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농약사용을 강요하는가

[짱짱의 농사일기 21] 농약사용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등록 2018.04.17 15:25수정 2018.04.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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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거미 한마리에 의한 개체수조절의 효과는 크다 ⓒ 오창균


미국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는 늑대로 인해서 사슴의 숫자가 줄어들자 늑대를 사냥하여 멸종시켰다. 천적인 늑대가 사라지고 풀을 먹이로 하는 초식동물 사슴의 개체수는 늘어났지만 공원은 황폐해졌다.


70년이 지난 1995년 공원에 늑대 14마리를 다시 방사했고 생태계는 복원되었다. 자연생태계 전체를 보지 못한 인간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농사 생태계와 먹이사슬

농사생태계에서 흙 위의 먹이사슬을 보면 식물은 가장 아래의 생산자에 속한다. 식물을 먹이로 하는 초식곤충이 있고, 그 위에는 육식곤충이 있다. 그 다음은 곤충을 먹이로 하는 새와 개구리 같은 작은 동물이 있다.

멧돼지와 고라니는 농사생태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동물이지만, 농사에 큰 피해를 주는 유해조수가 된 것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사례와 비슷하다.

흙속의 먹이사슬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집단의 생산자부터 다양한 곤충류와 작은 동물의 먹이사슬이 그물처럼 얽혀있으며, 최상위 소비자는 두더쥐라고 할 수 있다. 먹이사슬은 농사를 시작하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생태계이며, 여기서부터 농부의 고민과 갈등은 시작된다. 농작물을 지키기 위한 인위적인 방법들을 선택할 수도 있고, 천적에 의한 개체수 조절을 하는 먹이사슬에 자연스럽게 맡기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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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은 토양생태계 파괴로 병충해의 원인이 된다 ⓒ 오창균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독성을 가진 물질을 사용하는 것으로, 그것이 화학물질이거나 자연물질로 만든 농약이라도 생명체를 죽이는 것은 같다. 문제는 농약을 사용하면 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분류된 곤충과 그것을 먹이로 하는 익충까지도 죽는다. 해충만을 선별적으로 찾아서 장난감 물총을 쏘듯이 방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융단폭격하듯이 대량으로 살포되는 농약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거나 다른 식물체에 오염되면 그 범위에 속하는 생태계는 피해를 받는다. 특히, 꿀벌의 급격한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 농약살포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와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농장 인근의 양봉농가에서도 벼농사를 하는 논에 항공방제를 하거나 멀리 떨어진 밭에서 동력분무기로 농약을 살포하면 꿀벌이 많이 죽고 사라진다고 말한다.

농약의 유혹에 빠지면 끊기 어려워

농약을 사용한다고 반드시 병충해가 사라지는것도 아니며, 사용 안 해서 농사를 망치는것도 아니다. 병충해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너무도 많아서 딱 한가지뿐인 원인과 정답은 없다. 농약사용으로 해충과 풀을 없애면 천적인 익충도 사라지고 파괴된 생태계에서 농작물은 어떤 위험도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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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기반을 둔 농사는 토양생태계가 살아나면 병충해도 없다 ⓒ 오창균


요즘에 마늘과 양파에 사용법대로 제조제를 뿌렸지만 작물이 말라죽어서 농사를 망쳤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풀만 죽이고 작물은 멀쩡해 보인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다.

작물도 독성물질의 영향으로 체내에 농약이 축적되고 면역력이 약해져 병충해에 저항력이 떨어진다. 흙속에 스며든 농약은 미생물을 비롯한 토양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작물을 농약과 비료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예방 차원에서 농약을 사용하는 일은 흔하다. 농약을 만드는 기업에서 그렇게 농사교육을 하고 홍보용으로 배포하는 달력에는 매월 발생할 수 있는 병충해 종류와 대책으로 농약과 비료를 권장한다. 농약달력을 보고 있으면 농약을 사용해야 할 것 같은 심리적 불안을 유발한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봄비가 자주 오는데, 월동을 한 마늘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자연비료가 된다. 마늘밭을 둘러보는데 지나가던 인근의 농부가 복합비료와 고자리(파리애벌레)약 안쳐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가 쓰고 있는 녹색의 모자는 농약기업에서 홍보용으로 배포한 것으로 00탄이라는 농약이름이 크게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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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을 한 거미알집에서 깨어난 셀 수없이 많은 거미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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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거미가 바닥에 거미줄을 치고 먹이감을 기다린다 ⓒ 오창균


#농약 #농사 #마늘 #생태계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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