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치원생들이 '똑똑한' 어른들을 이긴 비결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등록 2018.04.18 11:10수정 2018.04.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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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서부터 저자의 질문과 마주한다. 경영대학원 학생, 변호사, 디자이너 등, 각계 각층의 두뇌들과 (생뚱맞게도) 유치원생 그룹을 한데 모아 실험을 한다. 아주 간단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제한된 재료로(조리하지 않은 스파게티 20봉지, 투명테이프 1미터, 노끈, 마시멜로우 등) 바닥에서부터 탑을 가장 높이 쌓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누가 이겼냐고? 바로 유치원생들이었다. 황당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며 함께 살아간다. 홀로 사는 인간은 없다. 그건 정말이다. 한때 일본에서 다른 이들과 소통을 단절한 '히키코모리'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도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히키코모리 역시 그 혹은 그녀를 양육하는 가족의 존재가 있기에 성립이 가능한 개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인간은 독자생존할 수 없다. 우리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소통하고 협업하며 상생을 해야 하는 우리 인간의 숙명 속에서, 일생동안 우리가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뭔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몸을 담을 집단, 혹은 그룹을 찾는 것. 결국 인생이란 우리가 속할 그룹을 찾는 끊임없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학창시절부터 우린 비슷한 또래집단을 찾아 어울리며, 사회에 나와서는 내가 몸 담을 직장을 골몰한다. 소속이 없는 순간 우리는 불안해지고, 소속을 찾는 순간 우리는 다시 안정감을 느낀다. 안정을 멀리하고 모험을 감행하는 일부를 제외하곤, 우리 모두는 소속감에 강한 애착이 있다.

왜 어떤 팀은 부분의 합보다 위대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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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는데도 별 볼 일 없는 팀이 있다. 반면, 뭉칠수록 엄청난 위력을 발산하는 팀이 있다. 이 책은 그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 이의성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는 소속과 집단에 대한 책이다. 필연적으로 집단 속에 귀속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여러 집단들을 비교·분석하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영문 제목 또한 <The Secrets of Highly Successful Groups(성공한 그룹들의 비밀)>이니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다. '다른 책은 전부 물에 던져버려라'는 광고 문구는 다소 과해보일 수 있으나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저자의 혹은 출판사의 선전포고로 들린다. 자신감일지 교만일지는 책을 보면 알 수 있을 테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를 들여다 보자.

작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코일은 이미 전작 <탤런트 코드>를 통해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에 대해 취재한 바 있다. 그 자신이 직접 밝힌 이번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의 집필 동기는, 전작의 취재에 몰두하던 도중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어떤 집단은 소속된 개개인의 능력을 합친 것보다 못한 결과를 도출하는 한편, 또 어떤 집단은 예상했던 것 이상을 상회하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니, 그 이유에 대한 호기심이 바로 이 책을 집필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3년여 간을 취재한 끝에 이 책이 완성되었다고 하므로, 이 책이야말로 단순한 결과물이라기 보다 그가 3년여 간의 시간을 통해 풀고자 고민했던 해답 그 자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각종 유명매체에서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휩쓴 이유 역시 바로 그가 풀고자 했던 해답이 주는 공감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아마존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2018년 워싱턴포스트 리더십 추천 도서
세계적 비즈니스 구루들의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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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팀'이다. 행복한 가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행복을 만드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는 점이다. ⓒ 이의성


최고의 팀을 말하는데 왜 행복한 가정에 대한 얘기가 서두부터 나오는지 처음엔 생뚱맞다 느꼈지만, 문득 생각이 닿는 바가 있다. 가정 역시 하나의 팀임은 물론 우리가 소속한 집단이 아닌가. 저자가 말한 바에 대해 나 역시 절절하게 느끼는 바로,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나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데 격하게 공감하는 바다.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건 힘든 고난이나 어려운 역경과 같은 특정한 사건에 의함이 아닌 가족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와 가치에 의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팀의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지향하고 향유하고 있는 가치와 문화가 있다는 건, 외부로부터의 파도와 태풍이 들이쳐도 구성원들 모두 끄떡 없이 항해할 힘이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하나의 팀으로서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하나하나 그리고 요목조목 그 비밀을 알려주고 있다. 저널리스트답게 그 하나하나의 덕목에 대해 각각의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서 뻣뻣한 우리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도록 한다.

"파산 직전의 구글이 업계의 선두를 물리치며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이유
일촉즉발 비행기의 추락을 막은 짧은 대화의 힘
1등 럭비 팀 간판선수가 탈의실 청소를 자처한 이유
보석상을 털기 위해 급조된 도둑들이 1분만에 보석상을 털 수 있었던 비결"


평범한 조직이나 평범한 팀은 분명히 아니다. 저자인 대니얼 코일이 사례로 들고 있는 팀들은 전 세계 상위 1%의 집단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례를 분석하며 저자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 팀들이 바로 특정한 문화코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산 직전의 구글이 기사회생하며 지금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과 보성상을 털기 위해 급조된 팀이 승승장구(?)하며 경찰들의 수사망을 따돌릴 수 있었던 데는 각각의 팀 내에서 모두 '특정한 문화코드'의 힘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선과 악, 적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팀들을 사례로 꼽으며 그가 증명하고자 한 건, 결국 '성공하는 팀' 그 자체였을 것이다. 보석 도둑 집단의 사례를 통해 윤리를 배제하고서라도 그가 말하고자 한 건, 결국 성공하는 팀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는 결국 똑같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것'을 갖지 못한 팀은 아무리 선한 사람들이 가득하더라도 결코 성공할 수 없으리란 점일 것이다.

"경청하고 또 경청하라.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먼저 약점을 드러내라.
불편한 목소리도 포용하라.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라.
공치사는 과장될수록 좋다.
독사과를 골라내라.
하찮은 일일수록 솔선수범하라."


어찌보면 뻔한 소리를 길게 늘어놓았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더러 있을 수 있겠다. 일면 맞는 말이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건 결국 우리 모두가 이미 알 수도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 조직 구성원의 이야기에 잘 경청하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만들며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미루지 않는 등, 책을 읽었을 때 누군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라며 오만한 시선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그러나 현재를 살고 있는 본인에게 이 책의 내용을 대입해 보라. 가정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과연 최고의 팀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지 말이다. 나의 경우엔 찔림이 가득한 내용이 많았기에 의미가 큰 책이었다. 이전까지 내게 있어 최고의 팀이란, 최고의 구성원들이 모인 팀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완독한 후 생각이 바뀌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하기에, 저자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3년간에 걸친 저자의 취재 결과가 적어도 내게는 큰 의미가 있었던 셈이다. 지금 시점에서 내게 최고의 팀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팀이 아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문화의 힘이 큰 팀이다. 그 문화를 나 스스로에게 적용해보는 한편, 지속적인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계획이다. 그것이 최고의 팀을 만드는 데 내가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는 긴밀한 협업이 어떻게 탁월한 성과로 이어지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똑똑한 인재나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동시에, 1 더하기 1을 10으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문화 코드를 바탕으로 어느 집단에나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노하우를 추출했다." - 대니얼 코일


본인만의 삶과 경험을 통해 얻은 저자의 단편적인 주장만 가득한 책이 아니었기에 책을 읽은 후 생각의 전환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책을 완독한 후 느낀 점이다. 실제적인 여러 사례를 근거로 과학적인 시각을 제시한 책이라는 점이 장점인 듯하다. 저널리스트로서, 또 작가로서 그의 다음 행보가 계속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대니얼 코일 지음, 박지훈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


#최고의팀은무엇이다른가 #대니얼코일 #최고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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