온 사람으로서 '다양성의 힘'을 깊이 느껴왔다. 그래서 앞으로도 인디영화 쪽을 계속 할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천만 영화를 안 해봤기 때문에 천만 영화에 대한 열망도 있다."

영화의 다양성에 관한 소신, 천만 영화에 대한 갈증 등 임수정은 자신이 느끼는 걸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말했다. 영화계에서 여성 배우의 입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한국영화에서 여성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 자체가 제한적이다. 이번 오스카 시상식을 보니까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객석의 여성 배우들을 일으켰는데, 동등한 대우를 받는 환경조성을 위해 목소리를 낸 행동이었다. 한국 영화계도 앞으로 조금씩 바뀔 거라 생각한다. 안 바뀔 거라고 낙담하지 않으려 한다. 노력해보려 한다."

임수정은 <오션스 일레븐>처럼 범죄 영화인데 여자가 주인공이 돼 여자들끼리 사기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강동원과 다시 연기하고파

임수정은 지금껏 다양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어떤 배우와 다시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지 묻자 그는 강동원을 꼽았다. "영화 <전우치>에서 호흡을 짧게 맞췄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강동원의 행보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강동원씨는 주체적으로 자기의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관객에게 신뢰를 주고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됐다는 게 대단하고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동원씨가 자기는 꼭 영화배우로서 월드와이드하게 해외로 진출하고 싶단 말을 예전부터 했는데 지금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는 걸 보면서 이 사람도 자신이 바라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그런 사람이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연출과 이름 건 토크쇼... 올해 목표는 출간

▲ 임수정 극중 그가 연기한 효진은 갑자기 나타난 남편의 아들 16세 종욱(윤찬영 분)을 받아들인다. 처음 하는 엄마연기로 임수정은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게 됐다. ⓒ 명필름, CGV아트하우스


임수정은 연기만 하는 '표현자'로 머물지 않고 직접 콘텐츠를 창작하는 데도 관심이 컸다. "기획이나 프로듀싱 쪽으로 관심 있다"고 스스로 말했다. 특히 다큐멘터리 연출에 생각이 있는데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앞으로 다큐에 출연하면서 혹시 감독이 너무 안 구해지면 연출도 해보고 싶다"며 겸손하지만 확실하게 의지를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꿈꾸고도 있다. 꼭 토크쇼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그런 연장선에서 일단 올해 목표는 에세이 출간이다. 출판사와 이미 이야기가 진행 중인데 글은 완성되지 않은 모양이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써야 하는 게 글이라서 이게 참 쉽지 않다"며 "어떻게든 올해는 넘기지 말아야지 한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영화 관련 에세이는 아니고 저의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 저에 대한 이야기, 지금 제 나이의 여성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책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팟캐스트는 최대 즐거움... 언젠가는 라디오 DJ도

▲ 임수정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임수정. ⓒ 명필름, CGV아트하우스


임수정은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하고 있는 것도 많았다. 한 예로 <김혜리의 필름클럽>이라는 팟캐스트에 1년 넘게 고정출연 중이다. "요즘 제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 팟캐스트 진행"이라 말할 정도였다.

"팟캐스트는 다른 매체보다 자유로운 방송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제 생각을 거침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너무 재밌다. 그런데 생각보다 (영화)관계자분들이 많이 듣고 계시더라. '팟캐스트 잘 듣고 있어요' 그러면 깜짝깜짝 놀란다. <당신의 부탁> 이동은 감독 역시 팟캐스트를 듣다가 섭외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럼 나아가 라디오DJ 욕심은 없을까. 이 질문에 임수정은 "감사하게도 개편때마다 라디오 DJ 제안이 쓱 들어오긴 한다"며 "그렇지만 배우란 직업이 프리랜서에 가깝다보니 직장 다니듯 거의 매일 해야 하는 라디오를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용기를 못냈지만 그럼에도 "라디오는 꼭 해보고 싶은 매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느껴지듯 임수정은 하고 싶은 것 많고 의욕적인 사람이었다.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서서히 분명해지면서 그것을 확장시키다보니 예전보다 활동적이 된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영역동물인 고양이처럼 제 공간에 콕 박혀서 모든 걸 하기 좋아하는 기본 성향이 있다"며 자신의 여러 면모를 드러냈다. 

임수정 인터뷰 당신의부탁 윤찬영 이동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