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지역 합동 단속, 왜 꼭 그때여야 했을까

[주장] 세월호 참사 당시 법무부가 보인 공감능력 결여, 이유가 궁금하다

등록 2018.04.16 16:43수정 2018.04.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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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던 안산은 국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기로 유명한 도시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당시 국내 체류 이주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귀국한 이주노동자들까지 관심을 갖고 애도를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남들 이야기가 아니라 이웃들 이야기였다. 그러나 함께 슬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건 '감성팔이'라는 악담과 법부부 집중 단속이라는 행정력이었다. 아무리 곱씹어도 이건 아닌데 하며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이주노동자, 그 누구도 크게 달가워하지 않을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가 있다. 하나씩 진실이 밝혀지는 지금, 왜 그렇게 진행됐는지 돌아보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시 인구 76만 명 가운데 외국인은 안산시 전체 인구에서 10%가 훨씬 넘고 있었다. 그 중 단원구 원곡동은 국내 최대 외국인 밀집지역으로 다문화마을 특구지역이다.

그런 까닭에 참사 당일 수백 명의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기도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어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촛불기도회'에는 이주노동자 500명 이상이 참여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촛불집회를 열고 참여했다. 사고 초기부터 안산이주민센터 등의 장소에서 모임을 갖고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했고 유가족을 위해 애도를 표했다.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들은 대한민국을 제 2의 고향으로 여기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 주민으로서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공감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에 이주노동자들이 보여준 공감 능력

참사 열이틀째 되던 날, 중국동포 언론사인 한중법률신문이 중국 국적 60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성금을 기탁한 소식을 전했다. 익명의 성금 기탁자는 100만 원과 함께 메모를 남겼는데, 연합뉴스가 인용 보도하면서 뒤늦게 온오프라인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메모 내용은 이렇다.

"세월호 침몰소식을 듣고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서글퍼집니다. 저는 평범한 중국인 노동자이지만 그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동정을 표합니다. 제 마음을 담아 100만 원을 보내드립니다. 보잘 것 없겠지만 작은 힘이라도 되어주고 싶습니다. 중국 고향에는 아직 갚지 못한 한화로 수천만 원의 주택대출금이 남아 있기에 저에게 100만 원은 거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돈을 세월호 참사 가족에게 전하지 못하면 제 마음이 편치 않아 불면의 밤이 될 것 같습니다."


100만 원, 누군가에게는 푼돈일지 모르지만, 미등록 체류를 하는 이주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결코 작은 돈이라 할 수 없는 돈이었다. 성금을 낸 사람은 중국동포가 아닌 한족 출신의 중국인이었다. 그는 체류 자격 때문에 신분을 밝히길 꺼렸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성금을 냈다고 한다.

이 남성은 단원고가 있는 고잔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학생들의 희생과 그로 인한 고통을 마냥 바라만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기부 소식이었는데 인터넷 댓글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마치 누군가 조정하는 것처럼 기부행위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며 저속하고 과격한 댓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불체자(불법체류자)가 보이스피싱이든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어 성금하면, 냉큼 받아서 불체자를 용인하나 봐요. 불체자 단속강화는 합법체류자를 늘리고 범죄 예방하는 지름길입니다." 

"불체자 관리 좀 제대로 해라...그들은 진짜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다." 

"불법체류자는 우리 사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존재. 불쌍하게 여길 필요 없고 그냥 신고…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불법체류 중국인 베트남인 많다고 그렇게 신고했거늘 미동도 안 해. 성금은 감사한데 불법 체류자는 본국으로 보내시지."

"이거 불체자 동정여론 조성하려고 쑈 하는 거 아닌가 몰라.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불법체류는 범죄다. 그만 당신네 조국으로 돌아가시길." 

"불법체류자는 당연히 쫓아내야 한다. 감성팔이에 현혹되지 말고 당장 저 인간 잡아서 쫓아내라."


댓글은 특정 정치인의 이름과 단체들까지 거론하며 악담을 퍼붓는 것은 기본이고, 감성팔이로 매도하며 불법체류자 단속을 촉구했다. 악플러들은 기부자 체류자격이 단순히 '미등록'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그 선의마저도 감성팔이와 동정여론을 조성하려는 가식적인 행위로 치부해 버렸다.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고, 정서적 공감대가 훨씬 덜할 것 같은 외국인보다도 누군가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드러냈다.

그들은 사람의 됨됨이를 체류 자격만 갖고 논하려 하는 배타적 태도가 갖고 있는 위험성이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겼는데, 법무부는 왜 무리수를 두었을까?

세월호 참사 당시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연대의식을 갖고 함께 슬퍼하는 공감 능력을 보여주었다. 반면 기부 행위에 대해서마저 조직적인 행태를 보이며 악담을 퍼부은 이들이 있었다.

법무부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5월과 6월, 6주에 걸쳐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 합동 단속을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집중 실시하며, 순찰을 강화했다. 물론 합동단속은 연례행사였다.

하지만 외국인 밀집지역인 단원고 학생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고,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 또한 많은 사실을 감안하면, 정부 합동단속은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주노동자들은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안산 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세월호 참사로 안산은 경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던 업체들이 합동단속으로 직원을 잃고, 벌금까지 물게 되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일이었다. 합동단속이 이주노동자에게만 무섭고 서러운 것이 아니라, 내국인에게까지 피해를 줄 일이었다.

물론 법무부는 연례행사였고, 불법체류자 근절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다. 앞서 의문이라고 한 부분이 이 점이다. 그동안 단속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단속 일정이나 횟수를 조정하는 융통성을 보여 왔던 법무부였다. 특별히 민심이 무서운 선거철이 가까울 때면 단속이나 순찰이 느슨해졌던 관례에 비춰볼 때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겼는데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는 단속과 순찰을 강화한 것은 의외였다. 외국인 밀집지역 합동단속 시점이 '왜 꼭 지금인가'하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법무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충정을 이해한다 해도, 누군가의 슬픔에 대해 지나치게 방관자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하려고 그랬는지, 공감 능력이 결여된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는지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시기를 좀 더 늦춰도 될 일을 왜 강행했는지 물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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