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언제나 진실일까?

[주장]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등록 2018.04.16 14:31수정 2018.04.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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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는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생각이라는 것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한말을 그대로 반복해서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말은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이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다. 그는 선전, 선동에 악마적 재능을 가진 천재로 미디어를 정치에 활용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대중에게 라디오를 보급해 선동과 선전에 활용했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충성하도록 만들었다. 괴벨스의 선전술은 오늘날 광고 마케팅 기법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에도 괴벨스는 남아있다. 바로 '매스미디어'다. 대중은 매스미디어에 커다란 영향을 받으며, 매스미디어 없이 사회는 돌아가지 않는다. 만일, 매스미디어가 없다면 세상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언론의 권력 중 가장 커다란 권력은 역설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권력"이다.

매스미디어는 정치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고, 세계의 흐름과 각종 사회 이슈들을 전달하며 사고 예방과 안전, 대중문화 형성과 성숙한 민주주의의 올바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매스미디어가 정치와 결탁해 왜곡 보도나, 정보의 은폐를 통해 대중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잘못된 가치관을 주입할 수도 있다. 미디어를 장악하는 것은 대중을 장악하는 것과도 같다.

오늘날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소수가 갖던 정보의 독점 권한이 약해지고 다양한 정보를 수평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소셜미디어 역시 매스미디어 없이는 형성될 수 없고, 소셜미디어는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거나 비슷한 또래로 구성되기 때문에 오히려 정보의 비판적 수용보다 일방적 수용으로 집단 문화가 강해지는 단점이 있다.

매스미디어는 우리에게 항시 진실이란 믿음을 심어준다. 하지만 이들 매체가 대부분 '사기업'이란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사기업은 이윤 획득이 우선이므로 상업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이들 매체에 요구되는 '공정성'과 '공영성', '보도 윤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언론은 정의로운 기관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은행을 사기업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은행 역시 사기업이지 공공의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말이 있듯이 같은 사건이라도 매체마다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며, 메인으로 내세우는 의제 설정도 다르다. 사회 이슈는 언론이 주도하고, 언론이 설정하는 의제에 따라 대중의 관심도는 달라진다. 이를 '아젠다 세팅'이라고 한다. 최근 보도되는 사회 이슈는 본질보다는 현상에만 주목하거나 더 큰 이슈를 다루지 않음으로써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삼성이 언론 데스크를 장악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의 입김에 따라 이를 보도하지 않았던 언론 문제가 폭로되면서 '삼성 공화국'이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었지만, 이 문제는 언론의 의제에서 사라졌고, 대중의 관심도 사라졌다.

또 최근 가장 화제라고 할 수 있는 미투 운동 역시 위계관계에 대한 구조적 문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의 문제 같은 본질적 문제보다는 현상 자체에만 집중한 채 자극적인 기사만 쏟아졌고 그 결과 SNS상에는 약자끼리의 연대해 맞서자는 미투 운동의 본질은 사라진 채 분열과 대립, 혐오가 가득해졌다.

이러한 분열은 오히려 매스미디어가 부추기는 경향이 크다. 또 대중은 매체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언론이 갖는 생각에 동의하거나 SNS에서 형성되는 여론에 동승하게 된다. 소수의견은 침묵할 수밖에 없고, 본질보다 현상만이 남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SNS는 보다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정보를 생산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공통된 하나의 의견에 다수의 대중이 동의하게 되는 '침묵의 나선 이론'에 빠지기 쉽다. 이에 따라 사회운동의 가치나 구조적 문제보다는 현상에 집중해 분열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언론마다 내세우는 논조는 다르며, 어떤 언론을 믿느냐에 따라 대중의 생각도 달라진다. 나의 생각은 정말로 나의 생각인가? 결국 의제를 설정하는 것은 매스미디어이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걸러 듣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언론의 논조나 생각에 동의하기 쉽고 잘못된 정보를 믿기 쉬우며, 본질보다는 현상 자체에만 주목한 채 분열하기 쉽다.

괴벨스는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커다란 힘이며, 선전의 가장 큰 적은 '지식인 주의'라고 말했다. 과연 우리가 SNS에서 벌이는 설전은 사회운동 형성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가. 분열과 대립 속에서 어떤 사회운동이 가능한가. 게다가 가장 중요한 이슈들은 보도되지 않고 잊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지나치게 매스미디어가 전하는 정보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가진 생각은 정말로 내가 가진 생각일까?

<멋진 신세계>의 저자 올더스 헉슬리는 진실이 쓸데없는 정보의 바다에 수장될 것을 우려했다. 매스미디어와 대중은 떨어질 수 없고,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더욱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지만, 매스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에 대한 '의심'과 '본질'보다는 더욱 자극적인 기사에 주목하고, 여론에 편승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동물농장>에서 동물들은 그들이 세운 계명들이 하나둘 사라져 감에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방관했고, 그 결과 그들 세상은 더욱더 암울한 세계가 되었다. 그들은 스퀼러의 선전을 믿었고, 의심하지 않았고, 복종했다. 동물들 중 복서는 가장 공동체에 헌신했지만, 돼지들은 늙은 복서를 도축업자에게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와인 파티를 벌인다.

마땅히 의심하고 물어야 함에도 묻지 않았고, 의심하지 않았고, 스퀼러의 거짓말에 설득당한 결과, 동물농장은 타락한다. 매스미디어야말로 스퀼러와 같다. 조지 오웰이 보내는 경고는 오늘날에도 유용하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괴벨스가 가장 두려워했던 '지식인 주의'이며, 정치인을 가장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론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과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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