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강요받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아버지들께

'가족이 있다. 함부로 자르지 마라'... 작은 행동이 용기와 위로가 되기를

등록 2018.04.17 15:12수정 2018.04.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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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자 아버지들께

화창한 4월입니다. 날씨도 따뜻하고, 가족들과 놀러 가기 좋은 날씨입니다.

그런데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 희망퇴직을 접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봄날이 참 무심하게 느껴집니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노동자를 잘라내기 위한 수순이란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현대중공업 앞을 지나는 노동자들을 보니 저와 같은 나이의 친구들과 그 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울산에서 초중고를 졸업해 많은 친구의 아버지들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작업복을 입은 아버지들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 왠지 든든해 보였습니다. 오랫동안 작업복 입은 아버지들을 봐서인지, 혹여나 뉴스에 구조조정 문제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커가면서 알았습니다.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노동환경 속에서, 오직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픈 어깨를 숨겨가며 집으로 돌아오면 늘 웃어야 했던 아버지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힘이 드실까요. 힘내세요

제가 하는 위로와 응원의 말이 얼마나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일한 직장에서 퇴직을 강요받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용기 내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작은 행동이 노동자 아버지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한마디 외쳐봅니다.

"가족이 있다. 함부로 자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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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있다. 함부로 자르지 마라 저의 작은 행동이 노동자 아버지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한마디 외쳐봅니다. ‘가족이 있다. 함부로 자르지 마라.’ ⓒ 황미래


평생을 한 직장에서 뼈 빠지게 일해서 가족을 먹여 살렸는데, 희망퇴직이라는 이유로 내쫓아 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경영세습에 눈먼 현대중공업 정몽준 일가는 알고 있을까요, 한 번이라도 노동자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이렇게까지 못할 겁니다.

현대중공업이 노동자를 부속품처럼 대하며, '필요 없으면 내치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니 너무 화가 납니다.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속상합니다. 그래서 편지로라도, 현대중공업 노동자 아버지들께 마음을 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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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정문 앞 퇴근길 풍경 희망퇴직 소식에 불안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퇴근 후 집회장으로 모이고 있다 ⓒ 황미래


현대중공업 앞에 서서 출퇴근하는 아버지들의 표정을 보면, 앞으로 짊어져야 할 막막한 앞날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짐작이 갑니다. 이번 구조조정에 맞서는 싸움에 현대중공업 노동자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 그리고 모든 울산시민이 함께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한목소리로 외치면 아버지들의 어깨에 지워진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 아버지들을 응원하는 청년이, 수많은 시민이 함께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힘내셔서 구조조정을 함께 막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울산 청년 황미래 올림
#현대중공업 #희망퇴직 #정리해고 #아버지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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